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 과학자상 수상,
신미경 교수님

  • 438호
  • 기사입력 2020.02.27
  • 취재 고병무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7262

2020년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균관대학교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신미경 교수님께서 로레알-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에서 ‘인터내셔널 라이징 탤런트상’ 수상하신 것이다. 신미경 교수님은 바이오 메디컬 분야 중 생체 재료 분야를 연구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생체재료.

"생체재료는 인체 내의 조직, 장기, 혹은 체내의 환경에서 상호 작용을 하는 물질, 표면, 구조들을 통합하여 일컫는 분야입니다. 체내에 외부 물질이 들어가면, 면역반응, 염증반응 등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생체재료공학이란 이때 독성 없이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재료들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활발히 연구를 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생체재료 공학의 매력은?

"다른 재료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생체재료의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물리화학적 디자인을 통해 전무후무한 특성을 갖는 재료들을 만들어 볼 수 있고, 이를 인체 내 장기에 맞게 개선하여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해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조직 접착성’과 그에 대한 연구

한편, 교수님께서는 요즘 주력하는 연구로 ‘조직 접착성’에 대한 연구를 언급하셨다.

"자연 모사 접착 화학의 핵심 분자인 ‘폴리페놀’ 분자들을 이용한 새로운 고분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학생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대표적인 접착 관련 자연 현상들은 바닷물 내에서 접착능을 보이는 홍합 족사, 멍게의 자가치유 접착 피부막, 견과류 등의 떫은 맛 등이 있고 이러한 현상에 기여하는 화학물질이 ‘폴리페놀’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발된 폴리페놀 기반 고분자들을 이용하여, 하이드로젤, 필름, 입자 등으로 제형화 하고, 각각의 제형들이 갖는 접착력을 연구합니다. 최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이러한 ‘조직 접착성’ 제형들을 3D 바이오 프린팅 용 잉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프린팅된 구조물들이 생체 내의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부착하여 제 기능을 보일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최적의 조직 접착성을 나타내면서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보유한 잉크 재료들을 개발하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철학은 ‘실험 결과에 대한 흥미로움’

"연구할 때 실험 결과에 대한 흥미로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고 때로는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연구분야가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분야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궁금하고 흥미로운 연구를 해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구를 하다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실험 결과에 울고 웃게 됩니다. 그 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연구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호기심, 궁금증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에서 ‘인터내셔널 라이징 탤런트 상’ 수상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 과학자상은 1998년부터 제정되어 수상되고 있는 여성과학자들을 위한 상입니다. 과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달성한 5개 대륙을 대표하는 세계의 여성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며, 매해 3월 세계 여성 과학자의 주간에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수상한 인터내셔널 라이징 탤런트 상’은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 과학자상 중 신진 과학자 부문에 해당하는 상으로 5개 대륙에서 각 3명씩, 총 15명의 신진 여성 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5년 내의 신진 여성 과학자들을 선발하는 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매해 각 대륙에서 지역별 ‘로레알-유네스코 과학자상 펠로십’ 부문을 수상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 상’으로 매해 우수한 여성 과학자들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8년도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과학자상 펠로십’ 수상자였고, 2019년도에 ‘인터네셔널 라이징 탤런트 상’에 지원하여 올해 수상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상에 크게 이바지한 연구는 2017년도에 Nature Materials 저널에 게재된 ‘홍합 모사 지혈 재료를 이용한 무출혈 주사바늘’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홍합 모사 접착능을 보유하는 고분자 재료를 이용하여, 주사바늘을 코팅한 연구이고, 해당 소재가 혈액과 접촉하였을 때 나타나는 상전이 현상에 의해 피부에 부착되어, 주사 후에도 그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지 않는 지혈 기능성 주사바늘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새해에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시는지?

"사실 저희 연구실은 실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셋팅이 된 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네요. 그래서 올해가 더욱 더 의미 있기는 합니다. 그동안 제가 연구했던 모든 접착성 생체재료들을 저희 연구실에서 합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이번 학기의 단기적 목표입니다.

그동안 제가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오 메디컬 응용 분야를 개척하는 것 또한 올해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융합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교수님들과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재학생들에게

"제가 강의하면서 만나본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들이었습니다. 본인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 있게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부딪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얘기가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대학생활 하는 동안에만 기를 수 있는 습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활 동안 많은 경험들을 해볼 수가 있을 텐데 어떤 경험을 하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라고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제 대학생활을 돌이켜 보면, 학점관리 하느라 바빴던 것 같고, 방학 때는 영어 공부로 바빴던 것 같아서 어떤 것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틈틈히 외부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눈을 뜨길 바랍니다. 그리고 연구를 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주변의 자연현상에도 관심을 가져 보면 좋겠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생각과 발견이 과학계를 발전시키는 연구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무>

<인물 포커스>의 마지막 질문인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에는 ‘나무’라고 답하셨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제가 항상 얻고자 하는 무언가를 위해 곧게 뻗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해서 박사과정을 밟는 연구활동을 하는 동안 제가 하고 싶은 연구 분야, 갖고 싶은 직업 등 모두 한가지만을 생각하며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나무가 잔가지를 치더라도 항상 위로 곧게 자라듯이, 최종 목표는 항상 그대로였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앞으로도 제가 하는 연구 분야의 세부 가지는 다양하더라도 제가 얻어낼 최종 목표는 동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학생들도 오늘 한번쯤은 본인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