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어렵지 않아요! <br> 김태윤 학우

창작? 어렵지 않아요!
김태윤 학우

  • 370호
  • 기사입력 2017.04.28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박지윤 기자
  • 조회수 7817

흔히 사람들은 창작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학은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책으로 제작하는 경로를 몰라 꿈을 접기도 한다. 그런 학우들에게 창작이 어렵지 않다고 조언하는 학우가 있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자신만의 시집을 출판한 김태윤 (국문, 13)학우를 만나보았다.

시집에 대한 소개

그에게 시집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제작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시집의 큰 주제는 러시아 인형에 비유했다. 러시아 인형은 뚜껑을 열면 계속해서 나오지 않는가. 그 자체의 이미지가 글을 쓰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있고 비밀이 있다. 그렇지만 우린 그것을 남들한테 보여주기 싫으니까 감추려 한다. 그게 러시아 인형의 제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의 뚜껑을 열어준다는 생각으로 시집을 썼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0대 말부터 20대 초까지 성장의 느낌을 담았다. 1부는 가족과 유년 시절, 2부는 자아의 혼돈 혹은 과거에 대한 미련 3부는 사랑, 마지막 4부는 나에게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에 대한 작품들이다.”

“제작부터 출판까지 정말 정신없이 돌아갔다. 주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나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고 싶었다. 때문에 책의 디자인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출판사와 서점에 직접 연락을 넣으면서 바쁘게 보냈다. 특히 시집을 내기 위해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이란 문화예술계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제작자들을 돕기 위한 플랫폼이다. 자신이 무엇을 만든다는 기획안을 쓰고 최종 모금액을 설정하면서 시작하게 된다. 모금액이 달성되면 자신에게 입금이 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프로젝트가 무산된다. 사람마다 자유로이 모금 할 수 있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예시를 들었다. “내 경우 원래 서점에 내놓을 생각보다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나 스스로 20대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래서 초기 모금액을 50만원으로 설정하고 일을 진행했다. 사람들마다 모금액을 골라서 지원할 수 있게끔 모금액에 따라 소정의 상품을 차등 배분했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상 지원해주신 분들은 책에 이름을 기재한다는 식의 상품이다. 기획안이 허가를 받으면 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 내 프로젝트는 3주 동안 후원 받으면서 103만원 가량이 모였다. 후원자는 현재 73분으로 예상보다 많이 모여서 200권정도 만들게 됐다. 이 중 100권은 후원자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드리고 나머지는 서점에 위탁 판매로 맡긴 상황이다.”

이번 시집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 스스로 나의 20대를 기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상처를 숨기려고 하지말고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주제로 러시아 인형을 쓰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시를 쓰게 된 계기

그녀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때 암수술을 받았고 휴학을 하게 됐다. 갑자기 시간이 많이 남게 돼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할지 몰랐다. 몸이 아프니 활동적인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글을 쓰는데 거부감은 없었다. 새벽에도 글을 쓰고 시간 나는 틈틈이 글을 써서 모았다. 그렇게 해서 시를 쓰게 됐고 대학에 진학하고 난 뒤에도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주로 시를 쓰면서 풀었다.”

그렇다면 그가 시집을 내기로 결심했을 때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2년 전에 사정이 생겨 중도휴학을 했고 그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한 적 있다. 글을 쓰고 올리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공감해줬다. 2천개 가까이 ‘좋아요’를 받으면서 내 글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을 느껴서 많이 치유됐다. 그 이후에 친구의 소개로 우리 학교 창작집단에 들어가게 됐다. 그 집단에서는 월마다 잡지를 만들어 학교 주변 카페에 비치해 놓는데 거기에 글을 투고하면서 글 쓰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겨울에 4학년이 되면서 원래는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취업준비를 하고 졸업을 하면 너무 평범한 대학생의 루트이지 않은가. 20대만의 특별한 시간을 박제한 듯이 남겨놓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했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글 쓰는 일이었기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시를 쓰는 과정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글을 쓰는 과정은 힘들다고 한다.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글을 써 내려갈까? “평소에 문득문득 드는 생각을 핸드폰 메모장에 많이 기록해둔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정도. 그리고 하루를 끝내면 항상 일기를 쓴다. 그때 핸드폰 메모장에 써 두었던 생각과 감정이 하나의 느낌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그것을 모아서 이어 붙이면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그걸 다듬으면서 시를 쓰는 편이다. 시어 하나하나에도 굉장히 고심하는 편이고 되도록 다양한 단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동어반복은 싫다. 버스 안이나 길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곤 하는데 거기서 영감을 주로 얻는 편이다.”

“일상적인 사물 혹은 상황을 항상 색다르게 보고자하는 게 있다. 우리가 흔히 넘어갈 수 있는 것들에서 색다르고 새로운 생각을 찾아서 쓰고 싶다. 이번 시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등에 관한 아주 사소한 생각>인데 ‘등’을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보통 사람들이 등을 생각하면 ‘벽’ 혹은 ‘가로막는 느낌’일 것이다. 등을 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등은 연민의 대상 혹은 사랑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대상이다. 사람을 뒤에서 안아준다면 서로의 표정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사랑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안아주는 것보다 뒤에서 안아주는 것이 더 좋다며 그는 웃음을 지었다.

반대로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쓰기 어려웠던 작품에 대해 물었다. “<습-하다>라는 작품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이 주제다. 쓰면서 몸이 힘들었다. 특히 나 자신의 고통 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상처가 소재로 나오는 부분이 유독 쓰기 힘들었다.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어떻게 이해할 지도 모르겠고 시어를 고르는 것도 힘들었다. 한 사람의 상처와 고통을 훔쳐서 글로 팔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죄스럽고 고민이 많이 됐다.”

그는 자신의 시에 대해 “내 시가 하상욱 시인처럼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시가 아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공감이 많이 된다고 하시고 어떤 분들은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나와 내 감정을 위해서 시를 쓸 것인가 아니면 남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시를 쓸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학교생활

4학년을 다니고 있는 그. 오래 다녔던 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땠을까. “4학기 동안 성대신문사를 했었다. 대학생활을 회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활동이다. 2년 동안 활동했었고 새내기 시절부터 활동했기에 거의 모든 인맥과 추억이 거기서 생겼다. 항상 금요일 밤은 마감 때문에 밤을 지새웠고 그 덕에 친구들과 많이 붙어 다녔다. 진짜 여러 가지 추억이 많이 생겼다. 신문사를 안 했다면 만나기 힘든 사람도 많이 만났고 글을 쓰는 능력 역시 키우게 됐다. 사람을 많이 얻었다.”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대학에 올라오면서 집안 경제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다. 얼마 전에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됐고 그전까지는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그때 집에 가는 게 조금 힘들었다. 뭔가 눈치도 조금 보이고 내가 잘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신문사 일을 하면서 잠을 자고 찜질방에서 씻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글의 소재가 됐다. 경제적인 것이 가장 힘들었고 나머지는 거기서 파생된 문제였다. 그게 글을 쓰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그는 다시 이어 나갔다. “친구에게 요즘 글을 별로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는 내가 글을 쓰기 힘들다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말하더라. 내가 글을 쓸 때는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었을 때가 많으니까. 앞으로 글에는 행복이 묻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그러더라.”

밝은 주제의 글을 쓸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쓸 수 있다면 쓰고 싶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한 시를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어국문학과 전공생이다. 인문과학계열 중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계기에 대해 물어봤다. “국문이 너무 좋아서가 이유다. 한국어 자체가 좋다. 그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란 게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 말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 감정이 투영되어 있어 우리글을 공부하면 감정과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국어국문학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있는데 국어국문학은 단순히 지나간 것뿐만 아니라 문화컨텐츠 같은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마케팅을 살펴보아도 대상이 어떤 감성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더 잘 다가갈 수 있다. 그런 것을 국문학에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과에서 배운 내용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듣고 있다. 때문에 취직하더라도 우리의 생활이나 문화와 관련된 기업에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창작이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취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걸 하면 좋겠다. 한계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먼저 도전하길 바란다. 창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창작물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면 그것을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과정은 언제나 열려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이 과정을 매뉴얼화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앙학술정보관에도 시집이 있다. 많이 빌려보고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