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영역에 발을 내딛다, <br>The Buggers

낯선 영역에 발을 내딛다,
The Buggers

  • 378호
  • 기사입력 2017.08.28
  • 취재 신도현 기자
  • 편집 박지윤 기자
  • 조회수 7607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소풍을 가면 어디에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곤 했다. 냄새를 따라가 보면 길가의 노점상에서 번데기를 팔고는 했다. 노점상 앞을 지나며 종이컵에 담긴 번데기를 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식용곤충이라는 분야가 떠오르는 지금, 우리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곤충을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을지 모른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식용곤충에 관한 주제로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 프로그램에 참가한 'The Buggers' 팀을 만나보았다.

The Buggers?

The Buggers는 어떤 팀일까? The Buggers는 이호성(시스템경영공학, 13), 김경민(바이오메카트로닉스, 14), 박진용(신소재공학, 14), 조서린(물리, 14) 학우로 이루어진 팀이다. 팀 명인 The Buggers는 곤충을 뜻하는 영어 단어 Bug와 ‘무엇을 하는 사람이나 도구’를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합성하여 ’곤충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팀명을 정했다고 한다. “처음 팀명을 지을 때는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힐 수 있는 이름을 지어보고 싶었다.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와 성균관대를 합성하여 ’성균 그릴스‘라는 이름을 지어보기도 했고 왕꿈틀이 같은 이름도 생각했었다.” 팀원들이 웃으며 말했다. “카카오톡 상에서 자료 파일을 올리면 금세 사라져 버리지 않는가. 그래서 네이버 카페를 만들어서 자료를 올렸다. 팀원들이 생각해낸 이름들도 거기에 올리곤 했다.”

그들의 활동

이렇게 재밌는 이름으로 참가한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라는 활동은 어떤 프로그램일까? 참가자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팀을 이루어 각자의 주제를 정하여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활동이다. 우리 팀은 국내 식용 곤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국내 식용곤충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단체들을 인터뷰했고 국내 식용곤충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방문하기도 했다. 방학 중에는 직접 네덜란드로 가서 해외의 식용곤충 산업을 보고 배웠다.” 해외에 직접 방문한 그들에게 국내와 외국의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물어 보았다.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

물론 옛날부터 번데기를 먹는 문화 때문에 식용곤충이 아주 낯선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번데기를 제외한 식용곤충 제품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 식용곤충에 대해 혐오감을 품은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는 국내에 비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의 종류나 수가 우리나라보다 다양하다. 하지만 해외 역시 아직 초기 개발 단계다. 간식 같은 개념으로는 비교적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식용곤충이 하나의 주된 식사로써 식탁에 올라가는 일은 흔치 않다. 파스타에 곤충이 들어가 있거나 샐러드에 곁들여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아직 낯선 게 사실이다. 곤충산업 현황 자체가 그렇다. 유럽 쪽이 연구나 제품을 만드는 데는 가장 활발하고 중국 쪽이 길거리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식용곤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치기 위해 무엇을 했을까?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국내 식용곤충 단체나 전문가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접 식용곤충 제품을 취급하는 카페에 가서 쿠키를 먹어보기도 했다. 해외 탐방 이후에는 그동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광화문에서 부스를 열어 시민들에게 식용곤충을 체험할 자리를 마련했다.” 팀원들은 차례로 그날의 행사에 대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부스 행사는 7월 29일에 광화문에서 열렸다. 사실 많아야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올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부스에서는 식용곤충에 대해 최대한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식용곤충에 관한 퀴즈, 곤충을 직접 만져보는 체험, 해외 제품 전시, 국내 제품 시식 등의 경험을 통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식용곤충에 대해 알리고자 했다.” 기자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팀원들은 웃으며 답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부스를 진행하고 난 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5.6%의 사람들이 식용곤충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직접 만지고 먹어보는 체험 코너에서 어린 친구들이 정말 관심을 많이 가져줬다.”

3월부터 9월까지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 것 같았다. 활동 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묻자 국내외 단체들과의 만남 주선에 대한 문제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무런 대가 없이 전문가와 단체들에 연락을 넣고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에 처음엔 호의적이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 다른 방법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다른 어려운 점에 대해 팀원들은 모두 의견 조율의 과정이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 팀원들이 각자 개성이 강하고 주장이 확고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한 가지 결정사항에도 네 가지 주장이 서로 부딪쳤다.” 팀원들은 한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가령 피자를 주문할 때도 네 명이 먹고 싶은 피자가 다 달랐다. 그럴 때마다 한 명씩 자신이 고른 피자를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 하곤 했다. 무엇을 먹을지 고르는데도 의견이 갈릴 정도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어떻겠는가.” 피자 이야기에 한바탕 웃은 뒤 다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각자의 주장을 서로 조율하는 과정은 솔직히 힘들었지만 더 많이 배우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팀원들을 성장하게 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활동 기간 중 보람 있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팀원들의 답은 전부 똑같았다. “가장 보람찼을 때는 광화문에서 행사를 벌였을 때였다. 다양하게 준비한 만큼 참여자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길 바랐다. 또한 참여자 분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처음에는 꺼리시던 분들도 먹어보시고는 ‘오, 맛있네!’라고 말해주셨다.” 팀원들은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이 정말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 프로그램도 거의 끝이 난 상황.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될까? 팀원들에게 팀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9월 8일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국제관에서 결과 공유회가 있다. 그 자리에서 우리 팀의 활동 과정과 결과를 다른 팀들과 공유하고 또 다른 주제로 연구한 팀들의 성과를 볼 수 있다. 그 이후에는 공유회를 통해 활동을 정리하고 이터블 버그 사이트에 투고 할 계획이다. 여기까지가 팀으로서 정해진 일정이고 더 먼 미래는 아직 불확정하다.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직 시장을 좀 더 관찰해봐야 알 것 같다.”



앞으로 참가자들을 위한 조언

“첫 번째로 팀원을 잘 고르라고 말하고 싶다. 3월부터 9월까지 긴 기간 동안 정말 자주 만나고 토론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나랑 맞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게 일의 효율성 측면이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한다. 학우 분들이라면 모두 조별과제 한 번씩 해봤을 텐데 조별과제에서도 팀원이 중요하듯 이 프로그램에서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모아둔 팀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팀원들이 처음 모였을 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주제도 정해지지 않았고 방향을 못 잡았고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확신이 없었지만 팀원들이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치니까 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힘으로 프로젝트를 해나가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활동이다. 다만 절대 쉽지는 않으니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9월 8일에 열리는 결과 공유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방학이 끝날 무렵 진행된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