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보다 동행자, 함께 꿈꾸는 성균인
컴퓨터교육과 민무홍 교수(컴공 03)

  • 561호
  • 기사입력 2025.04.13
  • 취재 이정빈 기자
  • 편집 김나은 기자
  • 조회수 3910

언제나 학생들 곁에 있으려는 교수가 있다. 교내는 물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전하는 컴퓨터교육과 민무홍 교수(컴퓨터공학과 03)는 늘 학생들의 시선과 트렌드에 깊이 공감하며 발맞추고 있다. 정보보안과 인공지능을 전문으로 연구하며, 도박 중독 및 예방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민무홍 교수는 현재 ‘AI 기초와 활용’ 수업에서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2003년 학부생으로 학교를 찾았던 그가 어느덧 교수로 교정을 거닐고 있다. 그의 행보는 온통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에 의한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애교심 가득한 그가 들려주는 성균관대학교와 학생들을 향한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자.


“컴퓨터교육과 민무홍 교수입니다. 우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03학번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 10학번으로 대학원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고려대학교에서 정보보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는 모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 학부생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오신 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실 것 같아요.

대학과 처음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20년이 지나가네요. 과거 유행했던 싸이월드에 학교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을 많이 올렸었는데 지금은 보여드릴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분당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자연과학캠퍼스행 셔틀버스가 지나다니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학 전부터 우리 학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서를 내는 시점에도 자연스럽게 우리 학교를 지망했고, 정보통신계열로 입학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재수나 반수는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었고 바로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고교 시절 막연하게 눈길이 갔던 셔틀버스를 실제로 타게 되니 편리함을 넘어서 특별한 감회가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대학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합격자 발표 날부터 '여기가 내 학교다'라는 마음가짐이 우리 학교 애정의 시작인 것 같네요.


저는 우리 학교 축제를 좋아하는데요. 주변에서는 축제가 재미없는 학교라고 놀렸지만 전 재미있었습니다. 재미는 스스로 느끼는 것이니까요. 축제를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응원단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보다 흥이 많은 편이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응원단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해보지 못했어요. 회귀물이 유행이던데 제가 만약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로또를 사는 게 아니라, 반드시 응원단 면접을 볼 거예요.



축제 때 나눠주는 학교 굿즈를 열심히 모으는 편입니다. 2003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모아 둔 티셔츠와 후드 티를 아직도 가지고 있고요. 입학식 때 처음 발급받은 학생증, 학교에서 매년 나눠주던 다이어리도 갖고 있습니다. 임용된 이후인 지금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날에는 평소에 모아둔 용돈을 화려하게 소진하곤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상당히 많은 학교 옷을 구매했는데요. 우리 집 옷장 하나가 학교 옷으로 가득 차 있답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날에 기분 전환 겸 학교 잠바와 후드 티를 입고 나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 지난 2월, 컴퓨터교육과 홍보부와 함께 올린 릴스가 학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어요. 인기짱 교수님으로서 소감이 어떠세요?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말씀이군요! 다시 찾아보니 제가 찍힌 두 동영상의 조회수가 각각 14만 5천, 9만이나 되네요. 어쩐지 오가는 길이나 셔틀버스에서도 학생들이 엄청나게 인사를 해주더라고요.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설프지만 학생들이 그런 모습까지도 재미있게 봐줬다는 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학과에서 홍보를 위해 찍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찍게 되었는데요. '인기짱 교수님'이라는 수식어는 아직 어색합니다만, 이런 소통 방식이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찍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야 다 준비된 판 위에서 열심히 춤을 췄을 뿐이고, 컴퓨터교육과 홍보부 학생들이 기획하고 편집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 컴퓨터교육과 홍보부(@com_on_skku) 릴스


| 성균관대학교 공식 유튜브 ‘스꾸인터뷰’ ASMR 영상에 출연하셔서 친근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셨어요. 특별한 촬영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영상학과 진빛남 교수님과 함께 진행한 ASMR 촬영은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평소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죠. ASMR을 즐겨보던 편이 아니어서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까닭에 현장에서 학생들의 안내를 받아 가며 참여했습니다. 슬라임을 만지는데 손에 녹듯이 묻더라고요. 제가 손이 따뜻한 편이고, 용암 손이라는 을 알게 되었습니다. 촬영도 재미있었고, 촬영 후 학생들이 많이 알아봐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덕분에 ‘MBC 생방송 오늘 아침’에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너무나 행복하고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아주 조금 망설인 부분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교수를 더 인간적으로 느끼고 친근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면 분명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학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감과 소통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색다른 소통의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참여하고 싶고요. 저는 뭐든 시켜만 주시면 더 열성 있게 참여할 자신 있습니다. 많이 섭외해 주셔요.



| 민무홍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 ‘로그몬 민무홍’ 이야기를 해볼까요. 로그몬은 어떤 의미이고 ‘무홍이의 브이로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자 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업 조교들을 통해 제가 맡고 있는 대규모 사전 녹화 강의는 대부분의 학생이 단순히 틀어 놓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전용 수업이다 보니 제가 어떻게 가르치든 지루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 수업에 재미의 요소를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학생들과 거리감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가 대학 브이로그가 유행이라는 말에 저도 브이로그를 촬영하여 아이캠퍼스에 업로드했습니다.


콘텐츠를 고민하다 매주 금요일마다 인사캠 학생들이 자과캠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제가 잘 알고 있는 자과캠을 소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동제가 열리는 자과캠에 가서 브이로그를 촬영했고, 바로 이어서 인사캠 대동제도 TA들과 함께 촬영해 업로드 했습니다. 신선한 시도여서 그런지 입소문이 났고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다만 이 영상이 아이캠퍼스에서 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만 열려 있다 보니,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선 촬영 섭외를 부탁한 친구들조차도 브이로그를 본 적이 없고, 촬영장에서 아이캠퍼스에 접속해서 영상 한 번만 보여달라는 부탁을 듣고 나니, 전에 아이캠퍼스에 올려둔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려 관심 있는 학생이 모두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채널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 로그몬 민무홍 유튜브 채널


로그몬이란 로그와 몬의 합성어입니다. '로그(Log)'는 컴퓨터공학에서 프로그램이 동작하는 동안 상태를 기록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포켓몬스터의 '~몬'이라는 접미사를 붙였습니다. ‘몬’은 보안에서 사용하는 모니터링의 약자기도 합니다. 그렇게 로그몬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앞으로는 채널 내 영상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작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현재는 축제 영상이 전부지만 취미 생활도 올려보고, 연구실에서의 일상, 논문 쓰는 과정, 학회 참석기 등의 내용을 담아보고 싶어요. 미리 찍어둔 영상들도 있는데 아직 편집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와 유튜브를 함께 운영해 볼 친구들을 구하고자 합니다. 편집과 기획, 촬영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연락 주면 좋겠습니다. 저와 함께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 동참할 친구들을 찾고 싶어요.


| 민무홍 교수님을 축제 기간에 학교에서 만나면 굿즈를 주신다고 들었어요. 굿즈에 있는 교수님 시그니처 캐릭터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수업 시간에 아이캠퍼스를 통해 공지 사항을 올릴 일이 있었는데 공지만 올리는 건 너무 심심해 보였어요. 간단한 캐릭터를 하나 곁들여 봐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 캐릭터도 점점 진화하면서 몇 가지 버전으로 변형되었는데요,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공지를 띄울 행사 포스터도 만들어보고, 명절 축하 인사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를 가지고 뭔가 다른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재미 삼아 작은 스티커 아이템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축제 때 저에게 다가와 인사하고 사진을 같이 찍거나, 브이로그 촬영에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굿즈를 나눠 주었습니다. 지금은 메모 패드, 캐릭터 집게 등으로 확장되었고, 메모 패드 이미지는 굿노트 템플릿으로도 제작되어 연구실 홈페이지(https://swlab.skku.edu)에 공개 배포 중입니다. 이런 캐릭터와 굿즈들은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전 직장 후배인 아내 머릿속에서 대부분 나옵니다. 디자인부터 여러 굿즈들을 기획하여 학생들에게 무엇을 나눠주면 좋아할지 같이 고민해 보고요. 올해도 축제 기간에 선보일 신상 굿즈를 기획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제 캐릭터인 ‘무홍이’가 우리 학교 마스코트인 ‘명륜이’, ‘율전이’와 함께하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협업 굿즈를 만들 기회를 주신다면 영광으로 알고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 작년 10월,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금잔디 광장에서 경제대학X사회과학대학 연합 문화제 ‘추(秋)억을 걷는 시간’에서 퀴즈쇼 ‘문제해결과 알쏭달쏭’을 진행하셨어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고, 어떤 행사였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요청하면 못 할 것이 없죠. 사과대 학생회에서 연락을 주셨고 결국 금잔디 무대 위까지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학생회에서 제게도 의견을 물어봐 주셔서 당초에는 저와 학생들이 컴퓨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즐기는 콘텐츠도 제안했는데요. 게임처럼 빠른 동작은 당시 설치되는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퀴즈 형태의 무대가 포켓몬 맞추기, 티니핑 맞추기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여 소통과 재미를 추구하는 형태로 기획되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문제해결과 알고리즘’이라는 과목을 강의했거든요. 이 강의 이름을 조금 변형하여 '문제해결과 알쏭달쏭' 퀴즈쇼가 만들어졌습니다.


단과대 행사였음에도 감사하게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학생들의 행사에 교수가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학생들로부터 응원을 받는 것이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진행하기 어려워 아쉬웠지만, 언젠가는 꼭 E 스포츠 게임 대회가 금잔디에서 열렸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제가 사회를 보든 참여하든 응원하든 뭐든 할 테니 꼭 불러주세요.



| DS교과목을 운영해 오시면서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으신가요?

좋았던 점은 다양한 학과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전체 학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특히 저는 시험을 오프라인으로 치고, 시험 시작 전에 한 번씩은 인사를 해왔는데요. 이번 학기에는 수강생이 1,200명이나 되다 보니 그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운영하기 쉬운 과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DS교과들은 전공이 아닌 교양 수준에 맞춰서 수업이 설계되므로, 이미 중고교 시절에 개인적으로든 교과 과정으로든 어느 정도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매우 쉬울 것입니다. 반대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수업일 수 있습니다. 이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전공자에게 가르치는 과목으로 설계되었다면 강의 내용에 중점을 둘 수 있지만 교양 수준의 지식 함양을 목표로 한 과목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DS교과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이를 반드시 이수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느끼는 피로도와 부담, 그리고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라 학기마다 과제가 새롭게 개편되고, 족보의 거래를 막기 위해 시험 문제가 변경되어 출제됩니다. 일부 유사하거나 겹치는 문항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유형 또한 바꿀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족보 덕을 못 봤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족보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 주세요.


| 공학도였던 민무홍 교수님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캠퍼스에서 보낸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학도라 하기에는 유별난 학생이었어요. 저는 경영이나 마케팅,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고 다른 과에도 상당히 기웃거리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복수전공까지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제 전공을 열심히 살리면서 외부 활동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외부 연합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을 하는 JA (Junior Achievement) 라는 교육봉사NGO단체에서 대학생경제교육봉사단이라는 대학연합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수많은 초등학교에 가서 교육을 진행했고, 우리 학교 대표를 맡았을 뿐만 아니라 전체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부회장까지 할 만큼 열성적으로 활동했습니다. 회사원이 된 이후에 봉사나 특강을 하러 갔던 적도 있었고, 당시 같이 봉사활동 했던 동아리 친구들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물이 위치한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이 있었습니다. 육군으로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해서 1년간 학교를 더 다닌 시점에 무작정 휴학을 하고 인사캠에 갔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맑은 하늘 아래 명륜당과 바라만 봐도 역사가 느껴지는 웅장한 은행나무를 제대로 즐겼습니다. 교수님들께 사전에 허락을 받아 청강도 해보고 즐거운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찰나에, 리먼 사태가 터졌습니다. 취업이 더 어려워지다 보니 취업 스펙을 준비하면서 대회나 공모전을 자주 나갔습니다. 학교 이름을 걸고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면 제가 학교를 빛낸 학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학교 이름을 더욱 빛내기 위해 애정을 가득 담아 참여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안철수연구소 외에도 넥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에셋증권에서 회사 경험을 했는데 학교 덕을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 2004년 5월, 성균관대학교 강당에서


학부 시절에는 과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새 코딩하던 기억, 시험 기간마다 도서관에 자리를 맡겠다고 새벽같이 나왔던 추억,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걸었던 넓은 자연과학캠퍼스 풍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공부를 잘하진 못했지만,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오래 앉아 있던 편이었는데요. 도서관이 문 닫을 때까지 공부하다가 교가를 들으며 걸어 나오면 뭔가 뿌듯하면서도 ‘그래 등록금이 아깝지는 않아’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성적과 공부 시간이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놀지도 않고 뭔가 열심히 산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2004년 카트라이더에 빠져 살았던 이야기를 빼먹었네요. 제가 넥슨에 취업한 계기는 오로지 카트라이더 때문입니다. 당시 ‘성대사랑’이라는 우리 학교 전용 커뮤니티에서 카트라이더 클럽을 운영했습니다. 학우들과 함께 스쿨 카트를 타내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카트를 달렸던 일, 팀을 모아 대학 챔피언 토너먼트에 나가서 온게임넷까지 출연해 본 일, 모두 다 2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 교수라는 직업의 벽을 허물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교수님을 학생들 곁에서 함께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학생들과의 교류는 제게도 큰 즐거움이고 배움의 기회입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IT 분야에서는 학생들이 더 새로운 기술이나 플랫폼에 능통하고 적응력이 좋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습니다. 그들의 신선한 관점과 아이디어는 제 연구에도 많은 영감을 줍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단순히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넘어서 진정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들의 성장 과정에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교수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자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이 친구 같은 교수도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한 교육은 소통과 공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 그리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멘토링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같이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단순한 지식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이 중요한데, 이런 능력은 권위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 환경에서 더 잘 발달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뒤에서 늘 교수님을 응원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제자이기도 하지만 제 20년 후배들입니다. 사회에 나가는 시점부터 성균관대 졸업생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기회를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이름 덕분에 기회는 더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저, 민무홍입니다. 그만큼 성균관대학교라는 이름이 주는 가치는 큽니다. 저는 우리 학교에 돌아오면서 제 후배이자 제자들이 성균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여 제2의 민무홍이 몇 년 뒤 우리 학교의 교단에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끝으로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가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강의실에서, 온라인에서, 때로는 셔틀버스를 포함한 캠퍼스 곳곳에서 여러분과 만나는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입니다. '교수'라는 직함 이전에, 저도 여러분처럼 꿈꾸고 도전하는 성균인입니다. 완벽한 정답을 갖고 사는 교수자가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동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더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교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면 더욱 재미있는 콘텐츠들로 학생들과 함께 즐기며 학교생활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