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입법 및 정책 제안 대회 국회의장상 수상,
김성일(행정학과 22) 학우

  • 551호
  • 기사입력 2024.11.13
  • 취재 오채연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4421

일상 속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 우리 삶을 바꾸는 정책들도 사소한 불편함에 주목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런 일상 속 작은 부분에 기민하게 반응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가져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입법자가 지녀야 할 면모다. 9월 9일, 국회입법조사처와 파이낸셜 뉴스가 주관하는 ‘2024 입법 및 정책 제안 대회’에서 우리 대학 김성일 학우가 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김성일 학우의 입법 제안은 우리가 평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연석(도로경계석)’에서 출발했다. 연석에 대한 실용적인 개선으로 낙상 및 급발진 사고 예방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한 김성일 학우를 만나 보자.



| 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하신 소감을 듣고 싶어요.

130여 개의 팀이 출전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회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아 영광입니다. 신청서 제출 기간도 2~3개월로 길었고, 개인뿐만 아니라 팀별 지원도 가능했던 터라 개인으로 지원한 제가 수상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시상식 당시 국회의장님께서 제 제안을 ‘김성일 법’으로 실현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자랑스러워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 이번 입법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하철 게시판에서 우연히 이번 입법 및 제안 대회 공모전 게시물을 봤어요. 처음에는 슬쩍 읽어보고 말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당일 Kingo-M 앱으로 이번 대회 홍보 메시지가 왔어요. 자세히 알아보니 국회 산하 기구인 국회입법조사처와 파이낸셜 뉴스가 주관하여 벌써 10회째 주최된 유서 깊은 대회더라고요. 평소에도 입법에 관심이 있던 터라 한번 참가해 보자 마음먹었습니다.



| 학우님이 제안하신 ‘낙상 및 급발진 사고의 예방을 위한 도로경계석 개선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보통 급발진 사고를 생각하면 차량 제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데요, 저는 도로 구조물 규정의 개선으로 급발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연석에 초점을 맞춰 총 세 가지의 입법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먼저 연석의 높이 제한을 달리하는 개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연석의 높이를 25cm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차량의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연석의 높이가 낮으면 차량이 인도로 쉽게 올라탈 수 있어 피해가 가중됩니다. 따라서 시청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은 연석의 높이를 20cm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동시에 주거 밀집 지역은 연석의 높이가 필요 이상으로 높으면 통행 불편, 응급차량의 신속한 진입의 어려움 등이 발생해서 연석의 15cm 이하로 완화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안했습니다.


두 번째는 연석의 미끄럼 저항에 대한 차등적 적용 및 위험성 시각화입니다. 비나 눈이 와 미끄러워진 대리석 연석으로 인해 노인 분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미끄러지거나 낙상사고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도로의 경계를 나누는 25cm 높이의 부분과 횡단보도 앞과 같은 평지 부분 사이의 경사진 연석에서 말이죠. 이 경사진 연석 부분을 다른 연석 부분보다 마찰계수를  45 BPN으로 높게 설정하는 등 미끄럼 저항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해당 부분을 붉게 칠해 폭우나 눈에 뒤덮였을 때 쉽게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식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석의 소재 변경을 제안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대리석 연석은 우천 시나 폭설 시 미끄럼 발생 가능성이 높고, 비용도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차량 충돌 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친환경적인 고무 소재로 연석의 소재를 바꿀 것을 제안했습니다.


▲ 연석의 경사 정도에 따른 미끄럼 저항의 차등적 적용 및 위험성 시각화 자료


| 위 같은 방안을 제안하고자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특히 올해 여름에 급발진 사고가 잦았잖아요.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급발진과 관련하여 여러 기사를 찾아보던 중 평소 크랩이라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봤습니다. 해당 영상으로 필리핀 같은 비가 많이 내리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홍수를 막기 위해 연석 높이가 30cm로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비가 많이 오고, 높은 연석이 급발진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석 규정 개선 방안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 원래부터 입법 및 정책 제안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원래는 법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전적 대학에서 법학과를 전공하기도 했고,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 현장을 돌아보니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 사회 구성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법이 아니라 정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적인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입법 및 행정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실현 가능성입니다. 입법 제안 분야가 플랫폼 시장과 소비자 보호, 기후 위기 대응 및 환경 보호, 초고령사회 대응, 국민 행복 증진으로 총 4가지 있었는데요, 저는 가장 친화적이고 익숙한 국민 행복 증진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친화적이고, 와닿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어떤 것이 가장 일상에 와닿는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즉 어떤 제안이 가장 실현 가능할지를 중심으로 입법 방안을 구상했던 것 같습니다.



| 이번 대회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제안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논문을 많이 찾아보고, 참조하며 교차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논문이 영어로 작성되어 있어서 이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영어에 친숙한 편이지만 마찰계수, 수학 용어, 전문 용어 등이 영어로 적혀 있어 단어장을 일일이 찾아보며 해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 마지막으로 입법 대회에 관심이 있거나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로스쿨 진학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문과면 거의 다 준비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 생각해요. 그러나 꼭 자신의 진로를 법조계에 한정하지 말고 폭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법조인이 되지 않아도 법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거든요.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는 길도 있지만 정책 연구진이 될 수도 있고, 정책을 만드는 정책 전문가가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진로 분야가 열려 있으니 로스쿨 진학을 꿈꾸는 학우분들이 정책 분야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번 입법 및 제안 대회 외에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주관하는 행사, 세미나들이 많습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면 진로 결정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