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3호 국제재난관리자
방재안전공학 박사과정 이한글 원우

  • 506호
  • 기사입력 2022.12.27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4794

알프레트 아들러의 목적론을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설명한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에서 철학자는 청년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처럼 보이는 삶은 점의 연속…인생이란 지금 이 찰나를 뱅글뱅글 춤추듯이 사는, 찰나의 연속이라고. 그러다 문득 주위를 돌아봤을 때 “여기까지 왔다니!” 하고 깨닫게 될 걸세.” 철학자의 말처럼, 매 순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별’을 그려 자신만의 ‘은하수’를 만든 사람이 있다. 국내 3호 국제재난관리자, 한국인 최초 장학생 선정이라는 은하수를 만든 이한글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과대학 방재안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한글입니다.  어린시절을 미군부대 인근 지역에서 보내면서 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며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어요. 이런 독특한 배경은 저로 하여금 우리 사회를 세계와 이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갈망하게 했답니다. 제 이름인 “한글”로 우리가 소통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저 스스로가 “재난관리”를 주제로 세계와 한국을 잇는 가교가 되길 꿈꾸고 있어요.

오늘 이렇게 성균관대학교라는 명문대에서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국가의 인재들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이번에 70주년을 맞은 세계재난관리자협회 학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장학생으로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듣고 싶어요.

최고의 국제재난전문가들이 모이는 국제비영리협회인 세계재난관리자협회(IAEM)는 1952년에 설립되어 올해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국가 장성급 테러 지휘관, 원자력 분야의 재난전문가, 재난정부관료, 공중보건 의료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를 만날수 있어요. 이번 70주년 컨퍼런스에서는 제가 한국인 최초로 매년 4명 선정되는 장학생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장학생으로 저를 선정한 배경에 아시아 국가에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재난전문가가 하루빨리 양성되어 배출되길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며, 이국땅에서도 방재 분야 지식의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신 미국. 지방정부 공중보건부서장 Black 박사님, 그랜드 밸리 주립대 부학장 Hoffman박사님과, 코로나로 귀국해서 본국에서 그 뜻을 이을 수 있게 지원해주신 본교 윤홍식 교수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네요. 

▲미국에서 ‘재난 관리’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고마운 분들과 함께


Q. 학회에서 국제재난관리사(CEM) 자격도 동시에 취득하여, 국내 제3호 국제재난관리자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재난 관리’란 무엇이며 국제 재난 관리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재난에는 국경이 없다.”라는 말처럼 재난은 국제협력이 중요해요. 만약, 각 국가가 지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다르게 대응하거나, 국가별로 상이하게 인정하는 재난전문가의 기준만을 고수한다면 재난관리의 효율성은 당연히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통합된 국제 기준을 제시한 것이 국제재난관리사 자격증(AEM, CEM 자격제도)입니다. 국제 비영리단체에서 세계 전문가와 협력해서 객관성과 전문성을 통해 개발한 교육과정과 검증과정이 국제 재난관리자 자격증의 시초랍니다. 현재는 전세계에 2,566명의 검증된 전문인력이 있으며 국내에는 저를 포함해 3명이 있어요.

세계재난관리자 검증과정은 각 국가에서 재난관리자로 인정받는 사람이 국제사회에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AEM, CEM 검증을 통과하면 가입된 국가의 상호 조약에 의하여 재난분야에서 그 역량을 별도의 검증과정 없이 인정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현재 미국내에서 한 주정부에서 인정하는 재난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은 재난 전문가가 있다고 했을 때, 만약 추후 다른 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새로 이사 온 주가 인정하는 재난관리자 자격증을 새롭게 취득해야 비로소 그 주에서 근무가 가능해요. 하지만, 주정부의 자격을 바탕으로 근무하는 도중에 세계재난관리자 자격검증에 합격한다면 가입된 주와의 상호조약에 따라 재난관리의 역량을 그대로 인정받아 활동할 수 있어요. 

이렇게 인정받은 세계재난관리자는 범국가적 기관은 물론, 다국적기업에서도 재난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연구지원, 개발, 시범사업, 예방, 경감, 대응, 복구 등 전 단계에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Q. 방재안전공학과라는 학과가 생소한 학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방재안전공학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재난은 인류가 지구에서 활동하면서부터 꾸준히 발생해왔어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를 연구, 체계화하여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해요.

방재안전공학과는 재난과 관련하여 전반적이고 간학문적으로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협동과정으로 만들어졌어요. 즉,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학, 공학, 경제학, 행정학 등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설계하여 학습할 수 있죠.  수업에서 만나는 학우님들이 현직 재난관리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라 협동과정에서 학습효과가 두배가 될 수 있습니다. 방재안전공학연구실에서는 GIS기반의 리스크평가기술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모교 선배님들이 국내 재난분야에서 앞장서고 계셔서 좋은 거 같아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통섭형 인재는 이런 곳에서 탄생하면 좋지 않을까요? 


Q. 어떠한 계기로 재난관리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셨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어릴 적부터 비상사태 및 재난에 대한 인상이 부정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 현직에 계실 때 재난관리 매뉴얼 개발, 훈련 기획, 사고대응을 통해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으신 아버지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여 급박하게 재난으로 전개될 때 요구되는 의사결정과 판단력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관련 역량을 어릴 적부터 강조하셨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재난관리를 가르치는 학교는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재난관리는 지금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어요. 그렇다 보니 국내에서 보다는 유학하는 과정에서 재난관리의 매력에 반하게 되었죠.

미국에서 지방정부 공중보건당국 부소장 Black 박사님의 인턴으로 들어가 있으면서 의료물자시스템 및 교육자료를 관리했고, 재난발생시에는 곁에서 생생한 현장을 목격했으며, 대비역량을 높이기 위한 공식계획서를 수정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그 문서가 실제 활용이 되면서 세계재난관리자 검증과정에 도움이 되기도 했죠. 공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Black 박사님을 비롯한 멋진 재난종사자를 곁에서 지켜보며 재난관리 분야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답니다.  


▲유학시절 보건당국 인턴 동료들과 함께


Q. 재난관리 분야를 꿈꾸고 있는 학우들에게 전달해줄 팁이 있으신가요. 

이 글을 보고 세계재난관리자 과정에 도전해보고 싶은 학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찾아보면 우리나라만 해도 재난자격증의 종류는 참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세계재난관리자 인증제도는 다른 일반적인 자격증과는 검증과정이 달라서 재난분야에서는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죠. 지원자의 재난관련지식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판조회, 사회적 기여도, 실제 재난구호활동에서의 공식역할, 교육수준과 서술력 등을 확인합니다. 나아가 인정된 현직 재난전문가들에게 추천서를 받아야만 각 분야의 전문가로 형성된 당해 위원회의 심사를 거칠 기회가 주어져요. 

저는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학우들에게 AEM과 CEM검증과정의 목표를 갖되 먼저 기본소양과 교육을 차근차근 쌓는 걸 추천 드려요. 한국방재협회에서 제공하는 강의, 각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공식 수업, 서울대학교병원 국가재난 응급의료교육센터에서 제공하는 특수재난과정 등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기초를 쌓을 수 있어요. 국내 도서로는 윤홍식 교수님의 『재난리스크 평가론』, 임현우 박사님의 『재난관리론』 등이 있고, 더 관심이 있으신 분은 리처드 세일러의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폴 블룸의 『선악의 진화 심리학』 등 폭넓은 독서를 추천해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실질적인 재난역량도 함양하다 보면 어느새 까다롭게 느껴졌던 요구조건들이 만족되어 자신이 국제사회에서 찾는 인재가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올 거예요.


Q.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불굴의 의지”라는 뜻인 “Fortitude”요. 뚜렷한 신념과 믿음은 결국 불굴의 의지로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만나이 서른이 넘어가는 시점에 되돌아보니 결국 제 이십대도 강한 신념과 믿음에 이끌렸던 것 같아요. 제가 말하는 신념이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숙명 처럼 좇다 보면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성장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말하는 겁니다. 지금은 우연처럼 보이는 것이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름답게 이어져 있을 거라고 믿어요. 따라서, 그때그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온점을 찍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당장에는 연관성이 안보여도 먼 미래에 뒤를 되돌아보는 시점에서는 분명 별들이 모인 예쁜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거라 믿어요. 

▲국가 재난응급의료전문가 (AMA) 정식과정 훈련 모습 


Q. 앞으로의 계획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경영학, 영문학, 행정학, 방재안전공학을 전공하며 학문적 토대를 쌓아가고 있어요. 과거 중등교사로 근무했던 이력, 미영리병원에서 인사과와 미국 공중보건당국에서 재난대비인턴으로 근무한 경력 등 이런 다양한 국제경험은 추후 통섭형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자로 거듭나는 데 좋은 토대가 되어줄 거라 생각해요. 이번 세계재난관리자 자격 취득을 계기로 범국가적인 연구활동과 교육활동을 통해 다음 세대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러 사람들의 삶에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저는 인간을 연구중심소재로 더욱 관심을 가질 계획이에요. 국제무대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Q.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고 및 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굳이 전공을 하지 않아도, 그 직책에 있지 않아도, 구성원으로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제안, 실천해보는게 건강한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