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계를 잇다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 초대 원장 송승환

  • 420호
  • 기사입력 2019.05.27
  • 취재 이서희 기자
  • 편집 고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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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우리 대학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에 송승환 초대 원장이 취임했다. 송승환 원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으로 이름을 날려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우리 대학은 문화∙예술∙미디어의 경계를 넘은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의 문을 열었다. ‘난타’와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을 기획하며 융합의 길을 걸어온 송승환 원장이 초대 원장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소식이다. 이번 인물 포커스에서는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융합의 길을 걸어온 송승환 원장과의 대담을 담아보았다.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 초대 원장


초대 원장의 자리에 앉게 된 소감을 묻자 송승환 원장(이하 송 원장)은 성균관대학교가 강조하는 ‘융합’이 자신의 뜻과 맞았다고 대답했다. 송 원장의 대표작인 ‘난타’ 역시 융합의 산물이었다. 취임 이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을 통해 평소 관심 가지던 융합의 새로운 길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융합이라는 것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문화예술미디어융합원에서 평소 관심 가졌던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직 취임한지 얼마 안됐지만 문화∙예술학과 안에서, 또 그를 넘어 문∙이공계와도 다양한 융합을 시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샵, 프로젝트를 활성화해보려 합니다."


난타를 통해 한국을 그리다


전통적인 사물놀이의 리듬을 서구의 뮤지컬 공연 방식으로 풀어낸 ‘난타’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연예계 활동을 해온 송 원장은 한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배우라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았다. 직접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작품 기획에 발을 들였다. 1985년, 뉴욕을 나선 그는 다양성이 인정받는 뉴욕의 문화를 접하며 새로운 장르를 꿈꾸게 된다.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비언어극 기획은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를 담은 ‘난타’가 되었다.


“해외에서도 올릴 수 있는 공연을 꿈꾸게 되었죠. 한국어로 공연하면 못 알아듣는 관객들이 생기니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해외에서도 언어의 장벽 없이 공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비언어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공연할 수 있으니까요. 언어 없이도 어떻게 무대를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사물놀이가 생각나더군요. 사물놀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이 녹아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물놀이를 단순히 연주하기 보다는 ‘연극’화 할 것이니 사물놀이의 ‘두들김’이 많은 공간, 주방을 배경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방의 도구들을 악기 삼아 연주할 수 있는 인물들, 요리사들을 인물로 삼고 음식을 소재로 삼게 되며 난타가 탄생했지요.” 난타를 통해 어떤 무대를 꾸미고 싶었는지 묻자 송 원장의 당시 포부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올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동시에 사물놀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함을 담은 패밀리쇼를 만들고 싶었어요. 온가족,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남녀노소 같은 장면에서 웃을 수 있는 무대를 그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평창 올림픽, 조화와 융합


지난해,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감독을 하게 된 것은 송 원장에게도 뜻깊은 일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올림픽이다 보니 사명감과 각오보다는 부담감을 느꼈다는 그는 다시 한번 융합을 통해 무대를 꾸몄다.


“한국 전통문화의 특성 ‘조화’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평창 올림픽은 한국인만의 축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인들에게 올림픽을 전할 수 있는 글로벌한 ‘융합’ 역시 주제로 채택되었죠. '조화'와'융합'. 그렇게 한국을 담은 글로벌한 공연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한국만의 전통을 보여주되, 현대적인 기술과 결합시켜 융합된 재해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을 새롭게 그려낸 그의 방식은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의 전통만을 내세우던 방식을 벗어나 인문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한 송 원장의 무대는 현대적인 한국을 전 세계에 알렸다. 송 원장은 한국적인 것이 독보적일 수는 있어도 세계적인 것이 되려면 글로벌한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통만을 내세우는 방식보다는 글로벌한 보편성을 가미한 것이다.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글로벌하고 세련된 무대를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방식은 기존의 국제 행사에서 많이 시도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현대적인 모습이 가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화와 열정'이라는 메세지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그려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현대 영상 기술들을 통해 한국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뜻깊은 자리였네요."


송승환 원장이 생각하는 ‘융합’


송 원장이 걸어온 길들을 돌아보면 모두 색다른 요소들을 융합한 그의 도전 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에게 융합을 묻자  망설임 없이 ‘협업’을 답했다. 융합은 이전의 것들을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는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 안에서 융합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죠. 그래서 협업이 중요한 것입니다. 예술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 디자인 감각과 테크니션과 같은 융합과 협업의 정신이 있을 때 새로운 산물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시야를 넓힐 수 있어야 해요. 서로 다른 분야를 인정하고 때론 양보하며,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시야를 돌리고 연구를 하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전공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분야에도 관심 가지길 바랍니다. 그래야 융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 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 역시 중요합니다. 지식과 지식이 만나야 융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 즉 협업을 통해 융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기를 바래요.”


“성공하는 것이 행복한 것보다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곧 성공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대학 시절이 여러분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시기가 되길 바랍니다.”


송승환 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그가 걸어온 융합의 길이 곧 성공의 길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던 자리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통해 성공을 이뤄낸 그는 이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융합의 길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는 오는 7일 오전 10시, 퇴계인문관(31038)에서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첫 만남을 갖게된다. 그의 특강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