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속해 있는 곳의 예술가가 되어라
<예술적 상상력>의 저자, 러시아어문학과 오종우 교수

  • 439호
  • 기사입력 2020.03.10
  • 취재 정민석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6998

‘예술의 말과 생각’이라는 성대 대표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강의의 주인공 오종우 교수는 러시아어문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와 책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오종우 교수는 독자와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전작 <예술 수업>에 이어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책을 최근 발간했다. ‘예술의 말과 생각’ 강의 중 ‘생각’ 부분에 해당하는 이번 도서에 대해서 알아보고,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교수의 시각을 살펴보자.


‘예술적 상상력’


Q. 예술적 상상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합니다.

: 많은 미디어에서 언급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현시대에는 4차 산업혁명이 의미하는 산업이나 경제적 변화를 뛰어넘어서 신념이나 가치관 등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인 통념에 갇혀 남들에게 휩쓸려 살아갑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적 상상력’은 이러한 고정관념 속에서 근본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Q. 그럼 이 책은 예술적 상상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인가요?

: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점은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20년 동안 고민한 것을 3년 동안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상상력의 기반이라 볼 수 있는 예술을 더욱 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인류 역사상 왜 예술은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고요.


오종우 교수가 말하는 '예술적 상상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의 본질을 바라보게 도와주는 것이다예술을 공부하면서 이 능력을 내재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그런 점에서 이번 도서는 아주 의미가 깊었다


Q. 도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표지에 있는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에 대한 설명입니다. 사람들은 현실 즉 일상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는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알기 힘듭니다. 그런데 예술은 자신을 포함해 주변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모습을 알게 해줍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조금 더 쉽게 설명이 될 거 같네요. 인간과 인공지능은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예술과 관련된 사고 즉 ‘사유’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인류 역사상 왜 예술은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예술은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잘못된 통념이 있습니다. 예술을 너무 감성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된 게 그 문제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입니다. 생물학에는 여러 진리가 있는데요. 그중 가장 확실한 명제는 ‘쓸모없는 것은 소멸한다.’입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실질적으로 쓰임이 있기에 활용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쓰임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게 해준다는 것에서 실용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인간만이 가진 사유의 힘을 극대화해주는 것이 예술이다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게끔 도와준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감상적이지만 않은 예술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우리다운 모습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Q. 인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작품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 흔히 말하는 고전은 옛날의 작품이 아니라 인간의 본연적인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말합니다. 근본적인 가치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어도 작품으로서의 의미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작품들을 공부하는 것은 삶을 보다 농도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꼭 읽었으면 하네요. 미래를 열 수 있는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 동안 오종우 교수는 인간의 근본적 모습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이해하고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예술적 상상력'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성균관대 학생들에게 꼭 추천한다마지막으로 성대생들을 위한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성대생들은 꼭 ‘잘’ 살아줬으면 합니다. 집단 편견이라는 통념에 갇히지 말고, 현실감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좋을 것 같네요. 이를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 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배워 여러분이 속해 있는 곳에서 예술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