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배우를 꿈꾸는 임현준 학우

명품배우를 꿈꾸는 임현준 학우

  • 323호
  • 기사입력 2015.05.12
  • 취재 유준 기자
  • 편집 김혜린 기자
  • 조회수 15663

표정, 몸짓과 말로서 배역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자신만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는 항상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런 배우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다양한 경험과 수많은 연습이 명배우를 존재하게 한다. 이런 배우를 꿈꾸는, 유명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2년간 다수의 주, 조연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했던 임현준(연기예술 09) 학우를 만나보았다.

저는 원래 하루 14,15시간씩, 열심히 공부만 했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문득,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 아니다’ 라는 회의감에 빠졌어요. 그러다 ‘내가 진정 좋아하고 평생 동안 즐기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했었죠. 고민 끝에 저는 ‘남들 앞에 스스럼없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배우의 길을 걷자’ 였어요. 그 때부터 갖은 노력 끝에 우리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기예술학과 연극 ‘수업’ 과 ‘갈매기’ 등 작품에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될 때부터 연극에 흥미를 갖게 되었죠. 사실 처음에는 연극보다 영화에 더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연극을 실제로 경험해보며 느껴보니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빠지게 되었어요. 당시 교수님에게 무대 화술도 제대로 배우면서, 연극배우로서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겨울방학 때, 연희단에서 진행하는 ‘우리 극 연구소’라는 워크숍에 지원했어요. 거기서 1달 동안 연극에 대해 배웠습니다. 수료 후, 연희단 본부가 있는 밀양으로 가서 극단 생활을 시작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바로 휴학을 하고 지원했죠. 그 후, 6개월간 밀양에서 숙식을 하며 공연 준비를 하고 연기를 배웠습니다. 2월에 밀양으로 내려갔었는데 매 해 8월마다 있는 극단 축제를 거치며 정단원이 되었습니다.

워크숍 6개월을 제외하면 18개월간 뮤지컬, 아동극, 인형극, 탈놀이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무대에 섰습니다. 한 달에 하나 꼴로 공연을 했어요. 지금까지 20개 정도의 작품을 했습니다.

‘탈선춘향전’ 이몽룡, ‘오레스테스 3부작’ 문지기와 아폴론, 창작 뮤지컬 ‘서시’의 윤동주, ‘서툰 사람들’ 장덕배,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 로미오, 뮤지컬 ‘천국과 지옥’에서 제우스, 마지막으로 ‘맥베스’에서 말콤 왕자’ 역이 있습니다.


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원래 역할 배분이란 것이 연습을 해서 해당 극의 레퍼토리가 있으면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건데 마침 선배 단원 분들이 군대에도 많이 가셔서 레퍼토리를 정말 많이 물려 받았어요. 연희단 수장인 이윤택 연출께서 연기를 거의 모르는 배우를 더 선호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백지에 그림 그리기가 더 수월하잖아요.

저는 교내에서 연극을 몇 번 해봤지만 그래도 거의 백지나 다름없었어요. 다만 연극을 해보면서 좋은 교수님께 무대화술을 제대로 배워서 연기를 배우는 기초가 조금 있었던 거죠. 이 부분이 정말 큰 도움이었고 행운이었습니다.

‘맥베스’에서 말콤 왕자 역입니다. 극중에서 말콤 왕자는 위협에 못 이겨 자신의 왕위를 내주고 도망쳐버려요. 도주 과정에서 죽음이 두려운 왕자가 영국에서 미친 척을 하며 속옷을 벗어 던지는 등 일부러 기괴하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진정 자신의 편이라 생각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울면서 자신이 광기 넘치는 행동을 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을 연기 하면서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처음으로 느꼈어요. 일종의 카타르시스랄까요? 그런데 저 혼자 무대에서 느끼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객석과 무대가 서로 에너지를 교류하며 빨려 드는 또 저는 거기에 힘입어 감정이 한 차원 올라가서 대사를 치게 되는……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되죠? 당시를 저는 ’나를 다 내려놓았던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때는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죠. 저희 극단은 아침 7시반에 무조건 다 같이 산책을 해야 했습니다. 산책을 한 다음엔 아침밥도 하고 청소도 각자 맡은 구역에서 해야 됐어요. 숙식을 하고 생계를 이어야 되다 보니 외부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연극 수업도 하고 무대제작, 조명 설치 등 많은 작업들을 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공연 역할을 계속해서 맡았었어요. 하나 공연을 하면 바로 다음 공연 연습을 하고 또 그 와중에 특별 공연이 잡히면 다른 지역에 가서 특별 공연 하고 돌아와서 또 공연하고…… 정말 쉴 틈이 없었죠. 집이 서울이다 보니 집에도 거의 못 가고 부모님도 뵙지 못했어요. 공연을 서울, 밀양, 대구, 부산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했는데 서울 공연이 있을 때 그 공연을 보러 오신 부모님을 뵐 수 있었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히려 공연을 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기 때문에 견딜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운이 좋아 역할을 계속 맡게 되고 연기 실력과 무대 경험이 쌓이는 것이 느껴지고 거기서 또 즐거움이 느껴져서 계속 열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워낙 사람들을 좋아해서 단체생활을 하고 이런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극단 생활이 저한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네. 현재는 잠정적으로 극단생활을 쉬고 다시 복학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어요. ‘영상촌’이라는 영화 제작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연기도 중요하지만 학업도 제게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연극도, 뮤지컬도, 영화도, 가리지 않고 다 도전 해보고 싶습니다. 일단 지금은 연극 분야에서 경험을 나름대로 조금은 해 봤기 때문에 이제 영화 쪽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아요.

사실 예전에는 정말 말 그대로 ‘유명’해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연기가 좋고 또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 밖엔 없어요.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을 하고 또 열심히 배워서 제가 제대로 쓰일 수 있는 곳 제가 필요한 곳에 쓰이고 싶어요.

제가 배우 생활을 빠른 나이에 시작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조급해 하던 부분이 있었어요. 텔레비전에는 저보다 훨씬 어린 아이돌 스타들이 엄청난 유명세를 타고 있고……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극단생활을 하던 중 30대 후반, 40대에 신입단원으로 들어와서 열심히 노력하고 나중에 배우가 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이때부터 생각이 많이 달라졌죠. 늦었다고 걱정하느니 차라리 그때부터 시작 하는 것이 맞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 초반에 늦었다면 20대 후반을, 30대초반을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면적인 것이라고 봐요.

분명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시작하길 주저하고 있는 학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욕하지 않을까 겁이 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은 해봤으면 좋겠어요. 뭐든지 꿈을 꾸는 것이 있다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 다음에 생각해봐도 늦지 않잖아요. 오히려 실패한다면 그걸 토대로 다른 것에 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못할까’ 싶은 친구들도 2년 후에 보니 무대에 서서 연기를 잘 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신기하고 멋졌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원하는 일이고, 시도를 했으면, 금방 포기하지 말고 진득하니 해 봤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뭐든지 10년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잖아요. 노력해서 열심히 하면 결과는 분명 나올 것이라고 봐요. 학우들이 웬만하면 쉽게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받은 대로 읽는 것은 자신 있는데 막상 제 얘기를 하려니 말주변이 없어서 좀 횡설 수설 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기자님께도 또 제 얘기를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운이 좋았다’고 하며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임현준 학우. 분명 그의 ‘운’의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의 밝은 웃음을 더 많은 무대와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