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춤을 춘다
김경희 무용학과 교수

  • 470호
  • 기사입력 2021.06.26
  • 취재 박기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바로 ‘예술’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정신적으로 풍족하게 해주고, 우리 대학의 예술대학에서도 예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인물포커스에서는 우리 대학 무용학과장을 맡고 있는 무용학과 김경희 교수를 만나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0년부터 무용학과 교수를 맡고 있고 현재 무용학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서울 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서 발레 교사로도 있었고, 국립발레단 단원으로도 있었습니다.  


Q. 무용학과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우리 학교 무용학과는 1989년에 첫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처음 1년 동안은 율전 캠퍼스에서 수업을 했고, 1990년부터 명륜 캠퍼스에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교에서 수선관 본관 옥상에 임시로 만들어 준 무용실에서 실기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한국무용은 전은자 교수님, 컨템퍼러리 댄스는 김나이 교수님, 그리고 발레는 제가 맡아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 실기 전공을 기반으로 무용 관련 이론을 지도해 무용학과 학생들에게 졸업 후 무용수뿐만 아니라 무용 관련 전문 분야로의 진로를 확장시켜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교수님께서 무용이라는 분야, 특히 발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권유로 동네 무용 학원에서 한국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예원학교라는 예술 전문 중학교에 입학해 임성남 선생님의 발레 수업을 받게 되면서 발레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무엇에 끌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반복적이지만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는 연습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 시간들이 행복했다고 기억됩니다.


Q.배경지식이 없다면 ‘무용’ 분야는 진입장벽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시각에서 무용은 무엇인지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용이란 ‘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용이란 한자로 ‘舞踊’인데, 이는 일제 강점기 때에 일본 학자가 만든 단어입니다. 이 단어가 한국에 유입되어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무용’이라고 하지만, ‘춤’이라는 표현이 본질적인 의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본능적 욕구가 ‘움직임’으로 표현됐을 때, 그것이 바로 ‘춤’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춤을 춥니다. 춤을 춤으로써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고, 타인과도 좋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며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Q.지난 6월 12일, ‘2021 글로벌 워터댄스’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행사였나요?

2008년 영국의 어느 대학에서 ‘Dance & The Environment’라는 주제로 회의를 했습니다. ‘움직임 분석’을 연구하는 무용학자들이 환경문제의 주제를 ‘물’로 정했습니다. 무용의 움직임과 물의 특성에는 ‘흐른다’는 공통된 특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물’의 중요성을 시사하기 위해 다 함께 ‘춤’을 춤으로써 모두의 다짐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Global Water Dances’라는 행사를 만들었습니다. ‘다 함께 춤추자’는 현대 무용 이론가이자 안무자 Laban이 주장한 ‘Movement Choir’에서 착안한 것으로 같은 움직임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의 ‘플래시몹’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글로벌 워터댄스 행사는 2011년에 처음으로 전 세계의 57개 도시에서 ‘세계 대양의 날’이 있는 주말에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올해 2021년에는 10주년 행사로 전 세계의 138개 도시에서 각 나라의 현지 시간에 맞춰 비슷한 시간대에 진행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처음으로 참여했으며 처음에는 청계천에서 개최됐으나 2019년부터는 북악산 동쪽 줄기에서부터 시작해 창덕궁 후원의 우물샘을 지나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옥류천의 맑은 물줄기를 되살리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명륜당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Q.교수님께서는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국립발레단 단원으로서의 삶은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이화여대를 졸업하던 1980년 2월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했습니다. 1982년 12월 말 뉴욕의 발레스쿨에 연수를 가게 돼 그만둘 때까지 약 3년 동안 재직했습니다. 제가 여자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남자 무용수와 함께 추는 ‘Pas de deux’의 경험이 없어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Q.현재 교수님께서 ‘Dance notation’(댄스 표기법), 그리고 소마틱 발레 분야에 관심을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수업인가요.

댄스 표기법은 일명 ‘Labanotion’, 혹은 ‘Kinetography Laban’이라고 합니다. Rudolf Laban이 창안한 움직임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미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 내 대학 무용학과의 전공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1995년 ‘Labanotation‘ 국제 공인 교사 자격증을 받고 본교 무용학과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소매틱 발레란 소매틱 움직임 교육을 통해 발레 무용수의 수행능력을 증진시키고자 인체의 움직임 원리에 입각한 발레 학습 방안을 연구하고 지도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무리하게, 인체 원리에 맞지 않게 반복돼 온 연습으로 많은 발레 무용수들이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발레 부상을 미리 예방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레 학습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발레 무용수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소매틱 발레에 대해서는 소매틱 발레 홈페이지(http://somaticballet.com)에서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Q.앞으로 연구와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간 연구했던 서양의 소매틱 학문과 동양의 소매틱 학문을 통합하고자 합니다.  ‘통합적 소매틱 무용/움직임’ 연구를 해 동양 대체의학에 기초한 소매틱 움직임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개발해 무용인 뿐 아니라 일반인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Q.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무용학과 학생들에게 응원과 조언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한국 학생들은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거나 혹은 믿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주로 미국에서 공부했지만 외국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 한국 학생들의 우수한 점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믿고 힘차게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들어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이 많이 힘듭니다. ‘너무 어려워요!’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데, 학생들 스스로가 쉽게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를 경험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학생 여러분! 당신은 너무 훌륭하고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힘차게 도약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