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을 알리는 소녀 <br>유지영 학우

우즈베키스탄을 알리는 소녀
유지영 학우

  • 349호
  • 기사입력 2016.06.12
  • 취재 정지원 기자
  • 편집 곽헌우 기자
  • 조회수 8791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우즈베키스탄은 130개의 민족이 모여 살고 있는 다민족 국가이다. 우즈베키스탄인 80%, 타지크인 5%, 러시아인 3.7%, 카자흐인 3.6%, 고려인 0.6%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문화와 러시아의 유럽식 문화가 융합되어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와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유지영(러시아어문학 16) 학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지영 학우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우즈베키스탄의 문화 역사를 소개하는 글을 게시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낯선 국가에 대한 위화감을 없애고 대중들에게 친숙한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작게나마 실천하고자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우즈베키스탄을 알리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홉 살 때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민을 갔어요. 당시는 해외를 처음 가는 것이라 설레는 마음이 컸어요.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어요. 우즈베키스탄에 막상 도착하니 힘든 점도 많았어요.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죠. 우즈베키스탄에는 기름진 음식이 많고 양고기를 주로 많이 먹어요. 처음에는 양고기 냄새도 그렇고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은 좋아해요. 음식도 음식이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였죠. 말이 안 통하니까 답답했어요. 수업 따라가기도 힘들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어떻게 말해야 될 지 모르니까 그 부분이 많이 힘들었죠. 처음에 시험칠 때는 단어 뜻을 잘 몰라서 문제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했어요. 친구 시험지를 살짝 컨닝 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점수가 잘 안 나오니까 스스로 충격을 받아서 혼자 열심히 공부도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한국인이 저 혼자라 궁금한 점이나 모르는 것을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친구들이 잘 설명해줬어요. 우즈베키스탄 전체적인 분위기가 공부를 막 열심히 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에요. 한국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이 돼요. 선생님께서 설명 해주시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고 교수님이 평가하는 방식이에요. 시험칠 때도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주시고 해서 시험이 막 긴장되고 그런 느낌은 아니에요. 그곳은 야간 자율 학습이라는 것이 없어요. 2시나 3시쯤 모든 수업이 마치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죠. 한국 친구들이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 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많이 신기해해요. 중학교 때 반장을 하고 고등학교도 3년 내내 반장을 했어요. 한국처럼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친구들의 추천으로 되는 것인데 외국인임에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어요. 아마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내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좋아해요.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인들 보면 잘 챙겨주려 하고 집으로 초대도 자주해요. 그들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 원인에는 한류 열풍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 곳에는 아직까지 배용준이 출연했던 '겨울연가'와 이영애의 '대장금'을 방영하고 있어요. 우즈벡에서는 배용준이 한국의 송중기 같은 느낌이에요. 한국 노래도 좋아해요. 빅뱅 좋아하고 엑소 좋아하고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요. 9학년 졸업행사 때 한국 부채춤을 췄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부채춤 추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자기 결혼식에 와서 춤 춰달라고 부탁을 많이 했어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만큼 한국인들도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는 여러 민족이 모여서 살아요. 우즈벡 고유의 문화와 러시아의 문화가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죠. 여러 문화를 같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여서 저에겐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우즈벡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고 문화를 소개하고 역사를 알리면서 우즈베키스탄이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일이지만 우즈베키스탄을 알리기에는 좋은 활동이라 여겨 시작하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18살의 나이에 그는 동국대학교에서 '중앙아시아 문화와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대학생들 앞에서 특강을 했다. 동국대학교 교수가 그가 블로그에 게시하는 글을 보고 그를 동국대학교로 초청을 했고, 그는 수많은 대학생들 앞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교수님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분이에요. 전에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뵙고 그 이후로도 계속 연락하고 지냈어요. 제가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특강도 정말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대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혼례의식이라 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30분이나 1시간이면 끝나는 결혼식이 그곳에서는 하루 종일 진행이 돼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계속되죠. 거의 모든 전 재산을 결혼식에 다 소비해요. 먼 친척부터 이웃까지 몇 백 명에 이르는 하객들을 초대하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흥이 많은 민족이라 하객들을 비롯해서 신랑, 신부 모두 다같이 결혼식 때 춤을 춰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재미있는 부분이죠.

우즈벡은 이슬람 국가라 친구들이 결혼을 일찍 해요. 제 친구들 중에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경우가 많아요. 얼마 전에 또 친구 결혼식이 있었어요. 정말 친한 친구였는데 제가 한국에 있어서 저희 부모님이 대신 참석 했어요. 친구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스무 살이면 한국에서는 아직 한참 어린 나이지만 그 곳에서는 결혼을 하고 이미 자식을 둔 나이죠. 괜히 나이가 많게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또 40이라는 숫자에 신경을 많이 써요. 결혼식을 하고 40일 동안 신부는 밖에 나가지 못하죠.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비롯해서 우즈벡의 언어와 한글의 언어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강의를 했어요. 다들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생소한 국가에 신기함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줘서 저에게는 굉장히 뿌듯한 강의였어요."

스무 살. 어린 나이에도 특별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억하는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본인에게만 주어진 기회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녀는 아버지가 뜻을 가진 역사에 덩달아 함께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심히 러시아어를 익힌 그는 우즈베키스탄 고고학 연구소 소장의 부탁을 받아 그의 논문과 동시에 '사마르칸트 역사로부터의 물방울들' 이라는 그의 저서를 번역했다.

"우즈베키스탄이랑 경상북도랑 협력사업을 했었어요. 경상북도에서 아버지와 저에게 책을 번역하라고 건의가 왔어요. 300페이지가 넘는 작업이라 무리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또 다른 도전의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하기로 결정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살았고 언어에 대해 수없이 공부했지만 단어를 다 아는 것은 아니라서 사전 찾아 가면서 번역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었어요. 그 일 하면서 스스로 공부도 하고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된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역사에도 물론 관심이 많지만 언어에도 관심이 많아요. 외교관이 꿈이기도 하죠. 우즈베키스탄에 살면서 어학연수 겸 오빠랑 필리핀도 다녀왔어요.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갔다 왔죠.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혼자서 책보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을 경험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죠.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당시 '러시아의 역사를 아시나요'라는 콩쿨에 참가했어요. 본 대회는 러시아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들만 참가하는 콩쿨이에요. 외국인이 참가한 적이 없지만 고등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저희 오빠가 처음 참여 했고 다음으로 제가 참여했어요. 러시아의 전통의상을 직접 입고 나와서 심사위원들과 관중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저는 러시아 여왕 예카테리나에 관련해서 발표 했어요. 본 콩쿨에서 3위를 해서 러시아 정부 추천으로 전액 공짜로 러시아로 연수를 다녀왔어요. 여행사 사정으로 러시아에 일주일 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연수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고 러시아 역사 탐방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그만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는 인터뷰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다. 힘들다는 말을 싫어한다는 그는 무엇이든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도전을 즐기고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준비하는 새 출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보였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일에 무모하게 덤비는 것도 좋아하죠. 중등학교 교육을 우즈베키스탄에서 받으면서 대학 교육은 한국에서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육적인 면에서는 한국이 훨씬 체계적일 것이라 생각했죠. 대학 와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사진 동아리도 들어가고 싶고 친구들이랑 맛 집 탐방 이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한국 친구들이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이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내일로 여행을 가보는 것도 계획에 있어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영화관이나 카페 아르바이트 같은 거요. 정말 사소하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경험들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의 저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경험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