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즐기며 학문을 탐구하는
우한민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 472호
- 기사입력 2021.07.28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5851
인간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는 바로 식욕일 것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것, 너무나도 행복하지 않은가? 음식이란, 어쩌면 삶 속에서 행복에 다가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우리 대학에서 식품생명공학을 가르치는 우한민 교수를 만나보았다. 우한민 교수는 2021년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국제 학술대회 및 정기학술대회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주)대상에서 후원하는 ‘대상(주) 학술상’의 주인공이 됐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6년도에 식품생명공학과에 부임한 우한민 교수라고 합니다. 부임 전에 한국에서 생물화학공학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고 독일에서 미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생물공학 연구를 수행했었어요.
Q. 식품생명공학과 소개 좀 해주세요.
식품생명공학은 생명공학 분야의 종합 응용 학문입니다. 최근 "食(Food)"의 분야는 전통적인 식품 이외에 Healthy Food, Medical 또는 Pharma Food, Beauty Food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식품생명공학은 바이오 소재를 원료로 다양한 생명공학기술을 접목시킨 식품 및 의약품, 화장품 등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이 질병 없이 아름답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첨단 생명공학에 관한 이론 및 기술을 연구하는, 우리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응용 학문 분야입니다.
식품생명공학의 매력은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항상 곁에 있는 친구와 같습니다. 이유식에서부터 노인, 환자식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있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NASA의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우주식(食)까지 기본에서 첨단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식품생명공학의 매력은 인간의 삶을 즐길 줄 아는 학문입니다.
Q. 센터장으로 계신 본교 바이오파운드리 연구센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식품생명공학을 포함한 생명공학연구는 과학자들의 땀과 신성한 노동에 의해서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생명공학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졌습니다. 물리적 공간과 노동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필요하게 되었고, 최근 눈부신 로봇과 AI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생명공학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바이오 파운드리가 그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목적에 맞는 설계도에 따라 로봇 유닛으로 구성된 자동화 플랫폼을 활용하여 다양한 생명공학 연구를 수행하는 일을 무인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 대학은 반도체 파운드리를 넘어 로봇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융합하는 자동화 바이오 파운드리(Biofoundry)를 국내 최초로 구축하였으며, 바이오 파운드리 연구센터를 1월 1일 개소하여 바이오 헬스 분야 고부가 신산업 창출 및 유니콘 기업 성장을 위해 초고속 바이오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센터는 자동화운용팀, 생명정보화팀, 산업화팀으로 역할을 나누어 긴밀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항상 열린 바이오 파운드리를 추구하고 있어 언제든 방문하시고 좋은 아이디어를 무인으로 구현하면 좋겠습니다.
Q. 교수님의 관심분야인 ‘산업미생물’은 무엇인가요? 그와 관련해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생물공학은 식품생명공학에서 바이오식품소재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면, 라면에 들어있는 라면스프 내 조미 성분인 MSG(Monosodium glutamate; 글루탐산 나트륨)를 만들고 새로운 화합물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라면 이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적당히 섭취하고 있는 조미료와 감미료는 미생물을 이용해서 설탕을 발효하여 MSG와 핵산 등을 공업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이때 사용되는 미생물이 산업미생물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식품분자 생물공학 연구실로, 산업미생물을 통하여 지구를 보호하고 인간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업미생물에서 식물 및 동물의 유전자를 도입하여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로써, 채취하기 어려운 식물의 유효성분을 단순한 미생물 발효를 통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동물에서 추출하던 유효성분을 역시 미생물 발효를 통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연의 미생물은 앞에서 언급한 화합물을 생산할 수 없는데요,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서 대사 회로를 재구성하여만 신규 화합물을 설탕으로부터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학문 분야를 대사공학이라 하고, 제가 열정을 다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산업미생물 개량을 위한 다양한 대사공학 및 합성생물학 도구의 개발과 고부가 산물 생산 연구’를 수행한 공로로 지난 6월 24일 대상 (주) 학술상을 받으셨습니다. 해당 연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서 산업미생물을 이용하고 개발할 때 유전자의 조작기술이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산업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저희 연구실이 개발했고, 바이오 파운드리에서 중요한 유전공학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 기술을 활용하면 산업미생물의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정밀하게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유전자 조작 속도와 정밀도를 높인 새로운 생명공학 도구로 산업미생물부터 다양한 바이오 신소재 개발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요.
산업미생물로 MSG와 같은 식품 소재의 생산기술을 뛰어넘는 의약품 바이오 신소재 생산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 교목인 은행나무 잎 유효성분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알츠하이머 치료나 비만 치료 성분으로 쓰일 수 있는 칸나비노이드 등의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바이오 신소재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최근 AI 기술을 활용하여 유전자의 발현 조절을 예측할 수 있는 딥러닝 프로그래밍을 개발했습니다. 딥러닝 기술, 로봇기술,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합하여 희귀 바이오 소재를 개발한다면 연구개발 성공 시점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희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뛰어난 자질이 있어서 제가 좀 더 노력하여 학생성공과 교수성공의 모델로 다음에 또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학문을 탐구하는 데 교수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무엇인가요?
저희 학생들과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 두 가지를 항상 당부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ACT입니다. ACT는 Aim, Control, Tool의 약자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구를 갖고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공학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접근하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할 때 효과적인 접근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학문 탐구에서도 ACT의 신념을 갖고 ACT(행동하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즐기는 것입니다. 연구는 끝이 없습니다. 논문 출판을 위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고 학위 취득을 위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논문과 학위 취득은 연구 활동의 과정에서의 얻어진 것으로 서로 공유하는 스토리와 같습니다. 따라서 논문을 발표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인생을 즐기듯이 학문 탐구도 긴 호흡을 갖고 즐기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식품생명공학과 학생들에게 응원과 조언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식품생명공학과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작은 응원을 하고 싶습니다. 대학 생활 동안 현실적인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게 됩니다.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계속 고민하다 보면 결국 철학적인 문제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각자 고민과 사색 없이 현실적 문제를 마주하게 되면, 다소 보수적인 결론이나 시대가 제시하는 정답(?)을 따라갑니다. 그렇다고 ‘배고픈 철학자가 되어라’라는 말은 아닙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삶의 본질은 고민하고 자기의 기질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열정을 찾는 방법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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