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나비효과’, 국어 교사 윤혜정 동문

  • 410호
  • 기사입력 2018.12.24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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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졸업생 ‘휴먼북’으로 성균관대 졸업생인 윤혜정(교육학과) 선생님이 모교를 방문해 화제가 됐다. 특히, 윤혜정 선생님의 ‘휴먼북’은 많은 학생들의 신청 열기로 인원 증원까지 이루어졌을 정도였다. 윤혜정 선생님은 ‘EBSi 개념의 나비효과’ 강의를 통해 공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성균웹진 인물 포커스에서는 ‘휴먼북’을 통해 윤혜정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많은 학우들을 위해 윤혜정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담아보았다.


- 얼마전 성균관대학교 졸업생 ‘휴먼북’으로 모교를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고 후배들을 만나보니 어떠셨나요.

졸업 후 학교 방문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혜화 로터리부터 이어지는 길을 따라 들어서면서,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그대로 남아있는 기억 속의 모습들에 많이 반갑고 놀라웠습니다. 동기들과 사범대는 왜 꼭대기에 있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리며 힘겹게 올랐던 오르막이나 마지막 졸업 사진 속에 남아있는 도서관 앞마당까지 바로 어제 만난 듯하더라고요.

‘휴먼북’ 윤혜정을 만나러 와 준 제 제자들이기도 한 후배들과의 만남은 저에게도 큰 힘이 돼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날이 복직한지 정확히 일주일 되는 날이었어요. 감당해야 할 너무 많은 역할들과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업무들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바닥에 떨어졌어요. 지친 모습으로 후배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 일이 너무 미안하고 부담 됐죠. 그렇지만 웬 걸요. 제 강의로 같이 공부하고 노력했던 제자들이기도 한 후배들의 고민과 경험담들은 다시 한 번 제가 서 있는 자리의 소중함과 그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어요. 저 또한 선배로서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교사로서 각오를 다시 다질 수 있었습니다.


- 국어 교사가 된 이유가 있으신지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에 입학했고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과목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택의 기회 앞에서 일 순위로 생각할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인가’였습니다. 지금은 어렵지 않은 일이 없어요. 많은 아이들이 선택의 기회 앞에서 고민하고, 결정의 순간까지 가는 길에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말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 없어. 기왕에 쉽지 않은 일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네가 좋아하는 일을 골라’ 라고요. 이렇게 선생님이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다음 선택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였습니다. 최종 선택지는 제일 좋아했던 국어였어요. 국어는 우리 삶 그 자체라 국어를 가르치기로 한 것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 교사로서 가슴에 품고 계신 교육관이 있으신가요.

‘나의 경험과 나의 판단으로 아이의 상황을 재단하지 말 것’. 교직에 십 년 넘게 있으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은 제 경험의 테두리 바깥의,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에 이 아이들이 놓여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사와 아이의 얕은 관계에서나 교사에 대한 아이의 신뢰가 밑바탕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속이야기를 아이가 꺼내기 힘들 때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솔직하게, 진심으로 대하고 기다려 줄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더라도 그래도 믿어줄 것. 어렵지만 교사로서 마음에 다짐하는 것들입니다.


-학우들에게는 EBSi 강의 ‘개념의 나비효과’로 익숙할 것 같습니다. ‘개념의 나비효과’ 강의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어요. 스스로 글(지문)의 구조를 파악하며 읽을 수 있게, 스스로 처음 보는 문학 작품(시, 소설)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스스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의 방법과 절차를 계획할 수 있도록이요. 그걸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본 실력을 국어의 ‘개념’이라고 명명해 봤어요.

수학이나 영어, 탐구 과목들과는 다르게 공부의 시작점조차도 쉽게 찾기 어려운 국어라는 과목의 특성에 대해 고민해 봤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수능 언어 영역을 공부하면서 무작정 문제만 반복해서 풀었던 제 경험을 떠올려 봤을 때,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수능 국어 공부 방법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선생님이 지문과 문제를 해설해 주는 것을 보고 듣고, 그것을 이해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할 수 있는 수능 국어 공부를 위해 아이들에게 기본 장비를 챙겨 주자. 그 목표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수능 기출문제를 정말 탈탈 털어 분석하고 분류하고 정리해서 개념의 나비효과 교재와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 학교 교사와 EBSi를 병행하기 힘드실텐데 어떠신가요.

학교 수업과 업무, 그리고 EBS 강의 준비와 제작을 병행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07년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2년이네요. 시간이 흘러가며 주어지는 역할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까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제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큰 것으로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알고 있는 국어 지식, 그리고 올바른 공부, 효율적인 공부를 하기 위한 방법과 마음가짐 그냥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뿐인데, 그게 아이들에게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의미로 힘으로 전해지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보기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19살 아이들에게는 지금 그 시기가 인생 최대의 시련이 아닐까요. 그 시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방법을 배운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더 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조금 더 잔소리하고, 조금 더 응원하면서 이 자리에 아직은 있습니다.

 

- 일 하면서 힘들 때와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시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물리적 인간의 한계를 느낄 때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저에게도 시간은 똑같이 스물 네 시간밖에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절감할 때 힘들더라고요. 그럴 땐 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요. 우선순위에서 밀어두게 되거든요.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들을 제한하는 일들이 사실 예전에는 당연했고, 또 마음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지 않았는데, 요즘엔 그것이 아쉽고 속 상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럼에도 보람찰 때가 있죠. 강의로만 만나던 아이들을 실물 확인했을 때가 그런 것 같아요. ‘이런 모습으로 모니터 뒤에서 공부하고 성장하고 있었구나.’하고 느끼죠. 저에게는 가장 큰 힐링이고 동기부여예요. 수강후기 게시판에서 저의 작은 말 한 마디에 목표를 세우고, 습관을 바꾸고, 삶의 주인 자리를 다시 찾아 걸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제가 밟고 서 있는 자리를 내려다보게 됩니다.


- 교사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엄마는 꿈이 뭐야?’ 여섯 살 우리 꼬마가 한 질문이었는데, 순간 멍했죠. 내 꿈을 이뤘고, 그 꿈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지금의 나에게 또 꿈은 무엇일까? 그걸 한참 고민하는 중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개념의 나비효과처럼 국어의 기본을 더 쉽게 잡아 줄 수 있는 교재와 강의를 기획하고 있어요. 개념의 나비효과가 수능 국어 과목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도왔다면, 학교 국어 과목 공부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재와 강의가 되는 거죠. 더 쉽게, 더 재미있게 국어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서 준비 중입니다.


- 성균관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가요? 우리는 종종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재의 나를 미래를 위한 밑거름처럼 대할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지금 내가 참고 노력하고 이를 악물면’ 이라는 생각. 그러나 지금 노력하고 있는 나도, 이 시간들도 내 인생의 소중한 일부잖아요.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격려하고, 현재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현재의 결과인 미래의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잘해 왔고 잘하고 있다고 여러분의 계획과 목표, 꿈을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