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회 호암상 공학상 수상자 박남규 교수를 만나다

  • 403호
  • 기사입력 2018.09.10
  • 취재 한이현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 조회수 7609


올해로 28회를 맞은 호암상은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루어 학술, 예술 및 인류 복지증진에 크게 공헌한 인사들을 위해 설립한 상이다. 올해 열린 제28회 호암상에서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박남규 교수가 공학상을 수상했다.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차세대 태양광 발전 연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박남규 교수를 지금 만나보자. 



-먼저, 제28회 호암상 공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수상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이라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세계 최초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셨는데, 이 연구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태양전지라는 연구분야를 접하게 된 것은 1997년 미국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 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염료감응 태양전지 (dye-sensitized solar cell)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태양전지 연구에서 화두는 높은 효율과 낮은 발전단가의 기술개발에 초점이 맞추어 있습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낮은 발전단가라는 목적은 달성 했지만, 높은 효율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00년 귀국하여 높은 효율을 얻기 위한 태양전지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전세계 연구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효율 상승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낮은 효율한계에는 유기염료의 낮은 광 흡수와 상관성이 있어 광 흡수가 우수한 새로운 물질에 대한 탐색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07년 스위스의 작은 마을 생갈렌에서 개최된 학회에 참석하여, 페로브스카이트 (perovskite) 라는 물질을 유기염료 대신에 사용한 연구결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 토인대학의 미야사카 교수가 발표한 효율은 약 3% 수준으로 참석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턱없이 낮은 효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가능성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의 배경에는 대학원 석사·박사과정의 연구내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저는 학위과정에서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의 자기적 특성과 초전도연구를 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한 기초지식은 자연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며,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오랜 연구 경험과 함께 2012년 9.7% 효율의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처음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결과적으로 매우 많은 후속연구를 이끌어 내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연구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유학시절 일렉트로크로믹 디스플레이 연구를 하시다가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태양에너지 연구센터에 들어가시면서 본격적으로 태양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셨는데요. 20년 넘게 해온 태양에너지 연구는 교수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무한한 호기심과 새로운 도전의 결정체입니다. 태양전지의 매력은 에너지변환 효율에 있습니다. 높은 에너지변환 효율을 얻기 위해 연구자들이 땀흘려 연구합니다. 높은 태양전지 효율은 곧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값싼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교수님께서는 20년 넘게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고 계신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실 20년간 연구하면서 정부의 연구비 지원도 지속적으로 받았으며, 우수한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힘든 순간보다 보람찬 일들이 더 많았지요. 성균관대에 2009년 부임한 뒤에는 우수한 대학원생들이 우리 연구실에 많이 지원해 주었고, 지금은 박사학위를 받아 스위스 EPFL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임정혁, 김희선 박사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아주 큰 기여를 했습니다. 또한 우리 연구실의 졸업생과 재학생 모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원하는 자리에서 보람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자로 성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고 합니다.



-교수님의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대학 시절의 꿈, 과학자로서 가졌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의 대학생활은 평범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또 사회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한 시절이라 꿈을 가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기업 연구소에 취업하여 연구개발 업무를 하던 중 학부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고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죠. 대학원 시절에는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와 초전도연구를 했는데, 이 때 연구에 대한 흥미와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박사과정 때는 초전도 전이온도를 규명할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가 잘 안되어 박사과정을 그만둘 생각도 한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가 아마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연구 인생에서 바닥이라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상승할 일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연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겨 좋은 연구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연구와 강의 모두 병행하시려면 힘든 순간도 많았을텐데,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고, 가르치는 일 또한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보람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제출하기 위해 논문을 작성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연구가 즐겁지 않다면 아마 힘들겠지요?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으셨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도한 강의방법이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했을 때가 기억나는군요. 학생들의 입장에서 고민하지 못한 것이  원인 같습니다.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실력 있고 인성을 갖춘 제자들을 길러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연구에서는 맞춤형 기능성 재료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지금 연구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 뿐만 아니라 LED, 엑스레이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가능하며 성능 또한 기존 재료보다 더 우수한 특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물리화학적 특성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아서 원인을 밝힌다면 원하는 기능에 부합되는 물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연구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는 이제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주길 바랍니다. 제가 느낀 성균관대 학생들은 심성이 곱습니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에 도전한다면 세상은 보다 살기 편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태양전지 분야에 몰두하여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 세계 최초로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박남규 교수는 이에 멈추지 않고 또다른 연구들을 진행하며 계속해서 기술발전을 이끌고 있다. 박남규 교수의 멈추지 않는 열정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