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습관화, 유닉스전자 회장 이충구 동문

  • 440호
  • 기사입력 2020.03.26
  • 취재 고병무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8489

사회 각계각층의 동문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균관대학교의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아낌없는 기부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해마다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해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등 여러 자선단체에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유닉스전자의 이충구 회장(생명공학59)을 만나보았다.


오랜 기간 학교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기부를 처음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유년시절에서 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6∙25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을 왔습니다. 고향에서 살 때는 나름 유복한 편이어서 먹고 살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피난을 와서 생활하다 보니 먹을 것, 입을 것 등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미군의 구호물자를 받아서 하루하루 연명하는 처지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 시기를 결코 잘 견뎌낼 수 없었을 겁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그 당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받은 것을 돌려준다’라는 생각으로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닉스전자 제품을 한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닉스전자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이다. 

그렇지만 유닉스전자가 설립된 1978년에는 사람들이 헤어 드라이기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제 꿈은 사업가가 아니라 대학교수나 교사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당장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만 했기에 군 복무를 ROTC로 마치자마자 민간 기업에 지원서를 넣었고, 다행히 전기를 주로 다루던 민간기업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11년간 일하면서 회사 경영 노하우와 리더십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왔습니다. 하지만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해서 펼친 사업들은 속속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다며 헤어드라이어 사업을 추천해줬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한 결과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본교에 꾸준히 기부하는 것 외에도 국제의료 NGO 단체인 스포츠닥터스, 월드비전,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저소득층 중증 난치 질환 환아들을 위한 기부 등 많은 곳에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60년 후배인 차은우(연기예술16) 학생과 함께 본교에 기부해 큰 화제였는데, 본인에게 기부는 어떤 의미인가.

“앞서 이야기했듯 도움을 받은 만큼 저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부는 ‘습관’입니다. 

물론 한번에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도 좋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기부를 자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떨 때는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회사 이윤을 무시할 수 없기에 기부를 할지 말지 저도 모르게 계산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부를 해서 다른 사람들이 힘을 얻는 걸 보면, 그런 고민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숱한 위기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닉스전자가 미용기기 시장 점유율 1위 및 세계 3대 헤어드라이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라는 본인의 경영철학이 아닐까 싶다. 본인처럼 훌륭한 경영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원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우수한 상품을 적정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경영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기 때문에,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과의 신뢰도 중요합니다. 고객이 상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우리 제품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고객에게 우수한 제품을 제공한다는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항상 품질과 성능에 신경을 많이 쓰고, 또 그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고객은 계속 우리 회사 제품을 찾게 되고, 우리 역시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를 해마다 후원하고 최근에는 성균관대학교동창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모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후배들을 위해서 한마디 한다면.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것도 벌써 60년 전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대학을 다닐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납니다. 제가 기억하는 ‘명륜골’과 지금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항상 우리 성균관대학교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교를 계속 응원해왔고 앞으로도 모교에 힘이 되고자 노력할 계획입니다. 제 노력이 후배님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후배님,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