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 16대 회장, 홍종선 교수

  • 455호
  • 기사입력 2020.11.16
  • 취재 고병무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7207

요즘 거의 모든 학문에서 사용되는 것이 바로 통계학이며, 통계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본교 역시 사회과학대학에 통계학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응용통계연구소와 같은 관련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본교 통계학과 홍종선 교수가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 16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본론에 앞서 이름 앞에 항상 ‘평산’을 붙이는데,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의 호(號)다. 통계학에서 제일 중요한 ‘Key Words’는 평균과 분산인데, 이를 의미하는 단어가 바로 평산(平散)이다. 또한 호는 자신을 낮춰서 부르는 말이기도 한데, 자식들 중에서 못난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산을 지키는 나무는 커다란 나무가 아닌 잡목이지 않은가. 이러한 잡목을 다른 말로 산목(散木)이라고 한다. 즉 평범하고 잡목과 같은 평산이라고 의미할 수 있다.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는 어떤 학회이며, 학회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먼저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는 학술과 관련되는 연구활동을 하는 학술단체로 대학교수들과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대부분이 통계학과 관련되는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일년에 여섯 번 학술회지를 발간하고 학술회의를 두 번 개최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사업이며, 그 외 다양한 워크샵과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회장으로는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의 전체적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지만, 무엇보다도 학회를 이끌어 가는 임원들과 회원들이 마음 편하게 그리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큰 일이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자금모금(Fundraising)이라고 생각하고, 이와 관련된 일을 추진 중에 있다.


통계학 공부를 하게 된 계기와 다른 전공에 비해 통계학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통계학을 전공으로 삼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면 감사하겠다.

나는 색약(色弱)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이과에 지원할 수 없었다. 문과 중에서 나와 제일 어울리는 전공이라고 생각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통계학이 많이 발전할 학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리고 많이 발전하리라고 예상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통계학의 르네상스 시대이다.’라고 과감히 얘기하고 싶다. 알다시피 요즘 거의 모든 학문에서 통계학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석박사 학위 논문을 보면, 통계학 논문 같다. 즉 대부분의 학문이 통계학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증명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통계학을 공부하면 주변으로부터 대접을 잘 받을 뿐만 아니라 취업에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요즘은 대학교수 초빙 공고에 통계학 박사 우대가 많다. 통계학 박사가 없어서 교수 채용을 못하는 대학교가 많다. 심지어 석사학위만 있어도 취업에는 걱정이 없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AI, IOT 그리고 빅데이터란 단어가 우리 주변에서 맴도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본교 응용통계연구소에서 연구를 해오고 있는데, 응용통계연구소에서는 어떤 활동과 연구를 하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어떤 것인가.

통계학과 졸업생, 재학생 등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목적으로 자활 연구소로 설립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 요즘에는 대학 연구소의 활동을 교육과 연구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활동이 많이 위축되었지만, 그래도 연 5회 이상 세미나를 개최하여 최신 학문을 연구하고, 다른 분야의 교수와 대학원생들 연구에 통계학 부분을 지원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수 년 전 모 보험회사에서 자동차 사고의 보험 처리에 관한 자료를 분석하여 사고자와 피해자 그리고 담당 보험사직원에 관계없이 보상업무를 처리하는 통계모형을 개발한 것이었다. 이 연구로 보험회사의 큰 이익과 인력 절감의 효과를 보았으며 그 모형을 개발한 연구원(대학원생)이 특채로 채용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공부를 했는데, 어떤 계기로 가게 되었으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사실 대학시절 평범한 학생이었다. 군복무 3년을 마치고 3학년으로 복학했는데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대학생활 적응도 힘들고 공부하기 어려웠다. 졸업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 없이 편지로 연락했는데, 6개월 만에 입학 허가서를 받자마자 출국하여 미국에서 대학원생활을 시작했다.

막상 도착해서 공부하는데 아는 것도 없고 준비도 전혀 안되어 있어서 정말 막막했다. 그러나 군대에서 배운 ‘안되면 되게하라’는 정신으로 도전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만 4년만에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사학위 논문이 미국 최고의 학술지에 게재되어 성균관대학교에 교수로 올 수 있었다.


마라톤을 즐겨한다고 들었는데,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부나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공부를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대학원부터 특히 공부는 꾸준히 해야 한다.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인내력이 중요하고, 그 인내력을 키우는 방법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운동 중에서도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을 강력히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30세까지는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몸에 이상이 찾아온다. 나도 운동을 30세 후반부터 늦게 시작했다. 여러 운동을 해보았는데, 운동신경이 둔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달리기가 최고다. 일단 땀을 흘려야 한다.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며 지구력과 도전정신을 키우면, 아무리 어려운 고난이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또 운동을 하다 보면, 점점 건강해지고 운동 강도가 세지면서 풀 코스 마라톤까지 도전하게 된다. 나는 42.195키로 풀 코스 마라톤 100회 이상 완주했으며, 철인3종경기 킹코스도 14번 완주했다. 또한 250키로 사하라 사막마라톤과 100키로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운동이 공부에 절대적으로 도움을 주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본인만의 연구철학은 무엇이며, 연구를 하다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극복방법이 있는가.

제 인생은 3가지 S로 정리합니다. 첫 번째 S는 Statistics(통계학)이고, 두 번째 S는 Sports입니다. 마지막 S는 Soju(소주)입니다.”

통계학 공부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과 정신력을 배양한다. 그리고 목표로 설정한 하루 일과를 완수하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소주를 마시면서 자축한다. 어려움이 없는 인생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어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도전하여 극복해야 한다. 3가지 S로 표현된 인생을 한 눈 팔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 결과로 논문과 교재를 많이 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1999년부터 교수의 업적평가를 실시하였는데, 그동안 교육, 연구, 봉사영역으로 구분하여 평가한 결과, 14번의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었고, 2번의 교육우수교수, 1번의 연구우수교수로 선정되어 모두 합하여 20년동안 17번 선정되어 인센티브를 24번 받았다. 따라서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므로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여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꾸준한 연구와 함께 현재 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데, 혹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나 말이 있다면 해주기를 바란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지낸 지도 벌써 40년이 지났고, 교수 생활을 32년째 하면서 가르치는 제자들이 내 후배에서 아들딸과 같은 나이로 변하여 자식 같아 보였고, 이제는 자식보다도 어린 학생들로 보인다. 그런 모습이 사랑스럽다. 많이 발전했다고 느끼지만, 체력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서는 약해 보인다. 너무 공부만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는데, 운동을 권유하고 싶다. 자신의 특성에 맞고 재미있는 종목 중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의 체력이 큰 문제다. 사실 이런 말을 해도 잘 안 듣는다. (웃음) 자신의 건강이 망가져야 그 때 깨닫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있다. 그러기 전에 미리 체력을 챙겼으면 좋겠다.

 

올해 <인물포커스>의 고정 질문이기도 한데,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기 바란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내 인생은 평산이고, 3가지 S다. 즉, 통계학에서 제일 중요한 평균과 분산으로 이루어진 내 인생이며. 3가지 S로 표현한다. 정리하자면, Statistics(통계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Sports(운동)로 체력과 정신력을 키워 도전하는 자세로 살며, 목표로 설정한 하루 일과를 완수하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Soju(소주)를 마시면서 자축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서 한 눈 팔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한다.


사진에 대한 추가 설명과 못다한 이야기

“나이 30세에 본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교육자로서 세운 목표 중의 하나가 ‘성대 통계학과를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겠다’ 였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제자들의 학위 논문을 국내 및 국제 학술지에 많이 투고하여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모든 내 제자들은 석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학술지 논문 2편 이상을 쓰고, 박사 졸업생은 3편 이상 논문을 게재합니다. 논문을 완성하여 투고하고, 심사를 받고 그리고 학술지에 게재되어 학술지와 별쇄본이 인쇄되어 나오면 제자들과 같이 축하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 중에 첫 번째 행복입니다.

공부와 연구를 위해서 체력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매 학기 한번 이상, 일년에 두 번 이상을 학생들과 같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합니다. 완주 후 완주 메달을 학생의 목에 걸어주면서 사진 찍고 이를 SNS에 올립니다. 달릴 때는 힘들었지만, 완주 후에 느끼는 성취감의 기쁨을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나눕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 중에 두 번째 행복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