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
물리학과 박상연 박사

  • 478호
  • 기사입력 2021.10.25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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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 오후 7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비행에 나섰다. 비록 더미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는 데 실패해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 역시 과학 기술 분야에 이바지할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는 물리학과 박상연 박사를 만나보았다. 박상연 박사는 ‘과학계의 신인상’이라 불리는, 포스코청암재단에서 선정하는 ‘2022 포스코사이언스펠로’에 신소재 분야로 선정됐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소속 박사 후 연구원 박상연입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University of Oxford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2년 동안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18년에 돌아와서,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에서 2차원 나노소재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셨는데 외국 대학에 입학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흔하지 않지만 아마 교수님들께서는 2000년대 중반에 조기유학 붐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거예요. 아마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그즈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 당시 많은 초중고생이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조기유학을 떠났고, 저도 부모님의 권유로 2006년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홀로 이민 가방 두 개를 들고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어요. 제가 간 곳은 그 흔한 한국인도, 중국인도 없는 백인 비율이 90% 이상인 위스콘신주였어요. 진학한 사립 고등학교에선 유일한 동양인으로 있었지만 학생회 임원도 맡고, 축구부 및 테니스부 주장까지 하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교에도 수월하게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 때는 박사과정을 목표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 보니 학점을 높게 유지했고 대학원 입학시험(GRE)을 미리 준비한다든가 학부 연구생 생활을 2년 넘게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대학원도 10곳 이상 지원했고 나노과학 연구를 하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연구실에 박사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Q. 해외 대학생활과 현재의 한국 대학생활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학생활은 어느 나라든 어느 학교든 비슷한 것 같아요. 치열하게 공부하고 틈틈이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한다든지 술을 마시는 게 같아요. 다만 당시에는 소주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위스키나 보드카를 마셨지요. 한인타운을 가려면 차로 3시간 가량을 가야 해서 자주 들르지는 못했지만, 들를 때마다 피곤함은 금세 사라지고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Q. 성균관대 물리학과 '반도체 나노소자' 연구실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현재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박사과정이 끝나갈 때 즈음 병역 특례업체를 찾던 중에 옥스퍼드 대학교 지도 교수님이셨던 차승남 교수님께서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로 옮기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성균관대에 있는 병역 특례 지정 연구소로 지원하게 되었지요. 제가 박사학위 심사를 받을 때가 27살이었는데, 혹시라도 입영통지서가 나올까 봐 걱정이 되어서 재빠르게 귀국해서 성균관대학교에 재직하게 되었습니다.


Q. 포스코 사이언스펠로십에 선정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포스코 사이언스 펠로십은 포스코청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펠로십으로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철강, 신소재, 에너지 소재 등 7개의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2년간 최대 1억의 연구비가 지원됩니다.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과학계의 신인상’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저는 신소재 분야에서 받게 되었는데, 아마도 박사과정 및 박사 후 연구원 기간 동안 한 분야를 꾸준히 심도 있게 연구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현재 진행중인 연구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옥스퍼드 박사 학위과정 때부터 현재 성균관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2차원 차세대 반도체 물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차원 물질을 직접 합성하고 합성된 소재의 독특한 물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자소자에 응용하는 연구를 합니다. 특히 저는 2차원 소재의 기계적 특성과 유연 소자 응용에 관심이 많아 2차원 소재나 소자를 구부리는 실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2차원 반도체 소재는 구부릴 경우 물성이 크게 바뀌는데 이러한 특성을 소재의 물성이나 전자 소자의 성능에서 변화를 관측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2차원 소재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2차원 소재의 수소 생산 연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차원 소재는 촉매 물성이 우수하여 많은 수소 생산 촉매 연구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물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2차원 촉매 물질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효율이 높은 저비용의 대면적 2차원 촉매 소재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Q. 생활 속에서 '신소재공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신소재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더위에 냉감 기능을 갖춘 옷들이 신소재를 적용한 것이죠. 신소재는 스포츠에서도 많이 쓰이는데요. 가볍고 강도가 높은 골프채나 테니스채에도 탄소섬유 등 다양한 신소재가 많이 쓰입니다. 이렇듯 생활 속에 있는 소재를 둘러보면 대부분 신소재일 겁니다.


Q.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연구자로서 과학계에서 인정받는 연구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삶이 학생들 또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써 앞으로 30~40년 동안 연구 할 텐데, 지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시 관람이나, 테니스, 축구, 수영, 헬스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Q.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응원과 조언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교수님들과 학생 여러분들이 열심히 연구해 주신 덕분에 성균관대학교는 해외에서 봤을 때 상당히 눈에 띄는 연구 중심 대학교입니다. 본인이 연구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끈기 있게 공부하셔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