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소설로 달래다. 박상영 작가

  • 444호
  • 기사입력 2020.05.27
  • 취재 정민석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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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마음을 다친 사람을 치유해주는 약과 같다. 이번 호에서는 ‘소설’이라는 약을 만드는 박상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박상영 작가는 어린 시절의 외로운 상황들이 소설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 글을 읽고 행복을 느끼는 독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고 했다. 박상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작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교내 백일장에서 곧잘 수상해,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야’ 라는 과잉된 자의식을 가지고 자라왔다. 대학 때도 소설 쓰기에 흥미를 느껴 한겨레문화센터나, 문학과지성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 같은 곳을 다니며 수업을 들었다. 그러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고,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던 것 같다.

운이 좋게 대학 마지막 학기에 선망했던 직업인 잡지사의 기자가 되었다. 그곳에서 수습 기간 동안 최저시급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소위 말하는 ‘직장 내 갈굼’ 문화를 겪고 회사에서 뛰쳐나오게 되었다. 그 후로도 광고회사와 컨설팅 펌 등 대학 시절 막연히 꿈꿔왔던 회사들을 짧게 다녔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이 아니라 병이 온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었다.

또한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도 이것은 ‘내 일’이 아니라 기업에게만 득이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에 고통과 분노가 쌓여 갔고, ‘나만의 일’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때마침 대학시절 즐겁게 했던 ‘소설 창작’이 떠올라 아카데미를 다시 다니며 본격적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업을 진행하셨던 작가 선생님께서 문예창작 대학원에 진학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Q. 본인의 대표작은 무엇이며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대표작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굳이 고르자면 아무래도 <대도시의 사랑법>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대도시를 살아가는 20-30대들의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재밌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연작소설집이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상을 만났을 때의 뜨거운 사랑의 감정과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별, 그에 비례해 찾아오는 상실감에 대해 다루는 책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출간한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역시 대표작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나의 대학 시절과, 직장생활의 애환,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허감과 이를 채우기 위해 의존하게 된 야식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재밌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


Q. 보통 어떤 때에 글을 쓰는가?

원래 작년 초까지만 해도 직장생활과 작가생활을 겸업했던 지라, 시간 관리가 중요했다. 마침 불면증을 고질적으로 앓고 있어 보통 새벽 5시쯤 눈이 떠지곤 했다. 일찍이 회사에 간 뒤 건물 1층의 24시간 카페에서 3시간 정도 작업을 한 후 출근을 하였다. 마감이 급할 때는 점심시간 때에도 노트북을 들고 나가 카페에서 작업을 했다. 그렇게 힘든 생활의 결과, 3년 동안 두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그 후 운 좋게 일이 많이 들어와 전업 작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는 딱히 작업시간이라고 할 만한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원고 마감이 급할 때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초 단위를 쪼개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작업을 하겠답시고 책상에 앉아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일이 다반사다.


Q. 청년들에게 있어서 소설문학은 어떠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 내게 문학은 천지에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때, 세상 어딘가에 나처럼 세상을 감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깨닫게 해준 매체였다.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이나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과 같은 작품을 읽으며 고독감을 극복해나갔던 것 같다.

사실 많은 작가님들이나 선생님들께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있으니, 관심이 없고 필요가 없다면 책을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날의 나처럼, 세상에 혼자 남겨져 있는 것만 같은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문학은 그 어떤 수단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Q. 문학이나 다른 종류의 글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거창한 메시지는 없다. 많은 독자들이 나의 글을 읽는 동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나아가 글을 읽고 나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Q. 작가 또는 글을 써야 하는 다양한 직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조언 해준다면?

조금 진부하지만 결국에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또 많이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앞선 질문에 대한 답변과는 약간 상반되는 대답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어떤 매체든 많이 읽어야 한다. 사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 대부분이 비슷한 것을 보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내 문장이나 내 사유가 대단히 특별하지 않다는 객관적인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게 무엇인지, 지금 현재 시장에 어떤 종류의 글이 유통되고 각광받고 있는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독창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Q. 자신의 진로나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성대생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대학 생활 동안 많은 것들을 겪고 느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게 가장 적합한 일을 찾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Q. 향후 작품 활동이나 작가로서의 계획은

현재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10대들의 사랑과 배신, 치정을 담은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연재하고 있다. 연재를 무사히 마치고 책을 내는 게 현재의 단기적 목표이다. 앞으로의 꿈은, 지금처럼 계속 글 쓰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끔은 넘어지겠지만 그래도 별일 아닌 것처럼 털고 일어나 ‘작가’라는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싶다.


박상영 작가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과 삶속의 만족을 채워주고 있었다. 자신의 소설을 꼭 읽으라는 말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며 정말 힘들 때, 문학이라는 ‘어깨’에 기대는 것을 추천했다. 그러한 점에서 더욱 진심이 느껴지고, 독자를 위한 글을 쓰는 작가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활동, 인간관계, 행사 등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우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괜스레 우울하거나 외롭다고 느낄 때 박상영 작가의 소설을 꺼내 읽어보는 건 어떨까?

사진 출처 : 김봉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