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br> 임강렬 학우

나눔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임강렬 학우

  • 322호
  • 기사입력 2015.04.28
  • 취재 이윤호 기자
  • 편집 김혜린 기자
  • 조회수 10765

요즘 대학생들은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한, 취업 시 스펙으로 쓰기 위한 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형식적인 봉사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봉사를 하는 학우가 있다. 임강렬(중어중문 11)학우의 해외봉사 이야기를 들어보자.

군 입대 전 배낭하나를 들고 혼자서 43일간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인도와 마주한 순간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신들의 나라라고 불리는 인도에 신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 위 인도인들의 삶은 참 고달파 보였어요. 인도의 거리는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안고 다니며 구걸 하는 사람들, 구걸할 힘조차 없어 쓰려져 있는 노인들과 학교 울타리 밖에서 낯선 외국인에게 엽서 파는 아이들로 가득했어요. 저는 그곳에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봤던 것 같아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끼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주는 것 뿐 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저의 건강한 신체와 지식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해외봉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제대 후 ‘WFK’라는 단체에서 해외봉사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봉사활동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해외봉사 신청 시 봉사활동 지역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으로 7개 나라가 있었는데 저는 방글라데시를 선택했어요. 7개 나라 중 가장 인지도가 낮은 국가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가 방글라데시를 선택한 이유를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요. 제가 방글라데시를 선택한 이유는 방글라데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행복지수 1위국이라는 이미지 때문이었어요.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저에게 행복한 나라의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어요. 또 방글라데시가 원래 인도와 같은 나라였기 때문에 그곳에 간다면 인도여행 당시의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어요.

제가 해외봉사를 갔던 곳은 고아와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여아 보육원이었어요. 첫날 저희는 아이들에게 한글로 적은 명찰을 만들어 줬는데 저희만 보면 명찰을 가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고 못 맞추면 삐쳤어요. 그래서 저희는 본의 아니게 밤마다 시험공부 하는 것처럼 140여명 아이들 이름을 외우는 공부를 해야만 했어요. 또한 과한 애정공세가 저희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어요. 여아 보육원이다 보니 특히 남자 단원들에 대한 사랑이 넘쳤어요. 그곳에서 아이들과 결혼을 약속하고 온 단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여자 단원들도 아이들의 뽀뽀공세에 얼굴이 마를 날이 없었을 정도에요.

‘뛰뛰방방’ 팀의 팀장이었던 저는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도 집중을 해야 했지만 저는 저희 단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했어요. 팀장이 되고 처음에는 팀장이라는 위치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단장님, 인솔자님, 부 인솔자님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실무적인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실무적인 일들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단원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지에 도착하니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과 빡빡한 일정 속에서 사소한 것들로 단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부딪히는 일이 많았거든요. 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시간도 없는데 단원들 사이의 감정소모만큼 불필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과 후에 항상 ‘소통의 장’이라는 시간을 가져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덕분에 큰 문제없이 봉사를 마칠 수 있었어요. 많이 부족한 팀장이었지만 단원들이 믿어주고 잘 따라줘서 모범상을 받게 되었어요. 이 상은 지금까지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뛰뛰방방‘ 팀 후속활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5월 달에 오랜만에 ’뛰뛰방방‘ 가족이 모여 얼굴도 볼 겸 국내봉사를 할 계획이에요.



제가 원래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 아이들과 헤어지는 시간에도 무덤덤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헤어지는 날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귀찮다며 숨어 다녔던 그 시간과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던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어요. 교육을 하기에 2주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정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기약 없는 약속임을 알고 있는지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어요.

이번 해외 봉사를 통해 우리의 봉사가 아이들에게 도움과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하지만 봉사가 지속적이지 않다면 큰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장기적인 봉사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현지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상품화시켜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초보적인 구상단계지만 대학졸업 전에 이를 꼭 실현하려고 합니다.

학점관리, 대외활동, 자격증 등 요즘 대학생들의 삶이 정말 각박하고 힘들어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들 취업난 속에 지쳐만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세상일 수록 좀 더 낮은 곳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학우 분들이 더 많을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 가진 것을 나눠서 스스로의 보람과 함께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하는 삶을 실천하면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삶의 소중한 진실을 마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