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지금이지 않을까?”
글로벌리더학부 & 로스쿨 류채린 원우

  • 512호
  • 기사입력 2023.03.27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8748

지난 2월,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 홀에서 ‘꿈과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의 시작’, 2023년 겨울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4,728명의 졸업생 앞에 선 류채린 원우는 “제게 성균관대학교는 화양연화(花樣年華) 그 자체였다”라는 말과 함께 졸업생 대표 답사를 시작했다. ‘화양연화’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화양연화’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빛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류채린 원우. 광활한 우주에서 함께 반짝이는 성균인들을 위한 원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글로벌 리더학부, 경영학과 복수전공 18학번 류채린입니다. 2023년 2월에 학사과정 전체 수석 졸업 후,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로스쿨에 다니고 있습니다.


Q. 학사과정 전체 수석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듣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수석 졸업인 걸 졸업식 당일에 알게 되어 많이 놀랐어요. 워낙 뛰어난 학우들이 많으셔서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좋은 가르침 주신 교수님들, 잘 이끌어주신 선배들, 항상 따뜻하게 응원해준 친구들과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학업뿐만 아니라 학회, 동아리, 교환학생, 자원봉사, 대외활동, 복수전공, 장학금까지 대학 생활 중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졸업하는 것 같아 후련하고 뿌듯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저보다 더 좋아하더라고요. 해외 일정 중에 유튜브를 통해서 졸업식을 봐준 친구, 수석 졸업 축하한다고 적힌 꽃다발을 선물해준 친구, 주변에 수석 졸업을 대신 자랑해주는 친구들까지… 각자 인턴이나 시험 등 바쁜 일이 있었는데도 시간 내서 축하하러 와준 걸 알기에 고맙고, 감동이었죠. 공부도, 사람도 많은 걸 얻은 대학 생활이었던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Q.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셨습니다. 함께 졸업하는 학우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나요?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화양연화> GV(관객과의 대화)에 다녀온 이야기를 잠시 해야 할 것 같아요. <화양연화>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그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세계적인 배우인 양조위 님이 한국에 오셨거든요. 한 관객이 배우님의 ‘화양연화’가 언제였는지 질문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인생 단계마다 화양연화가 있다”라는 것이었어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대배우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라면 졸업을 맞이하는 학우 여러분 모두에게 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성균관대학교에서 분명 각자에게 크고 작은 화양연화의 조각들이 있었을 테니 졸업하는 오늘만큼은 맘껏 뿌듯해하고 행복해지는 것, 그리고 그 이상으로 앞으로 더 찬란하게 빛날 화양연화가 계속 있을 거라는 것,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졸업하는 학우 모두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제 작은 소망을 담았죠. 성균관대에서 함께 성장한 우리라면 지금보다 더 큰 행복과 성취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을 꼽자면 어떤 순간인가요?

졸업한 지금 돌이켜보면 평범하고 소소했던 일상마저도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이었어요. 앞을 바라보고 반짝이던 눈빛이 결국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일본 교환학생 시절입니다. 반년간의 교환학생이 끝나가고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겨울이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교환학생 언니와 나오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어서 괜스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더라고요. 바로 다음 날 그 언니와 제가 교환학생 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언니와 기숙사 앞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 찾아오는 순간들이 모두 저에게 가장 찬란하게 빛난 순간들인 것 같아요. 물론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날에는 조급하거나 지루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빛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반짝이는 미래가 또 찾아올 것이라는 걸 되새겨 보면 좋지 않을까요?


Q. 법조인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취미로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가는 걸 꿈꿨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전공수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민법을 비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일본어가 법학 진로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죠.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나고야대학 법학부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기수에서는 저를 포함한 한국인 5명이 한 팀으로 파견됐습니다. 다들 관심사가 같아 학업과 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다 같이 일본 물권법 공부도 하고, 수업자료로 논문을 읽으면서 토의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같이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멋진 사람들과 계속 공부한다면 즐거울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같이 유학하던 언니·오빠들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 친구들과의 인연들도 소중했어요. 나고야대학 로스쿨에 진학한 일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로스쿨 제도나 법조 분야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어요. 그 친구들처럼 저도 한국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기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해진 선배들과 친구들이 졸업식에 와서 축하해주기도 하고, 함께 북촌한옥마을이나 익선동에 놀러 가기도 했어요. 제가 인생네컷 찍는 걸 좋아하는데 처음 찍어본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흐뭇하더라고요.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데 그때의 추억들이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Q. 로스쿨을 꿈꾸는 학우분들에게 전달해줄 팁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법 관련 활동들로 ALSA (대학 연합 법학회)와  CAMPUS Asia (법학부 교환학생 프로그램)를 중점적으로 했어요. 이런 활동을 통해 각자의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밴드 동아리, 관광안내소 통역 봉사, 외교부 대학생 기자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 LEET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하실 거예요. 꼭 그 목적이 아니라도 독서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법과 관련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는 한동일 작가의 <라틴어 수업>, 김원영 작가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애덤 벤포라도 작가의 <언페어> 등이 있습니다.


Q. 지금의 꿈을 찾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공유해주세요.

대학에 다니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교환학생이고, 하나는 복수전공입니다. 두 경험 모두 법조인을 꿈꾸던 저의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특히 경영학과 복수전공은 법학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법을 바라볼 수 있게 했어요. 법학 전공을 들을 때는 법이라는 원칙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집중하게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하지만 경영학 전공을 들으면서 법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활용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빛이 아닐까요. 어두워 보이는 순간에도 빛이 항상 존재하듯이, 언제나 올곧게 반짝이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리즘의 무지개처럼 제게도 다양한 매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 ALSA 단체 사진과 CAMPUS Asia 단체 사진


Q. 좌우명이나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구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Live in the moment.’ 지나간 과거에 잡혀 있지도, 아직 오직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지금 내 자신에게 집중하자는 의미에서 자주 되뇌어 보곤 합니다. 공부할 때 불필요한 후회나 걱정 때문에 오히려 공부가 안될 때가 많더라고요. 책상 앞에 앉아서는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쉴 때는 온전히 휴식하며 저를 돌보려고 합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밴드 ‘녹황색사회’의 <Mela!>라는 노래를 추천하고 싶어요. “지금이지 않을까?”라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곡의 에너지가 좋아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나 중요한 무언가를 앞둔 때 종종 들어요.


Q.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전의 저라면 도전이나 성취라는 단어를 말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작년에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며 많은 분께 응원과 도움을 받았어요. 인생의 가치관이 바뀔 정도로요. 고마운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고, 결과적으로 온전히 감사와 축하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겐 사람의 가치를 다시 한번 알려준 것 같습니다.


Q.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어에는 '一期一会 (이치고이치에)'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일생에 단 한 번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입니다. 문득 생각해보면 광활한 우주에서 마주쳐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게 특별한 일인 것 같아요. 저와 대학 생활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고, 학우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저는 학부를 졸업했지만, 변함없이 성균관대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