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 이상구 수학과 교수

  • 470호
  • 기사입력 2021.06.27
  • 취재 이수경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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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이상구 교수는 어릴 때 수학을 탁월하게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수학 연구는 천재들이나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고교 시절 그의 멘토였던 형에게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을 것 같냐고 물었다. 형은 긴 편지에 한 줄로 의대나 치대를 가면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원한다면 본인과 같이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전공이 수학이다. 대학에 와서 수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강의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수업 시간에 들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됐다. 그래서 배운 것을 외우기보다 학우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윤강하고 토론하면서 이해될 때까지 꾸준히 학습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가면서 그때 수학에 빠져든 것 같다고 한다.  그에게 수학은 왜 배우는지 요새 핫이슈가 되고 있는 AI 수학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Q. 21세기가 되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어릴 때부터 수학을 배우지만, 대부분 우리는 ‘수학은 문제를 푸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학이 단순히 문제 풀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심지어는 대학에서도 '수학'을 배우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수학사에서 유클리드나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등에게 학생이나 일반인이 다양한 (사회, 공학, 수학) 문제를 물어봅니다. 그러면 학자들은  질문자가  '아~ 그렇구나!' 하고  원리를 이해할 때까지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합니다. 그 전통이 그대로 이어져서 서양에서는 전공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들에게 수학과목을 통하여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왔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수학을 한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라는 의미입니다.


주어진 조건은 무엇인지,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 오류는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따져보게 되죠. 문제 풀이는 수학적으로 생각하여 최적해를 찾는 여러 가지 일 중 아주 작은 한 부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모두에게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도록 수학을 학습하라고 권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컴퓨터, 데이터,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21세기에는 수학적 사고, 논리적인 이론 전개, 알고리즘, 코딩, 데이터/컴퓨터/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할 수요가 커졌습니다. 자신의 전공지식에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잘된 학생을 대학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 수학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 칠판에 유명한 공식을 하나 쓰시고, 누가 나와서 증명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나가서 증명했더니 선생님이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그 후로는 별로 스트레스 받지않고 수학 공부를 즐겁게 한 듯해요. 대학에 들어와서는 수학 교수님이 판서하시면서 칠판에 틀린 식을 쓰셨을 때, “교수님, 저 부분이 좀 이상합니다.” 하고 지적하니까 교수님이 야단을 안 치시고 “아, 잘 못 썼네” 하시며 고치시는 거예요. 그 수업 마치고 나오면서, 학우들 중 한두 명이 옆에 와서 “그걸 어떻게 찾았어?”라고 칭찬해 주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수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사 때인 1983년 <제5회 대학원 자연과학심포지엄>에서는 <미래수학사회> 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사진). 그 후 미국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러 가서 계산과학이나 데이터사이언스의 기초가 되는 행렬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점점 더 새로운 수학을 즐겼습니다. 교재 사이사이에서 보는 위대한 수학자들의 이름을 보고 그분들 생애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수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겠다.’는 목표가 생겨서 30년 이상 수학과 관련된 지식을 생산하며 공유하는 것을 즐기면서 살아 온 듯합니다.


Q. 요즘  강의하시는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과목은 무엇인가요?


A. 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과목은 문·이과 학생 구분 없이 예술이나 스포츠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관련 분야의 연구에 실제 AI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수학 내용을 한 학기 과목으로 만들어 개발한 교과서와 콘텐츠 및 강좌입니다. (http://matrix.skku.ac.kr/math4ai/) 간단하게는 전공과 무관하게 인공지능 대학원에 진학하여 사회로 진출하려는 학생 중 수학적 배경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됩니다. 선형대수학, 미적분학, 통계학 과목 중 AI 이해에 필요한 수학 개념과 계산 능력 및 데이터 처리 능력을 Python 기반의 코딩을 활용합니다. 토론하면서 쉽게 학습하여 자신감을 갖고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개발한 과목입니다.


Q.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이 왜 필요한가요?


A. 인공지능은 블랙박스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광범위한 수학적 지식과 알고리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많은 일반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벽이 수학입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누구나 자신의 전공 지식과 인공지능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수학지식을 갖추고, 여기에 개인적인 창의력을 보탠다면 직업을 구하는 데는 물론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5년 전 정부 기관의 예측에 의하면 앞으로의 직업은 70%가 Computer related job이고 나머지 30%는 Life related job 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두 분야의 인력 수요를 합하면 이미 100%가 됐으니 이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 봤습니다. 이는 이 두 분야를 제외한 다른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은 실업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공이 무엇이더라도 자신의 전공과 Computer 또는 Life 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Job은 얼마든지 생긴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봤습니다.


알아보니 우리나라 대학생 중 선형대수학, 미적분학, 통계학 및 컴퓨터 언어 과목을 모두 수강한 학생이 거의 없었고, 이 과목들 사이의 유관성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학생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 강좌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인공지능에 필요한 수학과 코딩 실력을 한 학기에 모두 갖추도록 일명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것입니다. AI 분야에서 커리어를 추구하려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지식인 수학들을 코딩을 적용하여 실습하게 됩니다. 교재 http://matrix.skku.ac.kr/Math-Coding-AI/도 한 학기에 학습하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재를 만들어 개설한 강좌가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입니다.


예를 들어 전공과 무관하게 졸업 후 바로 AI 관련 취업을 하거나, 인공지능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 본인 전공의 일반대학원에 진학하여 기존의 연구에 AI를 적용하여 새로운 연구를 해보려는 의욕이 있는 학생들에게 필요합니다. 거기서 좀 더 심화된 교육과 연구 경험을 가진 후, 창업하거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발하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성장한다면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분야 인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지금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과목은 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한 학기 과목이 될 것입니다.


Q. 우리 대학이 현재 세계가 필요로 하는 AI 인재를 양성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국가가 지원하는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는 ‘인공지능대학원’을 국내 최초로 설립했고, 우수한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인공지능 대학과 연구소 대학원을 만들면서 경쟁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발할 준비된 인재 풀은 경쟁하는 세계 일류대에 비하면 너무도 빈약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전공의 학부생들 대상으로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을 지도하여 그중에서 자신감를 갖은 준비된 학생들을 선발하고 우수한 교수님들이 AI 전공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세계적인 창의적 연구를 같이 진행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창조적인 AI 경쟁력을 빠른 시간에 확보할 것입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우리 대학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양질의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KMOOC 온라인 교육 서비스 (http://www.kmooc.kr/courses/course-v1:SKKUk+SKKU_45+2020_T1/about K-MOOC 강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인공지능수학 콘텐츠와 교재를 무료로 제공(http://matrix.skku.ac.kr/math4ai/Math4AI.pdf)해 전국적으로 인재풀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 학생들이 우리 대학 인공지능대학원이나 일반대학원에 지원하면 그중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련 학과 연구에 새로운 동력과 분위기를 불어넣는다면 성대는 AI를 활용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수학이란 전공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과목이라고 합니다. 수학 공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수학 지식은 문·이과 학생 구분 없이 예술이나 스포츠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관련 분야의 연구에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수학습 방법은 자연계 학생을 제외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을 그동안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AI와 빅데이터가 넘쳐나는 지금은 코딩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수학을 배울 때도 코딩을 활용해 학습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형대수학, 미적분학, 통계학 과목 모두 코딩을 이용해 개념 이해와 간단한 문제 풀이에 시간을 더 쓰고 복잡한 문제와 큰 데이터를 이용하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때 코딩을 이용해 학습하면 계산에 사용되던 시간에 여유가 생깁니다. 이미 코드로 구현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코딩을 모르는 학생들도 수학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코딩 능력도 갖추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도함수 단원의 경우 도함수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쉬운 문제로 도함수 구하는 연습을 해본다고 해보죠. 어려운 문제는 이미 제공된 코드를 이용하여 스마트 폰에서 간단히 클릭하면서 그래프도 그리고 해도 구하고, 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시각적으로 구현 할 수 있습니다.

(http://matrix.skku.ac.kr/math4ai/Math-DongA-MathCoding.pdf 수학동아, 주니어매쓰/Coding.) 

적분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적분의 개념을 익히고 복잡한 치환 적분과 같은 것은 빼고 어려운 문제의 해결은 코드를 이용해서 해결하면 됩니다. 개념을 간단히 이해하고 배우고 쉬운 문제를 접해봤다면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새로운 현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이 앞으로 모든 전공의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수학을 학습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봅니다. 언젠가 수학교육에서 평가 방법도 과정중심평가로 바뀔 것으로 봅니다.


Q. AI 수학에 대한 교수님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저는 Math4 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Math4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입문-한글버전), Math4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입문)-영어버전) 등 3권의 책을 최근에 발간했고 전자책으로 거의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buk.io/@kb4080 , https://buk.io/@kb5299) K-MOOC를 통하여 AI 수학과 관련된 4개 과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균관대가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세계 최고 수준의 Math4AI(인공지능을 위한 기초수학) 강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사회에 필요한 AI 인재를 배출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더 심화된 공부를 바라는 학생들 다수가 우리 대학 일반대학원의 다양한 학과나 인공지능대학원에 지원하도록 합니다. 그중에서 잘 준비된 학생들을 선발하여, 우리 대학의 우수한 교수님들이 세계적인 창의적 연구를 진행하시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수학 교수로서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성대는 또 한 번 비약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