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으로 희망을 전하다<br> 양어진, 채유진 학우

멘토링으로 희망을 전하다
양어진, 채유진 학우

  • 342호
  • 기사입력 2016.02.24
  • 취재 신용훈 기자
  • 편집 곽헌우 기자
  • 조회수 10149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 캠퍼스에서 지난 1월 4일부터 15일까지 총 10일간 '종로구 겨울방학 중등 영어 캠프'가 진행되었다. '동계 종로구청 영어캠프'는 종로구에 거주하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어 활용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두 명의 외국인 교수가 반을 나누어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재학생 두 명이 각 반의 멘토가 되어 수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에 학부생 멘토로 참여하여 멘티들에게 나눔을 전한 채유진(경제 12), 양어진(러시아어문학 12) 학우를 만나보았다.



양어진: '종로구청 영어캠프'는 종로구청과 우리 학교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종로구청이 예산 지원을 하므로 학생들은 타 사설 영어캠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인사캠에서 진행되며 캠프 진행을 위한 외국인 교원과 대학생 멘토는 우리 학교에서 적임자를 선발합니다. 교육 대상은 예비 중학생부터 예비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며 모두 종로구 소재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입니다. 대부분 참가 학생들은 캠프 진행 장소인 성균관대학교 근처에 살고 있으며, 기존에 서로 잘 알고 있는 학생들도 많아 종로구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영어 캠프 프로그램입니다.

채유진: 영어 캠프 멘토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해요.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성균 어학원 행정실과 수시로 연락하며 아이들 출결 상황, 문제 상황 등을 보고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 외국인 교수님들 수업 진행을 돕고 필요사항을 행정실에 알리는 것이 두 번째 역할 그리고 외국인 교수님과 중학생 아이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아이들의 내용 이해를 돕는 것이 세 번째 역할이에요.

캠프에서 2주 동안 아이들은 두 가지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요. 이번 캠프에서는 "DJ가 되어 Radio show를 녹음하는 것"과 "나만의 Entertainment Magazine 만들기"였어요. 저는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을 때 한국어로 직역해주기보다는 쉬운 영어로 먼저 설명해주고, 낙오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며 입에 녹음기를 대주고 손에 색연필을 쥐여 주며 격려했죠.

캠프에서 교수님들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중간마다 재미있는 Activity 활동을 많이 투입해요. 영어단어 거꾸로 말하기, 가로세로 퍼즐 등의 게임을 활용한 릴레이 미션, 공이나 찰흙을 활용한 단어 맞추기 등 활동이 있을 때마다 저는 아이들과 한팀이 되었어요. 사실 제가 더 신이 났던 거 같아요.

양어진: 영어 캠프는 2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캠프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흘간 진행되었으며 주로 저희 멘토들이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수업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게임 및 체육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은 원어민 강사들의 지도로 100%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자신만의 잡지를 만들어 내는 활동과 라디오 DJ가 되어보는 활동은 수업의 전체적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합니다. 매시간 충실히 할당량을 완수해야 마지막 수료식 날에 완결된 잡지 한 권과 일일 DJ 15분 분량이 나옵니다. 저는 제작 과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학생들의 질문에 잘 대답해 주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 대부분이 매우 적극적이고 참여도가 높아서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쉽게 친해지고 제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면 잘 따라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체육, 게임 시간은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매일 정규 수업 시간 사이에 들어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시범조교가 되기도 했고 영어로 진행되는 게임을 할 때 학생들이 규칙을 잘 이해해서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금요일 소규모 체육 대회 때는 학생들과 한팀이 되어 같이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원어민 강사들 수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 측 행정실과의 연결을 도왔습니다. 미리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 중 급히 필요한 물품과 자료를 전달했습니다. 즉, 모든 수업의 준비, 진행 과정, 결과물까지 멘토가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영어캠프 질이 높아지고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종로구청이나 협력학교 담당자도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으므로 멘토 임무에 충실히 임했습니다.



채유진: 돌이켜보면 지난 4년간 대학생으로서 제가 했던 대외활동 8할은 멘토, 교육 봉사자, 학원 강사로서 영어 교육을 하며 초, 중, 고 아이들을 만난 것이었어요. 이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입학 초로 돌아가는데요. 재수하고 대학에 들어오기까지 주변으로부터 심리적, 물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아서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눠 주고 싶은 마음에 꾸준히 교육 일을 해온 것 같아요. 모 기업 회장님 책 말을 일부 빌리자면 '교육의 사회 환원은 자선이 아니라, 대학생의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이었죠. 교육 일을 하면서 제가 저보다 어린 누군가에게 '인생 선배'로 기억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슴 벅찬 감동이기 때문에 이 일은 끊을 수 없는 동력이 되었어요.

그동안 저는 영어 교육을 할 때 기존 문제집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다양한 자료를 준비했었요. TED 강연이나 미국 드라마를 보고 받아쓰기, 쉬운 주제로 영어 논제를 읽고 토론하기 등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2년 연속으로 베스트 멘토 1인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주도적으로 멘토링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수업 콘텐츠 개발에 한계를 느꼈어요. 이번 캠프는 제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교수님들이 개발하신 콘텐츠가 바탕이 된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이었어요. 이 캠프를 통해서 외국식 영어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새로 배우고, 간단한데 막상 생각나지 않는 의사소통 표현들 예컨대 "Move over!" "What number are you?"도 확실히 굳힐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만나는 멘토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저 또한 배울 것이 많으니 일석이조라 생각했죠.

양어진: '종로구청 영어캠프'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교집합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외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영어번역 일을 종종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 홈페이지 공지 글에 영어캠프 멘토 선발에 대한 안내문이 올라와 유심히 보게 되었으며, 특히 이 캠프가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여 교육봉사를 틈틈이 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 대상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집 공고 글을 보며 해커스 어학원에서 스피킹 조교로 일하고, 대학교 1, 2학년 때 강남구청에서 고등학생들 대상으로 멘토링 봉사를 했던 일, 러시아 한글학교에서 러시아인들을 가르쳤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고 즐기는 분야의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 빠르게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도 면접 오라는 담당자 연락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에 응시하여 드디어 제가 바라던 일을 할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채유진: 캠프에서 팀을 짜서 게임이나 피구 등 스포츠 활동을 할 때였어요. 보상으로 주어지는 정말 작은 먹을 것 하나에도 목숨 걸고 필사적으로 구르고, 꽁꽁 언 날씨조차 거부하고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10대 중반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승부욕이 충만하고 에너지가 폭발하는 그들을 보며 저의 어릴 적 생각도 많이 났어요. 교실 안에서는 의욕 없고 조용하던 아이가 교실 밖에서 긴 줄넘기를 폴짝폴짝 뛰며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을 보니까 엄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어요.

다른 아이는 캠프 중에 감기에 걸렸는데, 저한테 "쌤, 제가 감기약을 먹었는데 혹시 수업 때 졸면 흔들어서 깨워주세요"라고 하는 의젓한 모습에 감동 받았어요. 캠프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미래 세대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양어진: 저는 어린 학생들도 승부욕이 대단하다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운동회 때 청군, 백군으로 나눠서 대항전을 펼쳤던 기억이 떠올라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짓게 되었습니다. 단어 맞추기 게임 같은 10~15분 안쪽으로 끝나는 작은 게임부터 금요일 체육대회 피구게임까지, 팀으로 나누어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듯이 눈이 반짝반짝 빛나곤 했습니다. 특히 상품이 걸려있다면 '목숨 걸고' 참여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습관적으로 한국말을 하는 학생들이 꽤 많았지만,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 팀에게 점수를 주는 규칙을 적용한 후부터 학생들은 모두 영어로만 대화했습니다. 자신이 소속한 팀 승리를 위해서 서툴고 불편하지만, 영어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귀여운 학생들 모습을 볼 때마다 재미있었습니다. 원어민의 영어만으로 진행되는 수업 시간에는 가끔 지루해하는 내색을 보이던 학생들도 게임을 할 때만큼은 인생이 걸린 문제처럼 목숨 걸고 몰입하는 모습이 참 순수하고 아이들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유진: 캠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어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욕이 없거나, 말이 없거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한 반에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맡고 있으므로 이쪽에서 아이들을 봐주고 있으면 저쪽에서 다른 아이들이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떠들어서 진이 빠지기도 했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녹초가 되었지만, 동심 가득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2주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다 같은 얼굴로 보였던 아이들 이름을 어느새 다 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장난기 있고 유치한 걸 좋아해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아이들에게 장난도 치고 편하게 대하다 보면 아이들이 "쌤 왜 이렇게 웃겨요?" "지금까지 만난 쌤들 중에 제일 이상한데 웃겨요." 라고 하는데 그게 듣기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이 캠프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행운은 마음 잘 맞는 동료를 만난 거예요. 같이 일한 옆 반 멘토 양어진 학우가 배려심이 있고 저와 일하는 스타일도 잘 맞아서 의지가 많이 되었어요.

양어진: 참여도와 열의가 높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부모님 의사에 따라 억지로 캠프에 참여한 소수 학생도 있었습니다. 특히 저희 반 학생 한 명이 매일 점심을 먹지 않고 반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것은 물론 수업 시간 팀별 활동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팀 활동을 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협력도 하지 않으니 그 학생이 속한 팀만 뒤처지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원어민 강사님과 의논 끝에 저는 그 학생과 몇 차례 상담했습니다. 자신은 하기 싫은데 부모님이 신청하셔서 억지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지금 몸이 안 좋아서 수업 참여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잘 타일러서 병원도 보내고 다행히 수료하는 날까지 꼬박 참여해서 무사히 캠프를 마쳤습니다. 캠프 끝날 무렵 '젓가락으로 탑 쌓기' 게임을 할 때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까웠고 팀별 활동을 위해 누군가 싫어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든 시켜야 한다는 것이 저 자신도 힘들었습니다. 그런것을 보니 저 자체가 부족한 멘토 같아 회의감도 느꼈습니다.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똑똑한가'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하고 싶은가'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학생은 매우 잘 따라주었고 처음에 데면데면하게 저를 대하던 아이들이 캠프가 시작된 지 며칠 안 되어서 반갑게 인사하고 질문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했습니다. 고맙게도 질문이 많은 학생 덕분에 쉽게 친해질 수도 있었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사람이라는 느낌에 스스로도 무척 뿌듯했습니다. 학생들의 의욕적인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했고 그 의욕의 불씨를 조금 더 크게 만들어줄 수 있는 역할을 제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멘토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채유진: '영어'와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아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멘토링 활동을 많이 해왔다면, 앞으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영어로 알리는 활동들을 더욱 많이 하고 싶어요. 이것도 그 대상과 콘텐츠만 다를 뿐 '영어'와 '교육'에 관련된 일이에요. 다양한 경로로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동에 흥미를 느꼈고 자연스럽게 관광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관광통역사 자격증을 작년에 취득한 것도 제가 좋아서 한 일이었어요.

제 인생의 모토는 '한국을 세계에 매력적인 나라가 되게 하자'에요. 다가오는 봄에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시야를 넓히고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 문화, 관광지를 알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에요. 호기심과 낭만을 가지고 유럽 지역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제게 남은 대학생활을 소중히 보내고 싶어요. 앞으로도 저는 변함없이 외국어, 교육, 관광 쪽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양어진: 저는 올해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4학년을 맞게 됩니다. 앞으로 제가 갖게 될 직업을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어느 해보다 알차게 시간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9개월간의 러시아 어학연수, 체코 한국대사관의 인턴십 3개월을 포함한 6개월간의 체코 프라하에서의 생활 등 해외 경험과 제가 흥미를 느낀 외국어를 무기로 해외 영업 직무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어학 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공인 시험 점수를 높일 계획입니다. 전공 공부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해 마지막 1년을 후회 없이 보내고 취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인생의 더 큰 목표는 올해의 목표를 성취한 후 좀 더 구체적으로 인생의 청사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채유진: 대외활동을 하려는 혹은 하는 학우들에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나는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는 거예요. 저는 이번 영어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멘토로 뽑혔다고 들었지만, 멘토 역할을 하면서 항상 부족한 저를 발견했어요. 영어 캠프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Youtube로 영어 수업 영상을 찾아보며 한두 가지 표현을 익힌 후에 다음 날 써먹으려고 메모했습니다. 캠프 아이들, 교수님들이 필요한 것과 행정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제가 맡은 역할에서 훨씬 더 잘할 방법을 실천에 옮기려고 해서 더욱 배운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어떤 활동을 하면 그때그때 기록으로 남겨두라는 것입니다. 무슨 활동을 하든 거기서 배운 것과 느낀 것, 부족한 것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대부분 활동 후 수료증을 받고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 외에 차분하게 자신이 했던 활동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학우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저도 이전에 동아리나 대외활동 등 많은 활동을 하며 보람차게 대학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고 시간이 지나니까 그때의 느낌과 기억은 증발하고 '내가 뭘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신없더라도 그 느낌과 기억이 가장 구체적일 때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양어진: 저에게는 4학년이라는 시기가 올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가왔습니다. 정말 나이 많은 선배 같고 '4'라는 숫자만큼 '1' 학년보다 네 배나 많은 것들을 알고 경험한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4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에서 대부분 학생은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 대학을 진학합니다. 저는 대학교에 와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가 위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정답이 뚜렷하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에 더욱 가까이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기를 알차게 채워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거창한 경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일단 해 보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내 시간과 노력이 허락하는 한 '일단 해보기'를 권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