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통해 만드는 더 나은 세상
포스페이스랩 최지호, 승영욱 동문

  • 542호
  • 기사입력 2024.07.01
  • 취재 이다윤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1584

데이터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가 데이터를 조직화하여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데이터는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서 가치가 생긴다.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식품・외식 데이터 솔루션 기업 ‘포스페이스랩 (forSPACElab)’ 창업자 최지호(시스템경영공학 01), 승영욱(경영 05)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지호 안녕하세요. 포스페이스랩 CPO 최지호입니다.

승영욱 안녕하세요. 포스페이스랩 대표이사 승영욱입니다.


|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호 저는 대학교에서 시스템경영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산업공학 연구를 이어갔어요. 제가 대학원을 졸업할 즈음 LG가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서 ‘UX 연구소’라는 연구 조직을 만들었어요. 마침 제 전공이 ‘HCI’라고 UX랑 연결되는 분야였거든요. LG전자 UX 연구소에 입사해서 4~5년 뒤에 출시할 제품 컨셉을 잡고 사용자 반응을 수집하는 일을 했죠. UX 연구소를 5년 정도 다녔고 LG전자 사내벤처기업에서도 2년 가까이 일을 해보니까 조금 더 민첩한 조직에서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은 프로세스가 느리거든요. 그래서 네이버로 이직해서 웨일 브라우저를 만들었어요. 기획부터 브랜딩, 브라우저 출시, 2.0 버전 업데이트까지 4년 정도 리뷰를 하니까 제품이 거의 완성되더라고요. 업무가 약간 지루해지던 차에 우연히 승영욱 님을 만났어요.


[승영욱 대표이사(사진왼쪽) 최지호 CPO]


승영욱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롯데그룹 유통사업본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사업총괄팀에서 보고서를 만들고 편의점 채널 데이터 분석하는 일을 6년 정도 하다가 ‘바로고’라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어요. 바로고에서는 자금 유치, 전략 총괄 등의 CSO(Chief Strategy Officer) 업무를 맡았어요. 당시에 20명 남짓이었던 회사 직원이 150명 규모가 될 때까지 회사를 키워보는 경험을 했죠. 그러다가 회사를 나와서 최지호 님과 창업했어요.


*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 포스페이스랩 공동 창업은 어떻게 이루어진 건가요?

최지호 사실 저는 승영욱 님을 만나기 전까지 외식업계나 배달 산업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내가 주문한 음식이 우리 집 앞에 오기까지 그 중간에 무언가 기업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죠. 그런데 승영욱 님을 통해 배달 산업을 처음 접했고 승영욱 님이 바로고에서 함께 일하던 분들과 창업을 논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식업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게 됐어요.


승영욱 시대가 변하면서 외식업계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났어요. 특히 배달 주문 접수 쪽은 배달의 민족이 IT화를 시켰어요. 주문이 매장으로 넘어가서 배달 회사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전달하기까지 뒷부분의 과정이 되게 복잡하지만 여기도 바로고 같은 회사들을 통해 IT화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개별 사업자와 프랜차이즈 본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아직 IT화가 진행되지 않았어요. ‘이 지점에서 뭐라도 할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 회사 동료들 그리고 최지호 님과 창업을 진행했죠.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외부 환경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프로세스


|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나요?

최지호 저희가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 스타트업 붐이 불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죠. 그런데 실제로 창업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저희 팀이 창업할 수 있었던 건 승영욱 대표님이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법인을 세웠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한 명이 나서서 일을 추진해야 창업을 할 수 있어요. 다들 몸을 사리면 일이 진행되지 않거든요. 승영욱 님이 구심점 역할을 해주셔서 팀원들도 일을 저지를 수 있었어요.


승영욱 사업을 오래 하려면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룹의 힘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룹으로서 잘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 회사에서 제 역할은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는 거예요. 더 좋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미션이 될 것 같아요.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좋은 투자자를 데려오는 일이 좋은 멤버들을 구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거예요. 우리 회사 2대 주주이기도 한 웹케시 그룹 석창규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회장님께서 저희 회사를 좋게 봐주시고 투자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거든요. 덕분에 회사 성장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 포스페이스랩은 어떤 회사인가요?

최지호 저희는 외식업 본사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옛날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전국에 500개가 있다고 치면 500개의 매장이 같은 포스를 썼어요. 본사가 각 매장의 데이터를 다 받아서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주문이 들어가는 채널이 다양해졌어요. 배달 업체도 한두 개가 아니에요. 데이터가 파편화되었는데 문제는 본사에서 이 데이터들을 합쳐서 볼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이러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요. 그래서 저희가 중간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서 본사가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 기업의 방향성을 ‘식품・외식 데이터 솔루션’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지호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해요. 그리고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프랜차이즈에 가맹하죠. 프랜차이즈 본사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연구하고 IP 개발에 주력해야 해요. 그런데 포스사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 인력을 낭비하게 됐어요. 문제는 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브랜드가 죽으면 피해는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받는다는 거예요.


승영욱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예전에는 배달의 민족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 직원이 직접 포스기로 주소지를 입력하고 라이더를 호출해야 했어요. 제가 바로고에서 일할 때 포스사들과의 API 연동을 통해서 이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포스사와 컨택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건 포스기에 들어있는 데이터가 고객사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외식업계의 데이터가 끊겨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죠. 실제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데이터 소유권이 없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이걸 해결한다면 시장 전체의 문제도 풀리고 우리가 만든 프로덕트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두 분이 회사에서 맡은 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최지호 저는 프로덕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보통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메모장이나 메신저 같은 틀을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한테는 데이터 자체가 상품이거든요. 틀을 갖춘 데이터 퓨어라는 상품도 있지만 이건 껍데기고 실제 고객들이 사용하는 상품은 이 안에 있는 데이터예요. 저는 껍데기와 데이터를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어요.

승영욱 저는 대표직을 맡고 있어요. 대표이사로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저희가 직원 대부분이 엔지니어 그룹으로 구성된 개발 회사이다 보니 사내에 문과 출신 직원이 4명뿐이에요. 4명의 직원이 영업부터 전략, 재무, 회계, PR, IR, 인사 등의 업무를 다 해야 하므로 이러한 업무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 IR (Investor Relations) :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홍보 활동


| 두 분이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최지호 제가 생각하는 승영욱 님의 장점은 만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거예요. 제 주변 사람들의 인맥 스펙트럼과는 차원이 달라요. 나이나 분야를 초월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승영욱 님의 포용력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승영욱 최지호 님은 신뢰도가 높은 스타일이죠. 사내 디자이너 그룹, 개발 그룹 등 파트를 가리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편이에요. 뛰어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고 소통 능력도 받쳐주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최지호 님을 신뢰하고 있다고 느껴요.



| 포스페이스랩은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궁금합니다.

최지호 저희가 기대하는 만큼의 전문성이 있는지가 제일 중요해요. 개인의 경력이나 자체적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그리고 유연하게 일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해요. 저희가 디렉션을 주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맡은 파트에서 직접 디테일을 찾아가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완벽한 프로덕트라는 게 없는 산업이에요. 프로덕트의 정의는 우리끼리 만들어 가야 해요. 그래서 내부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해요.

승영욱 ‘너는 이것만 해라’ 식의 틀이 싫은 분들, 팀워크를 통해 조화롭게 퍼포먼스를 내보고 싶은 분들이 우리 회사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 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능력은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최지호 저희같이 작은 회사에서는 대기업만큼 디테일하게 HR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지원자들에게 인턴 기회를 주거나 직접 업무를 시켜보는 경우가 많아요. 지원자들과 대화도 많이 하죠. 면접 시간에만 이야기를 나누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지원자들과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그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요.

승영욱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는 그 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랑 이야기해 볼 기회도 주면서 같이 일할 사람들의 의견도 많이 들어보는 편이에요.


* HR (Human Resources) : 인적 자원 관리



|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지호 회사가 망하지 않고 모두가 성공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지금 여기에 있는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 다니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회사가 거쳐 가는 곳이라면 여기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이 그다음 단계에 도움이 되어야 하잖아요. 이 팀에서 만든 프로덕트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업계에서 듣고 평생의 레퍼런스로 가져갈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게 모두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승영욱 어떻게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더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없다고 잘 안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관계를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시너지를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 하나의 그룹을 이끄는 리더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최지호 리더에게 중요한 건 구성원들에게 욕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아요. 리더가 어떤 결정을 하면 그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구성원도 있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구성원도 있겠죠. 리더가 아닌 일반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욕 먹지 않기 위한 결정을 할 수도 있는데 리더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흔들리지 않고 필요한 결정을 해나가야 해요.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듣더라도 그것들을 모두 해명할 수 없어요. 그냥 지나가는 거죠. 리더는 그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승영욱 리더는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생각해 보면 지금 하려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커요. 왜냐하면 저희는 남들이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걸 만들고 있거든요. 누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확신하겠어요? 애초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영역인 거예요. ‘이거 이렇게 해서 안 될 수가 없다’는 강한 자기 확신이 없으면 99%의 안 될 가능성을 이겨내는 건 쉽지 않아요.



|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최지호 제가 창업의 길에 들어서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사회에서 기업이라는 조직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금융권 기업들의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 사건이 이슈가 됐어요. 기업이 그런 일을 하면 사회 전체가 악영향을 받아요. 사업체의 의사결정이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지죠.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들이 계속 생겨요. 그때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상당히 중요해요. 회사에 도움이 되면서 이 사회에도 기여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영욱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는 무게감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창업해야 해요. 개인 장사를 할 사람과 기업을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할 고민의 깊이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창업을 하게 되면 책임져야 할 구성원들이 생기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창업을 결심하셨다면 최대한 다양한 학교 선배들, 창업가들을 만나보고 피드백을 들어보면서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 마지막으로 성균웹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지호 이렇게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중심이 되는 게 무엇인지 묻는다면 답은 여전히 독서라고 생각해요. 저는 학부생 때 도서관에서 살았거든요. 그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고 느꼈던 것들이 제가 지금 하는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대학생 때 다양한 책을 읽어둔 덕분에 제가 사회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었어요. 사고의 유연성을 만들어주는 건 독서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승영욱 우리 학교 김경환 교수님과의 일화가 생각나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비즈니스 광고 사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골프와 관련된 광고 상품을 하나 만들었는데 특허를 낼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어요. 당시에 전공 교과목을 가르쳐주시던 김경환 교수님을 찾아갔죠. 김경환 교수님이 제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그 자리에서 학교 변리사를 불러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특허 출원도 하고 대학생 발명 공모전에 나가서 1등도 했어요. 내가 무언가 만들 수 있고 그게 세상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이 경험이 제가 창업을 결심하는 데도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 이후로 위닝 멘탈리티가 생겼거든요.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대기업에 취업하고 나서도 항상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어요. 여러분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조그마한 거라도 자기가 직접 만들어보고 타인의 피드백을 듣고 무언가를 완성하는 경험은 소중해요. 나의 재능을 찾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시도하면서 다양한 기회에 대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