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세상을 설계하며,
법학전문대학원 김경진 교수

  • 584호
  • 기사입력 2026.03.28
  • 취재 정수연 기자
  • 편집 김유림 기자
  • 조회수 1640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법은 그 변화를 조율한다. 양극단에 서 있는 듯 보이면서도 그 어떤 분야보다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 이 두 학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왔다.  

인물포커스 584호에서는 이 두 분야를 모두 경험해 온 김경진 교수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공학 분야를 전공한 후 삼성전자에서 변리사로 일하다,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김경진 교수는 이제 학생이 아닌 교수로 올해 3월, 성균관대학교를 다시 찾게 되었다. 다채로운 도전을 이어 가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김경진 교수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특허법 교수로 부임하게 된 김경진 교수입니다. 저는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1기로 졸업한 후, 법무법인(유) 율촌과 법무법인(유) 광장 IP(지식재산권)팀에서 근무했고 로펌에서 특허소송 및 심판, 영업비밀 침해 소송, IP 전략 업무 등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주요 화학사를 위한 특허침해소송 사건을 다수 대리하였습니다.

*IP(Intellectual Property): 인간의 창작으로 발생한 무형의 자산 및 이를 보호하는 지식재산권



| 학부와 석사 학위 모두 이공계 분야의 전공에서 취득하셨어요. 당시에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고등학교까지만 해도 과학에 관심이 많은 과학 소녀여서, 대학에 진학할 때 자연스럽게 이공계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로펌에서도 특허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고, 지금도 과학과 공학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어렸을 때 저의 꿈은 과학자였는데, 사실 변호사가 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가 되어 저 자신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오랫동안 삼성전자에서 변리사로 근무하시다가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셨어요.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법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학교 때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변리사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법학을 공부해 보니 논리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생활에 법률 지식을 적용해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또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민법, 특허법에 대한 관심이 변리사 업무를 통해 법학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로서 기술 분쟁의 최전선에서 특허권 침해소송을 대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9년에  법학전문대학원이 처음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법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 변리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두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시는 데 있어 두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떠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었을 때,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실제로 그 일을 해 보아야 후회가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선택할 당시에도 큰 두려움과 불안감은 없었습니다. 다만 당시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해야 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쟁률도 치열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기억은 납니다.


|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한국 로스쿨 제도의 첫 세대이기도 한데요. 그 상징적인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기까지의 감회는 어떠셨나요?

변호사시험이 처음 진행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험 문제나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시험 자체가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제1회 시험이었기에 합격률 자체는 높았던 편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에는 변호사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더 높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 시카고에 소재한 Northwestern University LL.M. 졸업식 당시 김경진 교수

 

| 대학 시절, 그리고 변리사로 일하시는 동안 쌓아 오신 경험이 변호사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로펌에서 제약 및 화학 분야의 특허 심판 및 소송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학 시절에 배웠던 화학공학을 다루는 전공 지식이 변호사로 일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전공 지식 자체가 기억에 남아 있기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있었고, 이러한 측면이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부에서 반드시 이공계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공학과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있다면 IP 분야의 변호사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변호사로 일하시는 동안 기술과 지식재산(IP) 관련 업무를 주로 다루셨어요. 지금 돌아봤을 때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글로벌 제약사를 대리하여 국내 최대 규모의 특허권 침해소송 및 심판을 대리하였던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사건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호하는 특허와 관련된 소송이었는데, 당시 수많은 제약회사가 시장에 진입하려 하는 상황이었고,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특허권 침해소송 및 심판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국의 주장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사건이었는데요. 그래서 한국, 미국, 유럽 등의 특허 법리를 동시에 고려하여 한국에서의 주장 및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간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올리는,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대형 의약품


|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법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식재산 분야에서 활동하시면서 이 간극을 체감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기술혁신의 시대에는 특허권의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특허권 침해소송이나 특허무효 심판도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권 침해소송이나 특허무효 심판 절차는 기존의 틀 안에서 유지되고 있고, 제도 자체가 급진적으로 변경되지는 않습니다.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했을 때 소송 절차 등이 급진적으로 변화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러한 점에서 아무래도 법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로스쿨 생활을 하셨던 성균관대학교를 이제는 교수로서 다시 찾게 되셨는데, 학생 시절과는 또 다른 위치에서 모교를 마주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선, 모교에 교수로서 다시 돌아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매우 영광입니다. 제가 로스쿨을 다닐 때 교수님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저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강의를 준비하면서, 교수님들께서 수업 시간에 하신 말씀들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교수로서 다시 학교를 찾게 된 것이 잘 실감이 나지는 않고, 아직 반쯤은 학생 같은 느낌입니다. 다행히 법학관 건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반가운 마음도 있습니다. 사실 법학관 건물의 환경은 더 개선된 것 같아서 이 점도 보기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이나 활기찬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습니다.

또한, 로스쿨 재학 당시에는 학교 공부가 바빠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캠퍼스를 보기 어려웠는데요. 오랫동안 학교 밖에서 지내다가 다시 캠퍼스로 돌아오니 우리 대학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이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 좋았습니다.


| 풍부한 실무 경험을 안고 이제 교단에 서게 되셨는데요.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법조인의 태도나 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법학전문대학원 기간은 법조인으로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실무에 나가게 되면, 차근차근 공부하기는 어려워지니까요. 또 당부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질문하고 도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는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는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도전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을 때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떠한 일에 실패했을 때, 내 인생이 이미 결정되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일들은 과정에 지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 학점이 좋았다고 해서 꼭 그 삶이 성공한다거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위 환경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