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준다, 포스터' <br> 김규혁 학우

'만들어준다, 포스터'
김규혁 학우

  • 321호
  • 기사입력 2015.04.13
  • 취재 유준 기자
  • 편집 김혜린 기자
  • 조회수 17085

포스터, PPT 디자인 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본 경험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숙제를 도와 준다는 학우가 있다.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쁠 졸업학년임에도 시원하게 해결해주려 자진해서 나선 학우가 있었다. 취재의 시작은 ‘만들어준다, 포스터’ 라는 참신한 제목의 포스터가 캠퍼스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학우가 기발하다고 생각해 기자에게 제보를 했다. 건축학과 (08)5학년 김규혁 학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만들어준다, 포스터’라는 내용의 활동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부터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한 활동입니다. 교내 동아리 활동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출력된 포스터를 매개로 신입부원들에게 접근하곤 하는데요, 이 출력물들이 정보전달력이 낮거나, 트렌드에 뒤처진 초보적 레이아웃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어필하기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학우들의 재정 상황 상 디자인 전문가 혹은 인쇄소에 전임으로 맡기기엔 부담이 되기에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제 자신의 실력도 키우는 동시에 학우들의 부담도 덜어주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어렸을 적 광고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깊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게 되었고, 이론적인 면은 수업으로 채우고 실무적인 면은 직접 손을 움직이며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다분히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소질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면이 아직 많습니다. 하지만 건축 설계 스튜디오와 다수의 디자인 관련 전공 과목들을 이수하면서 쌓인 감각적인 면들, 디자인 철학과 컴퓨터 스킬들을 어려워하는 학우들을 대신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첫 접근이 학우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였기에 더 자신있게 ‘만들어준다, 포스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공모전에 참가한 적이 두 번 있는데, 한번은 LH주택공사에서 주관했던 2012 학생 주택건축 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다른 한번은 2013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5작품을 출품했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수상도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제가 하는 모든 활동들이 미래의 거름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시로, 대외활동보다는 실무적인 활동 경험이 몇 가지 있는데, 인천의 한 한의원 광고를 의뢰받아 현재 진행중이고, 포트폴리오식 홈페이지 제작, 그리고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잠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디자인에 흥미를 붙이게 된 건 그저 여태 겪어온 경험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도 더 매력적이고 집중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디자인에 있다고 느낀 일이 많았습니다. 쉽게 예시를 들자면, 제 개인적인 디자인 철학이 ‘보여주어야 할 것만 집중적으로 보여주자’이기에 간결하지만 명확히 의도가 읽히고, 글보다는 간단한 그림을 이용해 중요한 메시지만 부각시키는 방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디자이너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디자인 결과물의 가치를 지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제가 디자인에 뛰어들게 한 배경입니다. 수달이 집을 짓듯 작은 발버둥들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곤 하니까요.


 보수는 의뢰자가 부담할 수 있는 정도의 선에서 수고비 명목으로 받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사업자적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보수를 적게 받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고, 의뢰하시는 분들도 ‘같이 맞춰 나가자’라는 생각으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은 제가 학생이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기 때문에 저에게도 큰 부담이 없는 정도의 작업량을 요구합니다. 이런 배려 덕분에 학교생활과 ‘만들어준다, 포스터’ 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졸업학년이라 현실적인 벽은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고용주라면 어떤 사람을 찾을까’ 라는 고민이 ‘자신만의 길이 확고하고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사람’ 이라 결론지었고 머리보다는 손을 먼저 움직이는 성격을 제 스펙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계발서적 문구들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분명한 하나의 소신이 있다면, 말로 고민하기 전에 일단 저질러 보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확신을 갖고 시작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언덕 하나를 오르면 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지금 내 눈앞에 닥친 큰 문제들이 지나고 보면 이 작은걸 가지고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라며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요. 저도 아직 미약하지만 학우들이 너무 불안감에 자기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라는 가치관과 일단 저지르는 성격 덕분에 한국이라는 무대보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언덕을 올라 다른 풍경을 보려는 거죠. 한국에서 3년정도 실무를 하다가 유학 후 현지의 제 관심 분야에서 일 하려는 게 앞서 말한 넓은 무대입니다. ‘만들어준다, 포스터’ 활동이 건축을 전공했지만 광고와 디자인 분야에 관심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새로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의 가게 공간을 디자인 해주면서 작은 가게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마케팅 측면에서의 도움도 제공하는 스페이스 마케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공과 관심을 둘 다 살릴 수 있는 보람으로 살아가게 되겠죠.


 확신과 자신감을 요구하는 사회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청년들에겐 어려운 말이죠. 하지만 전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일이 잘 안풀릴 때나 불안할 때는 전에 해본적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정말 신기하게, 그 새로운 일 속에서 어떤 계기가 주어지곤 합니다. 지나가던 행인의 작은 칭찬에서 제가 아직 괜찮다고 느끼고, ‘만들어준다, 포스터’ 활동을 보고 연락주시는 분들의 짧은 문자에서 자신감을 찾습니다.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 보세요,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