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란 새로운 발견을 위한 과정이다”
– 성균노벨상 수상자 박호석 교수

  • 515호
  • 기사입력 2023.05.18
  • 취재 윤지민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우리 대학 총동창회는 2019년을 기점으로 13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뛰어난 연구 실적을 인정받고, 노벨상 수준의 잠재력을 지닌 교수들에게 성균노벨상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활발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성과를 창출해 우리 대학의 위상을 더욱 제고해 달라”는 윤용택 총동창회장의 말과 함께 2023년 성균노벨상의 기쁨은 박호석 교수에게 돌아갔다. 그는 우리 대학 화학공학 / 고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며 에쓰오일과학문화재단 차세대과학자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고 SKKU-Fellowship 교수 13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성균노벨상의 영광을 두 팔에 안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자.


Q. 성균노벨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과분한 상을 주신 성균관대학교, 학교 법인, 특히 기금을 마련해주신 학교 동창회 분들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열정을 다해 좋은 연구 성과를 내준 연구실 제자들과 연구원들 그리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과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성균관대학교와 학부 교수님들, 동료 연구자들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특히, 연구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도록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준 아내와 아들, 딸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수상의 기쁨만큼이나 연구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한편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빠르지는 않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초심을 잊지 않고 묵묵히 정진하겠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계신 연구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에너지 저장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2차원 반도체로 그래핀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로 주목 받는 포스포린(phosphorene)의 나노 구조화 및 화학적 표면 제어를 통해 기존의 포스포린으로 달성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했어요. 이를 통해서 포스포린의 새로운 물성 구현과 기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포스포린은 2600mAh/g 정도로 상용 흑연 대비 7배 정도의 고용량을 가지고 있고, 흑연에서 그래핀으로 박리하는 것과 같이 층상 구조에서 2차원 포스포린을 나노구조로 제조하면 특이한 물리적 성질을 보여주어 신소재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고용량 소재들과 유사하게 300% 이상의 큰 부피팽창과 낮은 전기전도로 인해서 충전·방전 안정성과 율속 특성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2차원 포스포린의 표면 구조를 원자 레벨로 정밀하게 제어해 기존의 alloying/dealloying 배터리 가동이 아닌 빠르고 가역적인 분자 레벨 표면 레독스 에너지 저장 거동을 보여주는 것을 실시간 고도 분석 기술과 이론적 계산을 통해서 규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의 포스포린 기반 에너지 저장 신소재를 개발했어요.


Q. 성균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 상을 받기까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를 포함한 모든 연구자는 동일한 루틴을 반복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 인지 정의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해결 방안을 찾는 거죠. 좋은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 정의에 대한 질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남들보다 얼마나 뛰어난지를 고려하기보다는 남들과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 항상 고민하곤 해요. Excellence, 우수성보다는 Originality, 독창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영광스러운 상을 받았지만, 학창 시절 특별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요즘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과학자가 장래희망 선호도 중 순위가 아주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한창 꿈을 키워나갈 친구들과 같은 나이었을 때, 또래들 사이에서 장래희망으로 과학자가 제일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항상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쓰기도 했고요. 어떤 사명감이 있어서 과학자라고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무언가 제 적성과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하고 잘 맞는 분야를 찾게 된 것은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며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포스포린 연구 결과는 그전에 발표한 그래핀에 인(phosphorus) 원자를 도핑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 아이디어와 달리 인 원자가 그래핀 표면에서 쉽게 산화가 되었기에 연구 초기엔 이번 실험이 실패했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실패했다고 생각하던 중, 산화된 인 원자가 오히려 그래핀의 에너지 저장용량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패한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고, 왜 그런지에 대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얻게 된  우연한 결과이지요. 연구자에게 실패라는 것은 새로운 발견을 위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더욱 저의 신념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서 Originality, 독창성을 지향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냉정하게 현재까지 저의 연구 결과를 돌아보면 Excellence, 우수성을 독창성보다 추구하는 결과를 주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 자신에게 뿐만이 아니라 동료 연구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독창적인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웃음)


Q. 연구하면서 힘든 점이 있으신가요?

저만 느끼는 힘든 점이라기 보다 많은 교수분이 느끼고 계실 연구 과정 중의 어려움이 살짝 있긴 합니다. 연구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연구비를 수주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연구원을 모집해서 지도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기도 하고요. 이 일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이 모든 연구책임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중단하지 않는 한, 이러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가능하면 연구와 일, 개인적인 시간을 분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저만의 방법을 천천히 찾아나갔기에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이겨내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과학인이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제 경험과 느낀 바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균관대 학생들은 충분한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작은 것들을 하나씩 꾸준하게 이루다 보면 자신감이라는 게 어느 날 생기게 될 거예요. 그렇게 실력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미래에 대한 비전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것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것도 결국 자기 실력이에요. 이러한 실력은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안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목표를 놓지 않는다면 분명 원하던 바를 달성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