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정성은 교수

  • 446호
  • 기사입력 2020.06.27
  • 취재 고병무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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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순간을 자주 접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강의시간의 토론 활동부터 각종 경진대회, 취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성은 교수 ‘설득’에 대한 연구로 지난 5월 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정보체계 분과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정성은 교수를 만나 보았다.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며, 설득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심리학을 가르치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학부에서는 역사를 공부했는데, 기자를 준비하다가 커뮤니케이션학을 알게 되었고 계속 공부하게 되었다. 책 읽는 것, 흥미로운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동료학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논문을 쓰면서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18편의 논문을 게재했는데 그 중 7개를 커뮤니케이션 분야 최우수 학술지들에 게재하였다. 커뮤니케이션 3대 국제학술대회가 있는데 그 학회들에서 지금까지 총 60개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여러 분과로부터 올해의 논문상을 6차례, 발표논문상을 두 번 받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총 34차례 연구초청강연을 하였는데 2017년 미국 템플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동부지역 7개 주요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강연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정보체계 분과 최우수 논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어떤 상인지, 논문의 주요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CA)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 학회다. 발족한지 70년이 되었는데, 가장 먼저 생긴 연구분과 중 하나가 정보체계 분과(Information systems division)다. 미디어심리학, 설득커뮤니케이션 등을 포괄하는 분과인데, 2년에 한번씩 해당 기간 동안 출판된 학술논문 중에 한 편을 선정하여 최우수논문상(Randall Harrison Outstanding Article Award)을 주고 있다. ICA 공식 학술지 중 하나인 ‘Annals of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이라는 학술지에 나의 박사논문 지도 교수였던 에드워드 핑크 교수님과 설득에 관한 논문을 2018년 1월에 게재하였는데, 그 논문이 올해 ICA 정기학술대회에서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되었다.

설득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실험연구로 Petty, Cacioppo, Goldman(1981)이 있는데 이 연구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후에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반복검증한 논문이다. 이미 유사한 실험들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었는데 우리 연구에서도 원연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고, 그 이유들을 최대한 밝히려고 노력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연구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밝힌 점을 심사자들이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주요 관심 분야가 ‘설득메시지를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동기적 요인’이라고 했는데,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계획하고 있나?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는 다양한 수준(대인, 소집단, 조직, 대중 등)과 부문(정치, 경영, 보건, 과학)의 소통에 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그 중 설득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수준과 부문들에 적용되는 기초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 우연히 해당 분야를 알게 되었고, 석사논문을 쓰게 되면서 빠져들었다. 이후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당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수사학과 설득을 공부하는 한편, 사회심리학과에서 설득 심리에 대해 공부하였다.

 설득은 메시지의 특성 이외에도 수용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 입장, 신념, 그리고 개인적 이익과 관련된 동기와 감정 등에 영향을 받는다. 기존 입장들과 동기들이 설득메시지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편향적 정보처리에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해왔다. 최근에는 미디어 메시지(뉴스, 광고, 설득캠페인, 여론조사결과보도)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 그리고 자신에 대한 효과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에 대해 여러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아리스토텔레스는 메시지의 논리성(로고스) 뿐만 아니라, 말하는 자의 인격에 대한 듣는 자의 평가(에토스)와 듣는 자의 감정(파토스)등이 설득에 개입된다고 주장했다. 메시지 이전에 수용자의 관심과 관점, 동기, 관련 지식 등을 잘 알고, 수용자의 관점에서 메시지를 준비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와는 별개로 설득자와 수용자 간 관계 그리고 이전의 상호작용이 설득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만일 설득자가 이전에 수용자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했고, 그래서 신뢰가 있었다면 설득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평소에는 관계를 좋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꼭 필요할 때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면 설득 이전에 먼저 수용자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여 설득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대학원 수업에서는 무엇보다 좋은 논문들을 직접 읽고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논문 (특히 외국논문)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먼저 논문의 중요 부분을 같이 읽으면서 해설해 준 뒤 학생들에게 읽어오라는 과제를 주었다. 매년 같은 논문을 반복적으로 해설을 하다가 동영상으로 남겨서 이후에도 사용하고 다른 학교 대학원생들과 관심있는 연구자들에게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서 유튜브를 준비하고 있었다. 때마침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장비를 구입해서 논문해설 유튜브 강의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 총 23개의 논문을 해설하면서 50개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아직 구독자가 많지 않지만 오랫동안 유용하게 잘 사용할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논문 해설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할 계획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세미나를 하는 것과 유튜브를 통해 세미나를 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미래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은 가능하면 디지털화하여 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동영상도 책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시간과 장소,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으니 장점이 많다. 미리 저장해 놓으면 대면 수업에서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튜브로 공개하면 여러 사람들이 보게 되기 때문에 내용의 정확성과 품질 등에 많은 수고가 필요하지만, 여러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경기 시작 휘슬을 불어야 할 순간들이 있다고 말해 줍니다.”

 3학년 또는 4학년 학생들이 진로에 관해 상담을 해온다. 그 때마다 전에 즐겨했던 농구 시합 이야기를 한다. 시작 휘슬이 울리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자연스럽게 경기에 집중하게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시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고시를 보던, 취업준비를 하던, 유학준비를 하던 어느 하나를 결정하고 경기에 돌입해야, 집중해서 하게 되고, 경험이 쌓이기 마련이다. 목표를 정하고 시작하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선택에 대해 뒤돌아보지 말고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혹시 실패하더라도 큰 경험을 얻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저는 여전히 ‘희망촌 사람’입니다.”

 내가 태어난 자란 곳은 경상북도 월성군의 희망촌이라는 조그만 마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사투리를 쓰는 촌놈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부모가 되어서야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랑과 정성으로 자녀들을 키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고향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어쩌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는 교수가 되었는데, 고향 그리고 고향 사람들은 늘 제 마음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