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가 브랜딩하는 성균관대학교:
한글 슬로건 공모전 1위, 이민구 학우

  • 510호
  • 기사입력 2023.02.27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23158

지난 2월 SKKUP <성균관대학교 브랜딩 프로젝트>의 첫 시작을 알리는 학생증 디자인 및 한글 슬로건 공모전이 뜨거운 관심 속에 개최되었다. 조선시대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을 계승한 전통을 녹여낸 학생증과 슬로건 선정을 위해 학교 구성원들의 소중한 한 표가 모였다. 투표 끝에 컴퓨터교육과 23학번 이민구 학우의 슬로건 “예로부터 나라의 인재는 성균에 모여 왔으니, 그대 머묾이 우연이겠는가”가 1위를 차지했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힘든 수험생활을 이겨내고 성균관과 필연으로 만난 새로운 유생들을 환영하며, 성균의 전통과 멋을 돋보이게 해준 이민구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컴퓨터교육과 23학번 이민구입니다.


Q. 성균관대학교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새내기로서 대학생활에서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학 생활에서 팀플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고1 때 마음 맞고 유능한 친구들을 만나 함께 팀 프로젝트를 해서 좋은 결과물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업 비중이 늘어나고, 조별 과제도 거의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저 혼자만의 분투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서 아쉬웠어요. 유능한 학우들이 모인 성균관대학교에서 제 로망을 충족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입학 전 방학, 어떻게 보냈나요?

슬로건 공모전 준비를 제외하면 대학 입시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 그동안 놀러 가지 못했던 놀이공원에 가기도 하고, 축구 같은 스포츠를 즐기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소소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행복을 느꼈습니다. 힘들었던 입시 생활에 보답받듯 의미 있는 추억들을 많이 쌓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얼마 전 <성균관대학교 브랜딩 프로젝트> 한글 슬로건 공모전에서 학우님의 슬로건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소감을 듣고 싶어요. 

사실 아직 믿기지 않아요.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다닐 학교의 슬로건을 만들었다는 게 영광입니다. 언젠간 ‘성균관대’ 하면 제 슬로건이 생각나고, ‘예로부터’라는 말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성균관대가 연상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원래도 자랑스러웠던 학교지만, 제가 만든 슬로건때문에 애교심이 더 생겨난 것 같기도 해요.


Q. 슬로건을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려웠던 점은 ‘슬로건 문구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아닌 ‘여러 슬로건 중 어떤 것을 내세울 것이냐’였어요. 아이디어를 내면서 일명 '양치기' 전략을 세운 저는 번뜩이는 문구가 떠오를 때마다 휴대폰 메모에 저장해두었고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아 다듬으면서 다양한 슬로건을 제작해보았어요. 도움을 준 23학번 최휘철 학우와 김지원 학우에게 이 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출할 수 있는 슬로건은 3개뿐이라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추리고 추려서 4개의 후보를 남기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여기에서 어떤 것을 빼면 좋을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친구들의 의견도 갈려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어요. 이때 ‘에브리타임’에 게시글을 올려 4개의 슬로건 후보를 1번부터 4번까지 쪽지로 보낼 테니 순위를 매겨달라 해서 15명 정도의 의견을 받았어요. 표본을 모아 수학적으로 순위를 정하자는 생각을 해봤죠. 1등은 3점, 2등은 2점, 3등은 1점, 4등은 0점으로 점수를 매겼고, 명확한 순서 없이 ‘2, 3번이 좋다’고 대답한 경우는 평균을 내서 2.5점을 2번이랑 3번에 부여하고 나머지 1번이랑 4번에는 0.5점을 부여하는 식으로 계산했어요. 그렇게 해서 점수가 높은 3개를 골라 제출했죠. 저만의 방식으로 선택 장애를 극복해낸 슬로건 선정 과정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번에 당선된 슬로건은 4개의 후보 중 3등 성적을 받았던 슬로건이었습니다. 다른 후보들보다 성균관대학교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을 살렸다는 점 덕분에 당선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점 역시도 신기하고 기억에 남네요.

 

Q. 학우님이 ‘성균관대학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성균관대학교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중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은 점은 ‘전통성’과 ‘세련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거예요. 조선 최고의 학부였던 성균관을 계승했다는 자랑스러운 역사는 제가 슬로건 문구를 생각해 낼 때도 강조하고 싶었던 점이었어요. 삼성과 혁신을 주도하고 성장하는 대학이란 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세련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였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전통을 갖춘 멋’이 성균관대학교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출처 총학생회 SKKUP 공식 인스타그램


Q. 새내기 생활 일 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여느 평범한 대학생처럼 새내기 새로배움터, MT, 미팅에 참여하며 대학생만이 느낄 수 있는 추억들을 쌓고 싶습니다. CC(캠퍼스커플) 되보는 것도  로망 중 하나예요.(웃음) 고등학교 때 생활은 돌이켜보면 별다른 추억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대학 생활은 아쉬움 없이 꽉 찼으면 좋겠어요.

 

Q.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독창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 자신이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제가 항상 독창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욕심내왔거든요. 공부할 때도 남들이 안 쓰는 저만의 공부법을 계속해서 고안해냈고 그 방법으로 좋은 결과를 낼 땐 뿌듯했어요. PPT를 만들 때도 저만의 스타일을 계속 고집하다 보니 어느덧 친구들 사이에선 PPT 잘 만드는 친구로 통하고 있기도 하죠. 이 외에도 독창성을 뿜어낼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하려고 노력해왔어요. 이번 슬로건 공모전 또한 제 독창성을 조금이나마 인정받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어 뿌듯할 따름입니다.

 

Q. 수험생활 동안 학우님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힘들고 고된 수험생활에 저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건 친구들의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도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친구들 덕에 무겁지 않은 몸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요. 친구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공부한 것이 제가 동기를 잃지 않을 수 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시절 입시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가 두 명 있었어요. 운이 좋게 이번에 셋이 다 같이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온 친구들이라 대학 생활을 하는데 걱정보다는 안심과 기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좌우명이나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구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제가 노력했던 것에 비해 좋지 않은 결과를 겪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무언가에 노력을 쏟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게 될 뻔한 적이 있었죠. 그럴 때마다 ‘진인사대천명’이란 구절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며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오르지 않던 성적도 어느 순간 오르더라고요. 이 구절이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한 숨은 공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할 23학번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열심히 고민하며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슬로건이 되는 것까진 욕심이더라도, 슬로건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와닿아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