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win을 위한 필승전략
–현대 중공업 파워시스템(HPS) 권오식 대표이사

  • 481호
  • 기사입력 2021.12.12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5179

“두 사람이 한 병에 담긴 물을 똑같이 나눌 수 있는 방법, 뭔지 아세요?”

정답이 뭘까. 나는 머릿속으로 물병을 그리고, 수차례 따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병을 기울여보아도 두 컵에 담긴 물의 양은 오차가 존재했다. 권오식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문제의 답은 “한 사람이 물을 붓고 한 사람이 선택하게 하는 것” 즉, Win-win의 전략이었다.


매출 ‘0’원으로 시작한 현대 중공업 파워 시스템(HPS)이 약 2,000억 원 매출 규모의 회사로 자리 잡기까지, 그 바탕에는 권오식 초대 대표이사의 Win-win의 철학이 존재했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많은 시행착오와 극복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권오식 사장님, 권오식 선배가 가꾸어온 다년간의 필승전략을 알아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영문과(77학번) 졸업생 권오식입니다. 졸업 후 82년에 현대건설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했어요. 현대건설 재직 시 해외 영업 본부장을 맡으며 약 15년간 해외 근무를 했습니다. 이후 퇴임하고 2015년 6월에 현대중공업 플랜트 사업본부에 재취업해 제2의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현대 중공업 파워시스템(HPS)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해외 근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해외 영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82년 현대그룹에 입사할 때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당시 현대건설이 영어 전공자를 많이 채용하기도 했고 그 당시 현대건설이 해외 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서 해외영업 본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해외에서 일을 하면 근무 수당과 봉급이 꽤 되는 편이라 얼른 나가서 돈을 벌고 빨리 자립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죠. 저도 84년에서 86년 2년간 사우디에서 열심히 일 하고 아파트 하나를 장만할 수 있었답니다. (웃음) 


Q. 자타 공인 ‘중동 전문가’로 불리시는데, 해외 사업 업무와 관련해 어떤 경력을 갖고 계신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요.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지사에서 12년간 근무를 했어요. 그렇게 2010년 중동에서 근무를 마치고 이후에 남미로 향했습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 첫 지사를 설립하고 베네주엘라, 우루과이, 칠레 등에서 공사를 수주하면서 현대건설이 현재까지 남미에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았습니다. 3년간 매년 100억 불, 이후 1,000억 불 수주를 달성했어요. 현대건설 역사상 가장 많은 수주를 했다고 볼 수 있죠. 현대중공업에 와서는 플랜트 사업본부에서 중동 사업의 발주처 대관업무와 영업을 했고 보일러 설비부문장을 하다가 보일러 부분으로 HPS가 분사되면서, 초대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Q. 오랜 시간의 해외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쿠웨이트에서 근무하는 동안 2003년 이라크전이 발발했어요. 미국이 전쟁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였죠. 가족들하고 회사 직원들은 모두 철수를 시켰어요. 그런데 사업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저를 포함해 지사장, 일부 관리부장, 현장소장 10명 정도는 현장에 남아있었어요. 이때 한국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보도를 많이 했었는데, 새벽이고 낮이고 저에게 전화가 와서 상황이 어떤지, 동향이 어떤지 묻더라고요. 하루는 동아일보에서 왜 아직 철수하지 않았냐고 묻길래 단계별 매뉴얼에 따르면 아직 철수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더니 다음날 신문 1면에 ‘건설사 직원, 목숨 건 잔류’라는 헤드라인이 걸렸더라고요. 그때 저희가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건설부, 청와대에서 기사를 보고 “왜 목숨을 잔류시키게 하냐 빨리 철수시켜라” 해서 급하게 철수했던 기억이 있네요. 공항에서 짐 검사를 해주던 분들도 저희를 알아보시더라고요.


Q. 현대중공업 파워시스템(HPS) 대표이사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HPS는 현대건설과 하나의 회사였다가 분사되면서 매출 ‘0’원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제가 초대 대표이사로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약 2,000억 원 매출 규모의 회사로 확장됐고요. 향후 1조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키고자 목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년 기업으로 초석을 다지는, 그 초석을 다져놓을 수 있는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늘 청지기 정신을 생각해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재물. 일, 능력을 잘 관리해서 나의 후대한테 물려주는 것. 지금 나한테 주어진 역할을 내 후대에 잘 물려주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 은퇴 이후 책을 써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현대중공업 파워시스템(HPS)이 지속가능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당면하고 있는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HPS은 산업용 보일러를 만드는 회사에요. 즉 탄소, CO2를 배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처와 탄소 중립에 대한 이슈가 커요. 다시 말해 중장기적으로 보일러 사업은 퇴출될 위험이 있는 분야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비전으로 세우고 기술을 활용해서 CO2를 절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전력공사와 진행하고 있는 기술 개발이 있는데, 한 가지는 기존 석탄 발전소에 암모니아를 혼소하여 CO2 배출을 절감하는 기술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배기가스에서 CO2를 포집하는 기술이에요. 최근 우리 정부가 발주한 탄소 중립 국책과제 중 2가지 사업에 우리 회사가 파트너로 선정 됐어요. UN에도 2030년까지 18년 대비 40%의 탄소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앞으로 2025년부터 50년까지 이런 사업들이 활발할 거예요. 이러한 기술을 내재화하면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 위해 기초를 다지고 있습니다.   


Q. 경력만큼이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을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극복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행착오를 많이 일으키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에요. 일단 움직여야 해요.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을 하죠. 그게 정주영 회장님의 지론이기도 하고요.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실무에 들어가서 부딪혀보는 것은 다릅니다. 어떤 상황이 옳은지, 더 빠른 길인지 실무에선 파악할 수 있어요. 하지만 머릿속에서 기획할 때는 문제점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아요. 회사에서 결제를 받아보면 어떤 친구는 2시간 만에 해오고 어떤 친구들은 이틀에 걸쳐 해와요. 물론 이틀 걸린 친구는 잘해야겠다, 흠 없이 해야겠다, 치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공을 들인 거겠죠. 하지만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생각하던 방향과 다른 방향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실수를 안 할 수는 없어요. 실수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빨리 수정하고 나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행동에 옮기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수정, 개선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의 기업 경영철학이 궁금해져요.

물을 컵에 똑같이 따르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그 방법은 한 사람이 물을 붓고 한 사람이 선택하게 하는 겁니다. 그게 결국 Win-win이에요. 모든 관계에 있어 상호 간에 이득이 되는 관계이어야 그 관계가 더욱 굳게 맺어지며 오래갈 수 있어요. 38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이치입니다. 조직 내 상하 간의 관계, 발주처와 업체와의 관계, 원청업체와 하청 협력업체. 그 모든 관계가 Win-win이라는 대명제하에 이루어져야 사업이 되고 운영이 됩니다. 한 사람이 잘 되고 한 사람이 못 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해요. 내가 존재하고 직원이 존재하고 동료가 존재함으로써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 거죠.


Q. 학창 시절 영문학과 77학번 권오식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는 나서기도 싫어하고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A형이라.(웃음) 대학에 들어와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교내에서는 과대표, 학회장, 합창부를 해보기도 하고 혼자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한미학생회에서도 성균관대 대표로 문화 교류를 했어요. 그때 여자친구도 사귀었죠. MBC 방송국 스피드 퀴즈 프로그램에 나갔던 경험도 있네요. 4년간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해본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많이 해보면서 생각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감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그때의 경험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조직생활, 사업은 기술과 인간관계인데 학창 시절 때 여러 사람들과 맺은 관계와 경험 덕분에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Q. 20대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내 인생의 가치들

핸드폰 하나를 사고 심지어 옷을 하나 사더라도 돈의 가치를 따지잖아요.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치를 따져봅시다. 우리 인생에서 뭘 샀을 때 가장 행복하냐? 뭐가 제일 가성비가 좋냐? 고 한다면 ‘경험’을 살 때일 겁니다. 여행 갈 때는 몇백을 내더라도 여행을 가고 연애를 할 때는 돈을 막 써도 아깝지 않잖아요. 그런 경험을 사는 것들을 많이 하세요.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많이 도전하세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인재고 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외골수적으로 한곳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적인 감각, 경험을 쌓으셨으면 합니다.


최근 읽은 책 <인성의 힘>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남을 위한 일들을 해나가며 쌓이는 것이 인성이 된다.” 인성이 좋은 사람은 자기만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서, 동료를 위해서, 파트너를 위해서 일 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듭니다. 어느 정도의 실력과 더불어 인성을 겸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행복은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에 괴리를 느끼지 말고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가진 일에 대해서 긍정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