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잘 사주는 선배, 홍승군(엔슬레이버) 동문

  • 450호
  • 기사입력 2020.09.01
  • 취재 정민석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26861

현대인 특히, 대학생에게 커피는 단순 음료를 넘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혼자 공부를 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아메리카노는 누군가에겐 필수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친구 혹은 지인과 더욱 친밀해지기 위한 매개체이기도 하며, 고마움에 대한 사례로도 활용된다.

대학생 필수 어플인 ‘에브리타임’에 종종 성대 후배들에게 커피를 사준다는 익명의 글이 올라오곤 한다. 자신은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그냥 테이크아웃을 해서 나가도 되고, 시간이 되거나 고민이 있다면 본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가도 된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엔슬레이버’(에브리타임 내 계정 닉네임), 홍승군(실명) 동문을 만나보았다.


■  엔슬레이버 활동에 관하여

Q. 성균관대 후배들에게 선행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대학생활을 하였다. IMF의 영향으로 인해서 학창시절, 가정형편이 심각하게 안 좋아졌고 대학에는 운 좋게 붙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정말 많은 알바를 해보기도 했고, 건설 노동일과 같이 일반 학생들이 접하기 힘든 일도 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냈다.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더 지쳤었다. 그래서 내가 취업을 하게 되고 현실에 숨통이 트이게 되면, 나와 같이 힘든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Q. 다양한 방식으로 후배들을 도울 수 있을텐데왜 굳이 카페에서 사주는 커피인가?

대학생활 동안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당연히 학점은 안 좋을 수밖에 없었고 취직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론적으로는 취직을 하게 되어, 2016년도부터 후배들을 작게나마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당시 성대 커뮤니티였던 ‘성대사랑’에서 활동하면서 금전적으로 힘들다고 하는 후배들을 많이 도와줬다. 이렇게 일면식도 없이, 계좌로 돈을 보내주는 형식으로 선행을 하던 중 기분 나쁜 사건이 터졌다. 익명의 누군가가 여러 계정으로 나한테 접근해 큰 금액을 가져갔고, 금전적으로 힘들다고 하던 이야기도 모두 거짓이란 것이 드러났다. 결국 그 사람을 고소까지 하면서 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 뒤부터,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냥 도움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래서 종로 쪽에 오게 되면, 성대 근처 카페에서 후배들에게 커피 한잔 사주는 것으로 도움의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아마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시기는 2018년도 기말고사 시즌 때부터였던 것 같다.


Q. 하루에 몇 명의 후배가 찾아오는지?

코로나19 사태로 찾아오는 후배의 수가 많이 줄었다. 기존에는 평균적으로 15~20명의 후배가 찾아왔고, 최대로는 29명까지도 왔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고 나서부터는 약 7~8명 내외로 오곤 한다.


Q. 후배들과는 보통 어떠한 이야기를 하나?

대부분의 후배들은 테이크아웃을 하고 나간다. 약 4분의 1 정도의 학생이 취업이나 진로의 측면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문과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행정고시나 CPA 그리고 공기업 취업 등이 주제가 되곤 한다. 그리고 극소수의 후배들은 취업 외에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토로하곤 한다.


Q.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는지?

우선, 후배들과 이야기 하는 게 상당히 즐겁다. 본인보다 조금 더 어리고 젊은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롭다. 또한 간혹 금전적으로 힘든 친구들을 간략하게나마라도 도울 수 있을 때 약간의 성취감을 느끼곤 한다. 밥을 사주기도 했고, 정말 힘든 친구들은 실질적으로 금전적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과거에 힘들었던 나의 상황을 회상하면서 여력이 된다면 더욱 지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Q. 엔슬레이버 활동에 대해서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개인적인 이유로 학교 근방에 오게 된다면, 카페에서 후배들을 기다릴 것 같다. 때로는 이러한 활동을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학생들도 있지만, 더 많은 후배들을 만나보고 싶다. 또한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문들과 함께 장학재단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 현재 직무에 관하여

Q. ‘엔슬레이버’ 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해 많은 학우들이 실제로 어떠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할 것 같은데그 부분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가?

현재는 DB그룹의 IT시스템 운영 및 대외 고객의 IT 사업을 수행하는 DB Inc.의 IDC사업팀에서 손익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는 관리회계 측면에서 손익을 측정하고, 관리자 분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끔 손익 및 기획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주로하며 부수적으로 영업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Q. 관리회계적인 측면에서 후배들에게 실무 역량에 대한 조언을 주자면?

실무적인 측면을 떠나 사회생활, 회사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성실함, 꼼꼼함, 인사성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실무 역량에 관해서는 가능하면, 프로세서, 알고리즘 기반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부 과목 중에서는 “미시경제학”과 “관리회계”를 수강하면 해당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만약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저 2개 과목은 필수로 수강할 것 같다.


Q.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기본적으로 사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지 이 기업에 돈을 벌어서 가져다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소서나 면접에서도 자신이 회사에 이익을 내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적인 측면에서 회사를 분석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일면식 없는 후배들에게 선뜻 무엇인가를 대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홍승군 동문은 자신이 과거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하면서, 그 쉽지 않은 일을 실제로 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힘들 때 다짐한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직접 되었다. 종종 어떤 사람들에게 다른 목적으로, 선행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과 조롱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 기사를 통해 후배를 위한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