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의 재발견, 약학대학 김기현 교수

  • 442호
  • 기사입력 2020.04.30
  • 취재 고병무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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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독버섯’이라고 하면 ‘몸에 해로운 존재’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그 속은 독성 물질이 가득해서 조심하라는 문구도 종종 봤을 것이다. 그러나 몸에 해로운 줄만 알았던 버섯이 항암 효과를 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독버섯으로 항암물질을 연구하고 있는 본교 약학대학 김기현 교수를 만나보았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약학대학에서 천연물을 전공하여 자연의 다양한 천연자원으로부터 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물질을 발굴하고 천연 생리활성 물질을 연구하는 김기현 교수입니다. 2014년 3월에 모교로 부임하여 어느덧 7년차 교수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새삼 실감하며 부임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정말 신임 교수였는데… 큰 꿈과 기대를 품고 교수가 되었던 때의 초심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성균웹진과 2016년도에 인터뷰를 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그동안 실험실을 키우고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 초창기 우리 대학원생들과 정말 치열하게 연구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실험실은 정말로 발전하여 크게 성장했고,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멋진 실험실로 잘 성장한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큼 전공도 학부생들에게 재밌게 강의하고 학생들과 친밀한 교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가 되면서 가졌던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참으로 바쁘게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고요. 그 와중에 남들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작년에 멋진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학기가 끝나는 주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시험 성적과 학기말 일을 마무리하느라 결혼식도 겨우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독버섯을 연구한다는 게 독특하다. 다른 천연물질 중에서도 독버섯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독버섯은 제가 학생 때 처음 접하게 되어 지금까지 재밌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일단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섯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버섯을 많이 채집해 먹거나 구입하여 먹는데 그러는 와중에 버섯을 잘못 먹어서 중독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버섯은 사실 전문가들도 동정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데, 식용 버섯 중에는 독버섯과 구별이 잘 안되는 버섯이 많거든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화려하거나 냄새가 심하거나 하는 독버섯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흰색의 버섯이거나 노란색의 버섯 중에서도 독버섯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해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독버섯 중독 사고가 나는데, 독버섯의 중독사고가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떤 물질에 의해서 독성 작용이 나는지를 몰라서 병원에서 그 치료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는 거의 관심에서 버려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독버섯의 독성 성분에 관심을 가지고 일차적인 목적으로 국내 자생하는 독버섯의 독성 성분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버섯의 독성 성분을 알게 되면 중독사고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그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모든 독은 약이 될 수 있으며 모든 약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독버섯이 만들어 내는 독성물질은 용량 조절을 잘하면 약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독버섯은 다른 일반 버섯과는 다르게 독특한 진화과정을 거쳐 자기만의 독특한 독성물질을 만들 수 있도록 진화한 버섯인데, 다른 일반 식용버섯, 약용버섯보다 훨씬 다양하고 특이한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만들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버섯들보다도 그런 특이한 독버섯에 관심을 가지고 독성 성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독버섯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한가지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버섯과 다른 한가지는 먹으면 정말 치명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미치는 버섯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 실험실에서 그런 독버섯으로부터 독성물질을 밝히고 그들의 구조를 동정하고, 그들의 약리학적 응용성을 연구하며 새로운 신약개발 가능성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며 비호감의 대상인 독버섯에게 그들의 의미를 찾아주고, 인간에게 거꾸로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자연에서 그들의 참의미를 찾아주고 싶네요.”


최근에는 독버섯을 이용한 항암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작년에는 ‘붉은사슴뿔버섯’에서 유방암 세포 억제물질을 발견했고, 이번 달 초에는 ‘갈황색미치광이버섯’에서 폐암과 전립선암 억제물질을 발견했다. 어떤 계기로 독버섯을 이용한 항암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또한 연구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독버섯의 독성 성분으로부터 약리학적 응용성을 연구하던 중, 붉은사슴뿔 버섯으로부터 정말 강력한 독성 물질을 찾게 되었습니다. 붉은 사슴뿔 버섯은 사실 어린 영지버섯과 아주 유사하게 생겨 몇 년 전 이 버섯을 영지버섯으로 잘못 알고 채집하여 먹은 사람이 죽은 사고가 있어 한 때 큰 이슈가 되었던 버섯인데요. 너무나 강력한 독성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러시아에서도 생화학무기로 사용하려고도 했던 세계적으로 독버섯으로 악명높은 버섯 중에 하나랍니다. 저희가 이 버섯을 너무 연구하고 싶어서 겨우 어렵게 채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버섯을 배양하여 다양한 신규 독성물질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독성이 심하여 거의 모든 세포를 다 죽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문득 이런 특성을 암세포에 적용하여 항암제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예상대로 너무나 강력한 항암작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활성은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doxorubicin 약물보다 무려 500배가 강력한 항암 활성이 나타났고, 유방암 이외에도 간암, 대장암 폐암 등 다른 암세포에도 강력한 활성이 나타남을 확인하여 현재는 미국에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항암 활성은 사실 일반 세포에도 세포독성이 너무 심하여 현재는 표적항암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후속으로 더 연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갈황색미치광이버섯으로부터 유사한 구조의 독성 물질을 확인하여 그 물질을 암세포에 적용하게 되었고 예상대로 강력한 항암 활성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황색미치광이 버섯으로부터 발견된 독성물질은 붉은사슴뿔버섯으로부터 발견된 물질보다는 활성이 뛰어나진 않았고요. 사실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환각버섯으로 이 버섯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요~ 예전에 일본에서 이 버섯의 중독사고가 있었는데, 먹은 사람이 일주일 내내 웃고 다녔다는 임상보고가 있어요. 현재 환각물질을 찾아서 우울증 치료제 및 진통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성균웹진 섹션 중 <지식 채널 S>에 지난 2016년도 5월에 게재한 글을 인상깊게 읽었다. 이후에 꾸준한 연구로 많은 좋은 결과들이 나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실 계획인지?

“현재는 계속적으로 국내 자생 독버섯으로부터 새로운 독성성분 및 생리활성 성분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요즘에는 형광을 내는 생물발광버섯에 관심이 많아서 특이한 형광 버섯인 화경버섯 및 그 유사 버섯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세상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 생명체가 많이 있는데, 그것들에서 생물발광 물질을 연구하여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곤충 공생 미생물로부터 새로운 항생물질을 계속적으로 연구 중에 있고요. 대마를 비롯한 환각작용을 나태내는 천연물질을 연구하여 요즘에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천연물 의약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인체유래 미생물 및 병원균의 대사체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인체와 공생하는 장내 미생물과 병원균 중에 하나인 비듬균과 무좀균의 대사체를 연구하여 그들의 생활사를 이해하고 인간에게 이롭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연구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인가? 또한 연구를 하다 보면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텐데, 그럼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는 자연에 있는 모든 대상이 모두 다 제 연구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소재의 이유는 호기심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 자연을 이루고 있는 대상 중에 하나인 그 연구소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들의 생활사는 왜 그런 방식으로 생활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처음연구를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생물체가 만드는 대사물질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그들의 생활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 아무래도 약대에 있다보니 그 의미를 인간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해석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미리 예측하고 연구에 들어가지만 거의 대부분은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고, 심지어는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아 참으로 어려움이 봉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학생 때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도 학생시절 연구할 때 연구소재와의 공감 및 소통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거든요.) 실제로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들과 토론을 통하여, 그 생물 소재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감정이입을 해보면서, 연구하는 소재와의 감정 소통을 통하여 연구하면, 또 새로운 측면에서 연구결과가 잘 나올 때가 있더라구요. (웃음) 사실 아무래도 연구할 때 잘 안되면 약간의 휴식과 리프레쉬를 통해 기분 전환을 하고, 꾸준히 연구하는 꾸준함이 같이 동반되면 연구 결과는 또 잘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수직에 있지만, 우리 성균관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학교 다닐 때와 차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놀 때는 열심히 놀고, 또 열심히 미친듯이 공부에 빠져보기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대학교 들어올 때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한창 좋을 때인 대학생들이 지쳐 있는 것 같아 보일 때가 많아요. 한창 멋있고 좋은 나이에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뭐든지 열심히 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시는 돌어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 무언가를 할 때는 금방 포기하지 말고 꾸준함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가지를 꾸준히 하여 자기만의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고 사회에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까, 어려운 말이지만 1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년뒤에 어떻게 세상에 변하고 무엇이 세상을 이끌 수 있을까’에 대해 잘 파악하여 준비하는 것을 잘해줬으면 좋겠고 결국에는 한국을 세계로 이끌 수 있는 인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지 않습니까? 그러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하지만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매순간 소중히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바쁘게 지내고 일이 너무 많으면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착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로등으로 하면 좋겠네요. 변함없이 많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 어두움을 조금이나마 밝혀주고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