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대학로 속 숨겨진 고요하고 따뜻한 카페
‘notcmplt’ 와 손예원 사장님

  • 459호
  • 기사입력 2021.01.13
  • 취재 박효진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8265

아늑한 분위기의 우드와 벽돌, 달콤한 크로플, 귀여운 마스코트 구름으로 유명한 이곳은 혜화의 작은 카페, ‘낫 컴플리트’다.


‘go live your life, not cmplt’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 속 멋진 음악과 함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껏 책을 읽으며 일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이곳은 결코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미완의 공간이다. ‘낫 컴플리트’는 이름 그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2가 150-2

영업시간: 월-토 12:00-22:00 (일요일 휴무)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임시 휴무

사진 출처: 낫컴플리트 인스타그램 @notcomplt https://www.instagram.com/notcmplt/

“언젠가 학교 앞에 카페를 차릴 거야.”

대학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던 한 캠퍼스 커플의 로망은 현실이 되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카페 ‘낫 컴플리트’의 창업주 손예원(사학 06) 사장님과 그들 부부가 가꿔온 미완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학교에서 만난 신랑과 함께 제2의 홈그라운드인 성대 앞 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인 손예원이다. 성균관대 사학과 06학번 졸업생이다.


Q. 성균관대학교 06학번 손예원은 어떤 학생이었나?

정말 갈팡질팡한 채로 대학생활을 쭉 보냈던 것 같다. 진로가 명확한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그 덕에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여러 가지 대외활동들을 많이 했었다. 사실 지금도 비슷하다. 능력에 비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기웃기웃한다.


Q. 사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계기는 무엇인가?

회사를 다니면서도 신랑과 늘 우리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언젠가는 우리의 브랜드를 만드는 상상도 했고. 그중 가장 원했던 일은 내 취향의 공간을 오픈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꿈을 키워가며 회사 생활을 하던 중 건강 상의 문제로 몇 달간 병가를 내게 되었다. 은퇴를 하고 나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열정과 에너지가 있는 젊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된다는 걸 체감한 것이다. 그래야 실패해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상상만 하던 창업이라는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다.


Q. 창업 준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주변에 창업을 해 본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나와 신랑 주변에는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라 창업에 있어 조언이나 도움을 받을 길이 마땅치 않았다. 유튜브와 블로그들이 큰 힘이 되어줬다.


Q. 평소 ‘공간’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카페 ‘낫 컴플리트’의 인테리어 컨셉은 무엇인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조용한 골목 안 작은 비밀의 정원.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이라는 영화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 왔다. “이런 건물에 카페가 있다고?” 하면서 낡은 계단을 올라와 문을 열었을 때 의외성을 주고 싶었다. 붉은 벽돌과 큰 테이블, 그리고 많은 식물들이 그 역할을 하길 바라면서. 모든 스팟이 다 좋지만 나는 2층의 격자 창을 바라보는 바 테이블, 그리고 1층 안쪽의 작은 정원을 참 좋아한다. 공통점은 초록이 보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Q. 손님에게 제공되는 엽서를 직접 제작하는 등 카페 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시는 것 같다.

그렇다. 가끔 솜씨 좋은 친구가 그려주는 엽서나 낫컴플의 사진을 인쇄해서 손님들께 한정판 깜짝 선물로 드리기도 한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실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단골손님은 나와 비슷한 성향의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늘 사는 동네나 학교, 회사 근처에 아지트 같은 카페를 만들어 두었다. 손님들에게 이곳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오래 편히 머무실 수 있도록 바 테이블도 충분히 만들어 두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카페에 비치해두기도 한다.


Q. 메뉴 개발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일단 맛이다! 돈 주고 사 먹을만한지, 또 한 번 먹고 또 와서 먹을만한지 끊임없이 테스트한다. 그리고 맛이 잡히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으니 외모(?)를 가꾸어 주는 작업을 한다.


Q.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는?

아무래도 우리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낫 크로플’ 일 것 같다. 혜화에 크로플이 단 하나도 없던 작년 봄에 런칭해서 대학로에 크로플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우리끼리 주장하는 중이다(웃음). 정말 좋은 재료만 쓰고 플레이팅도 열심히 연구했다. 크로와상과 메이플 시럽, 아이스크림, 카라멜라이즈드의 조합이 아주 기가 막히다.


Q. 이미 유명해진 메뉴 이외에 손님들이 꼭 맛봤으면 하는 사장님의 추천 메뉴가 있다면 무엇인가?

낫컴플리트의 스콘 시리즈다. 많은 연구를 통해 잡은 레시피다. 이미 크로플 맛집으로 알려져서 오히려 빛을 못 보는데, 한번 드셔본 손님들은 다음에 오셔서 또 주문해 주시거나 꼭 포장해서 사 가신다. 촉촉한 식감의 스콘이고 커피나 우유와 찰떡궁합이다. 최근 코로나로 혜화에 오지 못하는 손님들이 많아 택배로 받으실 수 있도록 온라인 주문도 오픈했다.


Q.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 주문, 배송을 새롭게 시도 중이신데, 앞으로 온라인 배송까지 확장할 계획이 있으신가?

낫컴플리트가 워낙 공간이 주는 힘이 강한 곳이다 보니 코로나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홀 영업이 중단된 이후로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은 날도 있어서, 배달 등 여러 가지 영업방법을 고심한 끝에 배송이 가능한 스콘을 중심으로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서비스 지속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 지인들에게 베타테스트 진행했을 때의 반응은 꽤 좋았다. 배송상태나 맛 모두 별 다섯 개를 받은지라 앞으로 낫컴플리트의 디저트를 온라인에서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Q. 오픈 한 지 1년이 갓 넘은 카페치곤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그 비결이 궁금하다.

사실 요즘 낫컴플리트의 색깔이나 브랜드 파워가 나의 능력으론 한계에 온 것 같아 답답하다고 친구들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친구들이 해준 말이 있다. 엄청 강렬한 색을 가진 브랜드는 한번 체험을 해보고 “재밌다” 하고 끝이 나는데, 낫컴플리트는 처음부터 은은하게 힐링을 주는 맛과 장소라 계속 찾아오게 하는 단골의 매력이 있다고. 우리 부부가 많은 카페를 돌아다니며 참 좋다고 생각한 곳들의 특징은 ‘편안함’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계속 먹고 싶은 커피와 디저트, 초록이 보이는 공간, 편안한 좌석들. 그런 것들을 우리 카페에 계속해서 녹여내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이 점을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나 생각한다.


Q. 나에게 ‘낫 컴플리트’란 ___이다.

내 꿈의 첫 실현. 실현 가능할지 아무도(심지어 나도) 생각 못 했던 내 버킷 리스트 중 첫 번째로 실현 된 공간. 무엇이든 시도하면 될 수 있다는 성취감을 준 고마운 존재이다.


Q. 앞으로 ‘낫 컴플리트’가 손님들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가?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혼자 와서 커피와 디저트 하나 시키고 멍 때리다 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여러 가지 고민으로 힘들 때 나의 생각을 정리해주고 치유했던 공간이 작은 동네의 카페들이었다. 손님들에게 낫컴플리트가 그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래도 혼자만 알진 마시고 많은 추천 부탁한다(웃음).


Q.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린다.

작은 것부터 일단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수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이야기하는 데서 늘 그쳤던 것 같다. 그중 많은 것들이 짧게는 수개월 후, 길게는 수년 후 세상에 나와 큰 성공을 거둔 것들을 보며 배 아파하기도 했다. 시도하지 않으면 나중에 “해볼 걸”이라는 후회만 남지, 하고 나면 적어도 미련은 남지 않는 것 같다. 인생을 다 거는 시도가 아닌 선에서, 충분히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선에서 여러 번의 잽을 날리면서 원하는 일을 시도해보아라. 20대의 무기는 ‘아님 말고’를 여러 번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