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우승! 인생역전 골퍼 <br> 안시현(스포츠과학)학우

KLPGA 우승! 인생역전 골퍼
안시현(스포츠과학)학우

  • 352호
  • 기사입력 2016.07.27
  • 취재 신용훈 기자
  • 편집 곽헌우 기자
  • 조회수 9443

현재 세계 여자 골프계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전성시대이다. 전통적인 골프 강국인 영국과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여자 골퍼 랭킹 20위 안에 무려 10명이 포진되어 있고 이들은 각종 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 스포츠과학부 안시현 선수가 지난 6월 19일 2016년 KLPGA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이븐파 28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MBC 엑스캔버스 여자오픈 우승 이후 12년 만에 우승을 거머줜 인생역전 골퍼 안시현 학우(스포츠과학 10)를 만나보았다.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성균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우승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우승에 목말라 있었어요. 공백기도 있었고 힘든 일이 많아 골프란 운동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여자오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플레이했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었어요. 단지 최대한 실수를 줄이자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잘 맞아떨어져 '우승'을 할 수 있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들어 올린 트로피여서 기분이 묘했어요. 그간 힘들었던 일들, 좋았던 일들이 생각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항상 반갑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가중되는 것 같아요. 더 노력해서 또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그녀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8살 어린 나이였다. "아버지의 권유로 먼저 시작을 했고 제2의 아버지이신 정해심 프로님 덕분에 골프 세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어요."

마치 골프를 놓은 것 처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는지 궁금했다. "사실 여유도 없이 재기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달려왔기에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극복해야 할 이유는 명확했어요. 많은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사랑하는 딸과 가족이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예전에는 선수로서 골프만 잘 치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딸이 저의 품에 안긴 후에는 그저 골프만 잘 치는 것이 다가 아니었어요. 선수로서 엄마로서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결과가 이렇게 맺어져서 딸에게 조금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에 마음에 뿌듯해요."



그간 대회준비를 위한 골프 연습은 어떻게 했는지 물어 보니 역시 안시현 학우 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녀는 그 경기가 열릴 코스부터 바람 방향까지 과학적인 분석을 했던 것 같다. 말은 안했지만 잔디의 움직임까지도 연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든다. 어쩌면 그녀는 한 경기, 경기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부지런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경기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우승의 바탕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제 장점은 경험이에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코스를 경험했기에 공략하는 법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 코스 특성에 따라 연습하는 포인트에 비중을 달리해요. 이번 대회는 코스를 세팅하는 난이도가 높은 대회로 유명해요. 샷 메이킹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핀 위치도 까다로울 것이고 러프에 들어가면 그린을 공략하기가 쉽지가 않아서 티샷은 무조건 페어웨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이에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게 연습했고, 어프로치는 볼 스피드 고려를 많이 했어요."

골프는 마지막 부분에서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물어 봤다. 혹시 더 몰입하거나 뒷심이 필요했는지. 그녀는 "마지막 그린이어서 더 집중한다거나 특별한 배짱을 내지는 않아요. 매 그린 위에서의 플레이가 성적에 직결되기 때문에 한 홀에 한정 짓지 않고 매 홀 집중을 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골프는 한 타 한 타가 모두 소중하니 질문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프로에게도 대회에 대한 고충이 있을까 싶었다. 고충은 예상했던 대로 성적 결과에 따른 불안감이었다. 선수에게 성적은 떼려야 뗄수 없는 숙명인가 보다. 학생이든 선수든 성적은 우리에게 일을 추진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때론 족쇄 같기도 하다. 어쨋든 성적 없는 경쟁도 생각해 보면 밋밋해서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다. 고충이 있으면 보람도 있는 법. 보람에 대한 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우승하면 딸이 '나' 라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겨준다는 것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을 얻은 것이에요."

학생이면서 엄마 역할까지 하는 안시현 학우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거기다 내로라 하는 프로들이 모인 치열한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로서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뭐 하나 딱 정해놓고 그걸 추구한다고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 주어진 환경에서 하루하루,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게 저의 방식이에요. 뭘 정해놓고 아등바등 쫓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걸 이루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않나요? 골프가 내 일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학생 신분으로 공부만 하기도 벅차하는 사람이 있는데 1인 2역도 아니고 3가지 역할을 해내는 그녀가 강해 보였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힘들어 좌절하고 있을 지도 모를 학우들에게 무슨 말이 해주고 싶냐고 물었다. "어느 누구든 빛을 발할 수 있어요. 다만, 그 장소와 시기가 다를 뿐이에요. 갖가지 유혹과 좌절 등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겠지만 결국 자신의 몫이에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 무엇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하고 어디서 빛을 발할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고 찾길 바라요. 저는 그린 위가 답이에요. 우리 학교의 응원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테니 계속 응원해주세요."

그녀의 바람대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계속 응원을 보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