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 박사과정 <br>“전액 장학금

미국 심리학 박사과정
“전액 장학금

  • 325호
  • 기사입력 2015.06.13
  • 취재 유준 기자
  • 편집 김혜린 기자
  • 조회수 12940

이번엔 우리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미국 대학원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떠나는 인재 두 학우를 만나보았다. 윤영재(법학 04), 최서욱(심리 09) 학우를 소개한다.






사실 거창한 어떤 꿈이나 계기라고 하기엔 뭐가 없어요.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 해서 법대에 입학 했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제가 법에 대해 흥미나 열정이 있어서 원해서 한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요약하자면 법학이란 학문의 사고 방식의 틀이 저와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꿈이라기 보단, 제겐 ‘보다 나은 사회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라는 가치관이 있었는데, ‘만약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거라면,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한다면 좀 더 본질적인 통찰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중, 사회심리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 분야를 연구하시는 최훈석 교수님께 직접 메일을 드리고 상담도 했었죠. 사회심리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사회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인지, 감정, 행동을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발현 하는지 연구 하는 것인데, 이것이 앞서 말씀 드렸던 인간에 대한 이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한 본질적 통찰을 원하는 것과 맞아 떨어졌습니다.

전공은 법학이었지만 ESP라는 심리학회를 통해 처음 발을 들였어요. 그러다 심리학 수업을 듣기 시작하고 마침내 대학원에 진학을 했습니다. 최훈석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사생활을 시작했죠. 그 때는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없었고, 재미있었고, 지적인 충족감을 느꼈었어요. 논문을 작성하고, 연구하고, 진행하고, 결과를 공유하고, 또 발전 시키는 이런 모든 프로세스를 2년 반 동안 하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고, ‘이걸 멈추면 후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익숙한 환경에도 분명 효율성 등 메리트가 있겠지만, 법을 공부하다 심리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배우며 느낀 점이, 아예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처음부터 시작 해 부딪혀 보는 것이 지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향상이 될 것 같다는 기대에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더 나은 세상’이라 하면 참 거창한데,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정도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이 공부하는 과정을 마치고 나면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겠지' 라는 목표를 가진다기 보다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과정 자체에 집중을 하게 되요. 사실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 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현재 하고 있는 것을 지속해서 더 잘하려는 노력을 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 즐거움으로 미래의 불안을 이겨내고 있는 거죠. 언젠가는 그 노력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삼수를 해서 우리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했어요. 1학년 때는 <설득의 심리학>, <넛지> 같은 책을 읽으면서 사회심리학 쪽에 흥미를 붙였고, 군 복무 중에 꾸준히 다니엘 카네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 등 심리학 책을 읽으며 진지하게 연구 분야로 나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도 ESP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사회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었어요. 그러다 실험도 하고 이론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통계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곤 통계학을 복수전공 하게 되었는데, 심리학에서 수리적인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쪽 분야로 지금은 준비하게 됐습니다.

교환학생을 한 번 간 적이 있어요. 미국 와이오밍에 있는 학교였는데, 당시 유학 준비를 하던 선배에게서 연구 경력이 필요하다는 등 정보를 개략적으로 얻었고, 경험을 해 보고 싶어서 연구실에서 일을 해 봤어요. 그게 저한테 잘 맞아서 한 학기를 더 해서 총 1년간 연구실에서 일을 하고 수업도 듣고 했었죠. ‘할 만 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유학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학부 졸업 한지도 얼마 안됐고 경험도 별로 없어서 무언가 뚜렷이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재 목표는 내가 얼마나 세상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얼마나 세상에 조금이라도 새로운 점을 내 놓을 수 있을지, 한 번 해 보자, 하는 생각이에요.





최훈석 교수님 밑에서 석사과정을 할 때 그룹 다이내믹스 (집단역학/심리)라는 분야를 연구 했었어요. 석사학위 논문도 이 분야였습니다. 지금은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되는데, 현장에서는 팀 단위로 이 팀들의 갈등/협동 등을 연구하며, 기업의 실제 팀들을 분석하는 등 실용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를 하게 됩니다. 제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집단 창의성이었는데, 그룹 원들의 심리상태와 창의성의 연관성을 연구 했었습니다. 아마 이와 관련 있는 집단 의사 결정 쪽의 분야를 연구할 것 같습니다.

저는 실험 상황에서 불성실, 비정상을 걸러내기 위한 시스템을 통계학 쪽 교수님들과 협업해서 실험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 그리고 신경과학과의 융합으로 행동을 측정하고 과 FMRI로 뇌를 관찰 해 하나의 모형에서 둘을 만드는. 두 가지를 한 틀에서 보는 것을 연구하게 될 것 같아요.




전공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의 심리학 석, 박 통합 과정은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저도 처음에는 미국 유학이라는 게 돈 많은 사람들만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방법을 찾아보면 장학금을 받으면서 유학을 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 방법은 한국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먼저 밟으면서 트레이닝을 잘 받고 그것을 무기로 유학에 도전하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석사 과정 동안 실험도 진행 해 보고 선배들 연구와 함께 해외 저널에도 논문을 제출하는 등 좋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는데, 이런 점들이 강점으로서 어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04년 입학 했을 때에 비해 학우들이 훨씬 열심히 사는 것이 느껴져요. 아침 시간 셔틀 줄의 길이가 매년 증가하는 것이 체감됩니다. 하지만 살기는 계속 힘들어요. 특히 문과는. 이렇게 유학을 가고 공부를 해도 결국 ‘고급백수’ 가 될 확률도 꽤 있는 실정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단순히 노력을 많이 했을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라는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연구자의 길을 꿈꾸는 사람들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제 생각은 만약 돌아가는 판이 맘에 안 들거나 이러면, 뭔가 다른 노력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판 자체를 흔들거나 바꾸려고 하는 노력 같이..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을 예로 들면, 영어나 객관적인 스펙이 1점이라도 높아야 뭔가 잘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해서 그것들에 집중하는데 실제로 그런 요소들이 합격을 결정하지는 않아요. 자신만의 특화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의 가치를 남들이 발견 해 줄 때. 이 때 뽑히는 거에요. 불안하니까 남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가게 되고 스펙이 집착하게 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시야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한가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우리 모두는 대학교에 많은 등록금을 내고 다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이용할 권리와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거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그 분야에 있는 교수님께 여쭤보거나 관련된 분야의 전공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교수님들은 어려우니까 혹은 바쁘실 테니까 하는 생각에 꺼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연락을 드려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복수전공 하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통계학을 배움으로써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생겼잖아요. 새로운 분야를 접하면 정말 보이는 것이 더 많아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 자신을 칭찬 하고 싶은 점이 있는데, 바로 원서를 썼다는 점이에요. 처음에는 자신감도 없었어요. 원서를 준비 하다 보면, 원서 비용도 매 번 십 몇 만원씩 들고 학업계획서도 작성하기 어렵고 매우 결정하기 어려웠어요.

제 주위를 둘러보면 저보다 훨씬 학점, 스펙도 높고, 하고 싶은 것도 확고한 친구들이 참 많아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다 원서를 안 쓰더라고요. 정말 이게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례나 스펙 등등을 볼수록 자신감이 떨어져요. 자신이 그런 기준에 모자란다고 과하게 겸손하게 되면 아예 시도조차 못 하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준비가 됐다면 확실하게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준비 할 때 학부생 상태로 유학원서를 쓴 사람을 못 찾았어요. 너무 완벽하게 모든걸 다 준비하고 점수를 올리고 이런 것 보다는 용기를 가져서 시도 해보는 걸 추천해요. 꼭 유학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에요.

완벽한 도전이란 없는 것 같아요. 안 되니깐 해보고 뭔가를 배우고, 부족한 상태에서의 실제 노력, 현실적인 시도, 그 과정, 도전 자체가 남들과는 다른 노력이 되고 특별한 자신만의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많이 수집하는 것이 꼭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위축되는 부분이 많죠. 조금은 무식하게, 우직하게 할 땐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작점도, 방향도 매우 다르지만, 그만큼 많은 공통점도 느껴졌던 윤영재 학우와 최서욱 학우.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주저하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우에게 도움과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