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성대신문사 주관 성대 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신수민 학우

  • 507호
  • 기사입력 2023.01.12
  • 취재 유영서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8559

"자신의 글을 세상에 쏟다"


시(詩)의 짧은 한 구절이 마음에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이것이 시만이 줄 수 있는 삶의 위로다. 신수민 학우는 시의 매력을 잊지 않고 자신의 삶에 갖고 왔다. 「시창작연습」으로 2022 성대 신문사 주관 성대 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신수민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19학번 신수민입니다.


Q.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하신 소감이 듣고 싶어요.

얼떨떨해요. 상을 받으면 오히려 제 글을 의심하게 돼요. 좋은 평가를 받은 게 감사하기도 하면서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되고요. 그렇지만 상을 받아 많은 축하 속에서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게 됐어요. 할머니께 ‘너의 넓은 바다 속에 많은 생각과 아름다운 글들이 헤엄치는 것 같아.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쏟아내며 살아가기를’ 이라는 축하 문자를 받았어요. 이번엔 불안은 내려놓고 축하에 담긴 포근함을 감사히 여겨 보려고요.



Q. 이번 성대문학상 수상 시 「시창작연습」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시를 쓰는 것보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를 더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 때 쓴 시입니다. 시가 모이는 자리를 주제로 시를 써 보고 싶었어요.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특별한 파장을 만드는 것 같아요. 파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안온해요. 제 자리 없는 축제에서 괜히 기웃대고 있는 게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요.

처음엔 시 쓰기 시작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는데 다시 읽어보니 제 삶에 모였다가 흩어진 사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흩어진 자리에 무언가를 놓고 떠나온 기분이 들어요. 저는 제가 쓴 시에서 부족한 점만 발견하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시창작연습>은 간직하고 있던 설명하기 힘든 기분을 잘 털어놓은 것 같아서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읽고 나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얼굴 조각들이 떠올랐다 가라앉아요.


Q. 제목을 「시창작연습」으로 붙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목을 잘 못 붙여요. 제목이 잘 안 떠오르면 시의 정황을 드러내면서 독자에게 해석의 열쇠를 쥐어 주는 이름을 붙이는 편입니다. 사실 제목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의 배경과 독자의 경험, 시 쓴 저의 경험이 교차할 수 있는 곳을 짚으려고 했어요. 시의 비밀을 간직하면서 그 자체로 한 줄의 시 같은 제목을 짓는 법 저도 알고 싶네요.


Q. 성대문학상에는 시, 희곡 및 시나리오, 단편소설, 평론 부문이 있는데요. 그중 시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소설을 썼습니다. 2021년에 심선옥 교수님의 ‘시창작연습’ 수업에서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시 쓰는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2주에 한 번 만나 각자 쓴 시를 합평하던 모임이 1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그 모임이 저에게 큰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서로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한 글들이 있으니까 제 마음이 어떻든 쓰게 되더라고요. 시를 읽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운이 좋게도 한 해 동안 시를 사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 덕이 큽니다. 명륜캠퍼스 근처에 시집 서점 ‘위트앤시니컬’이 있다는 것도 심리적으로 저를 시 근처에 데려다 놓은 것 같아요. 등하교할 때 혜화동 로타리를 지나는데 그때 동양서림 위 창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괜히 시 생각이 나요. 시심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시 하나 없는 하루에 시를 낙엽처럼 떨어뜨려주는 풍경이에요.



Q. 성대문학상 시상식에서 대표로 시를 낭송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시가 길어서 떨렸어요. 목소리도 작은 편이고 말을 잘 더듬기도 해서 많은 교수님이 계시는 자리에서 실수할까 봐 전날 낭송 연습을 했습니다. 시의 길이가 길어서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시 낭송할 때 배경 음악을 깔아 주시는데 저도 모르게 음악의 박자에 따라 읽게 되더라고요. 아직 다 안 읽었는데 음악이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걱정했던 기억도 납니다. 제 목소리만 들렸으면 스스로 듣기에도 조금 어색했을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음악을 준비해주신 덕분에 시가 소리로 전달되는 순간이 풍부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Q. 성대문학상을 준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작년에 우수상을 받아서 작품을 내지 않으려다가 마지막에 급히 제출했어요. 그 당시 듣던 수업의 교수님께서 성대문학상 제출을 격려하는 아이캠퍼스 공지를 띄우셨거든요. 그래서 문학상에 낼 만한 글을 고르고 퇴고하느라고 진땀을 뺐습니다. 투고만 하려고 하면 제 시들이 왜 이렇게 부족하고 창피한 글들로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성대문학상이 혼자만 간직하던 시들을 냉정한 눈으로 다시 읽게 된 계기가 돼서 좋았어요.


Q. 이번 성대문학상을 통해 성장한 점이 있나요?

성대문학상을 수상한 다른 글들을 읽으면서 학교에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것 같아요. 멋진 사람들과 교차하고 있구나 싶어서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기대가 됐습니다. 이번 성대문학상을 통해 문학을 더 사랑해봐도 될 것 같다는 용기도 얻었어요.



Q. 성대문학상에 관심 있는 학우에게 알려주고 싶은 팁이 있으신가요.

저는 타인에게 글을 보여줄 때 스스로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보여주려는 욕심이기도 하고 남 앞에서 말이 꼬이거나 스스로 믿지 않는 말을 하면 그 사람을 속이는 것 같잖아요. 읽는 사람을 믿고 글을 타인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이라는 이상향은 허상 같아요. 스스로 조금 느슨해지는 것이 제가 전하고 싶은 팁입니다. 도전을 그냥, 우연히, 어쩌다, 막, 생각 없이 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싶네요. 저에게도 필요한 말이라서요. 시가 타인에게 열리는 순간 의미를 찾아 간직하는 건 독자의 몫이기도 하고요.


Q. 시를 읽고 쓰는 것을 원래 좋아하나요? 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민망한데요. 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닐 만큼 많이 읽거나 쓰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사이토 마리코의 <단 하나의 눈송이>라는 시집을 추천 드리고 싶어요. 겨울에도 무척 어울리는 시인데요. 누구를 혼란시키려는 마음 없이 올곧게 걸어오는 문장들이 좋아요. 시가 걸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곤란할 때 읽고 싶은 시집입니다.



시는 따뜻한 무덤. 귀한 것들을 묻어두는. 하지만 오늘밤, 여름 화단 같은 박수 위로 갓 태어난 몸들이 떨어지고.

- 신수민 학우의 ‘시창작연습’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