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메탈밴드 고동우

블랙메탈밴드 고동우

  • 320호
  • 기사입력 2015.03.28
  • 취재 이윤호 기자
  • 편집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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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Skyggen”이라는 블랙 메탈 밴드의 리더이자 밴드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고동우(14 사학)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Skyggen’이란 이름을 보면 ‘스키겐’이나 ‘스카이젠’으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밴드 이름은 노르웨이어로 ‘The shadow’라는 뜻으로, 한국어로 표기하자면 ‘쉭겐’이에요.
메탈이라는 장르가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장르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메탈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이 장르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없거나 단순히 시끄러운 음악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메탈에도 다양한 장르들이 있어요. 메탈 음악을 크게 나누면 메탈이라는 범주 안에 여러 장르들이 있고, 그 중에 괴물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보컬을 쓰는 ‘익스트림 메탈’이라는 큰 카테고리가 있어요. 제 밴드는 익스트림 메탈의 범주에 들어가는 블랙 메탈이라는 음악을 하고 있죠. 블랙 메탈은 보컬이 멜로디를 가지지 않고 기타의 멜로디를 강조하면서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틀에서 벗어난 탄탄한 곡 구조로 승부를 보는 게 특징이에요.

제가 지금은 메탈이나 클래식 음악 이외의 음악은 거의 듣지 않지만, 옛날에는 음악을 가려서 듣지는 않았어요. 유치원 때는 윤도현, 전인권 같은 가수들을 좋아하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유명한 하드 락 밴드이자 초기 헤비 메탈의 개척자격 밴드 중 하나인 ‘Deep Purple’을 처음 접했어요. 당시에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죠. ‘Deep Purple’에 빠져서 한참 그들의 음악을 듣다가 어느 순간부터 음악 자체를 거의 듣지 않게 됐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 ‘Deep Purple’의 음반을 우연히 들었는데, 예전에 좋아했던 기억이 나면서 정말 좋더라고요. 그 때부터 다른 밴드들의 음악도 듣기 시작했죠. 밴드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 들 중 메탈에 대해 애착이 강했어요. ‘Deep Purple'의 음악을 들어서 그런지 다양한 메탈 음악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왜 메탈에 강하게 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더 메탈에 더 심취하게 됐고 다른 음악은 귀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기타를 처음 잡은 지는 7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밴드를 하리라는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치기 시작했었죠. 그렇게 계속 배우고 연습하다 고등학교 땐 학교 밴드부는 안했지만 축제 때 무대 서는 친구들이 기타 쳐달라고 부탁해서 두 번 정도 무대에 섰었어요.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교 음악실에 앰프와 드럼이 있었어요. 사람이 없을 때는 마음껏 써도 되는 곳이어서 친구와 그곳에서 자주 기타와 드럼을 치면서 밴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었죠.
제대로 밴드를 시작한건 작년 3월 즈음이에요. 밴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금드럼, 은베이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타 치는 사람은 많고 드러머는 정말 구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이 ‘무저갱‘이라는 자기 밴드 드러머를 오랫동안 구하고 있었습니다. 드럼을 조금이라도 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글에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달았었죠. 정신차려보니 제가 ’무저갱‘의 드러머가 되어 있더군요. 그렇게 밴드를 시작하고 여러 번 합주를 했죠. 그 때는 곡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합주만 하고 공연은 하지 못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만든 블랙메탈 장르 자작곡을 녹음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국내 블랙메탈 전문 레이블에서 정규 앨범 계약 제의도 받았었죠. 제가 블랙메탈 밴드의 기타 겸 보컬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서 이왕 밴드를 할 거면 녹음한 음악들을 데모로 제작해 밴드도 제대로 꾸려서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데모를 CD로 제작했고 멤버들도 모아서 앨범을 내고 공연도 하는 밴드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드러머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서, 앨범을 내고도 한참 동안 드러머를 못 구했어요. 드러머 없이 드럼트랙을 컴퓨터로 틀고 라이브를 해야 하나 생각을 하던 차에 간신히 드러머를 구해서 그때부터 밴드를 정비하고 공연 준비를 해서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아직 공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공연을 끝내고 사람들이 공연 잘 봤다며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는 줄 몰랐다는 말을 해주면 짜릿한 기분이 들어요.

지금까지는 소량으로 발매한 데모 앨범과 작년 11월 즈음 우리나라의 다른 블랙 메탈 밴드인 Methad와 스플릿 앨범을 하나 냈어요. 스플릿 앨범은 음원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발매와 CD 발매가 됐어요. 두 밴드가 각각 5곡씩 나름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다채로운 색깔이 담긴 앨범이에요.


“Whispering Death”라는 노래에 가장 애착이 가요. 제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인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 거기 나오는 드래곤 종류 중 하나에 대한 곡이에요. 이 곡은 데모와 스플릿 두 앨범에 모두 넣은 유일한 곡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곡은 아니지만, 제 밴드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이 곡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 보니 곡에 대한 애착은 저절로 생기더군요.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컸어요. 앞으로 나올 정규앨범은 제가 계약한 레이블에서 제작을 해주겠지만 지금까지는 전부 사비 들여서 D.I.Y로 제작을 했죠. 멤버들이 전부 학생이어서 최대한 돈을 적게 들이면서 앨범을 내는 방법을 찾았어요. 스플릿 앨범은 녹음이나 믹싱을 스튜디오에서 하지 않고 전부 직접 했어요. 리드기타나 베이스의 경우는 며칠 동안 저녁에 인문관과 호암관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면서 녹음했던 기억이 나네요. CD제작, 속지 프린트를 각각 다른 업체에 맡기고 케이스도 따로 사서 수백 장을 일일이 끼워서 앨범을 제작하느라 힘들기도 했어요.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많긴 했지만 즐겁게 하는 일이다보니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올해 안에 정규 데뷔앨범과 스플릿 앨범을 발매하고 하반기에 군대를 갈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활동들을 전부 스스로 해야 해서 제작이나 홍보에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실용음악과를 다니는 저희 밴드 드럼 멤버 덕분에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생겼고 정규앨범홍보도 수월해질 것 같아요. 스플릿 앨범은 친한 메탈 밴드 5팀이 한 곡씩 수록해서 중간고사가 끝날 즈음 발매될 예정이에요. 보너스 트랙으로 제가 만든 ‘나름 프로젝트 밴드’ 곡 하나도 더 들어갈 것 같아요.
군대에 다녀온 다음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밴드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작년 축제 때 학교 밴드들이 공연하는 걸 보니 큰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다보니 큰 무대의 사운드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가능하다면 나중에는 성대생으로 이루어진 메탈 밴드를 만들어서 큰 무대에 한번 서보고 싶어요.
지금은 그저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하고 있지만 이런 활동들과 관련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어요. 밴드 활동을 한 때의 재미만을 위한 것으로 남겨두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있고 메탈을 학문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포부도 있거든요.

일단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인정받을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지 않나 하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뻔한 말이기는 하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청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어도 무언가를 하는 그 자체로 기쁨이 된다면 충분히 찾아보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메탈에 관심 있으신 학우 분들 있으시면 한국 메탈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