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글로벌 창조적 챌린저<br> '알선자들'

성균글로벌 창조적 챌린저
'알선자들'

  • 379호
  • 기사입력 2017.09.12
  • 취재 권민희 기자
  • 편집 박지윤 기자
  • 조회수 7120


청년실업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지금, 그 누구도 취업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 청년들은 각박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기형적인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을 위한 新 직업교육제도 도입”이라는 주제로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에 참가한 팀 ‘알선자들’이다. 알선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전주영(경제 12) , 안다은(경제 14), 신준식(글경제 12), 김정민(통계 15)을 만났다.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 참가 계기와 선발 과정

알선자들은 모두 ‘다산금융반’ 경제학회에서 만난 사람들로 결성되었다. 1년간의 기나긴 학회생활을 끝내고 갑자기 한가해진 사람들끼리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게 된 것이 성균 글로벌 창조적 챌린저라고 했다. 매주 모여앉아 경제학 이론에 대한 분석, 토론이 아닌 어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외 탐방기획, 실행, 후속연구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선발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서류심사 후 면접에서 주제와 후속연구 실현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진 심사위원들이 2차 면접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가장 가슴 아팠던 말은 ‘이걸 여러분이 할 수 있겠어요?’,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거죠?’ 하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꿋꿋이 기존 기획안을 밀고 나갔고, 많은 심사위원들이 지지를 하여 최종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이 첫 회의에서 나눈 이야기가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팀원들이 대부분 취업을 앞둔 4학년이라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사회문제는 역시 청년실업이었다. 그들은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형적인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당사자인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그들이 선정한 주제는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을 위한 新 직업교육제도 도입” 이었다.

우리나라 직업교육, 이게 최선입니까?

공무원 시험, 대기업 입사시험에 몰리는 수많은 취준생, 그에 비해 매년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는 많은 중소기업. 그들은 이 얽히고설킨 문제를 어디서부터 접근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대기업은 연봉을 많이 주니까 구직자들이 몰리고, 중소기업은 근무환경이 열악해서 사람이 부족한 것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취업준비생 간 매칭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를 첫째,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두번째, 직무능력 미스매치 라는 두 가지 큰 틀로 분석하고, 이를 실제 직업교육현장인 특성화고교에서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중소기업 강국 독일에서는 어떻게 직업교육을 하는지 비교하고자 했다.

현재 이루어지는 직업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뚜렷한 직업관 없이 취업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성화고교 학생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나를 받아주는 회사 그리고 근무여건이 좋은 회사를 목표로 자격증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기회, 직무를 경험해볼 기회도 없이 취업지도 선생님의 추천에 따라 지원하기 일쑤였죠.

두 번째는 직업교육의 산업수요 불일치입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을 꺼리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이유는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하는 고졸 학생들을 다시 교육시킬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한 실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취업시장에 내몰린 아이들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짐이었습니다. 특성화고 학생들 채용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들도 학생들의 잦은 이직을 이유로 추가채용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도 많았죠. 이외에도 특성화고생 채용 시 지켜야할 엄격한 법 조항, 남학생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채용을 꺼리는 중소기업이 많았습니다.

세 번째는 중소기업에 대한 무지와 부정적 인식입니다.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고 있었어요.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사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종사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은 한국경제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에 비해 그들이 받는 관심이 매우 적었어요.

네 번째는 직업교육 철학의 부재입니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정부 정책의 여파로 특성화고교 일선에서도 취업률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취업건수 늘리기 경쟁에 따라 현장실습 관리·감독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현장실습 나간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했죠.

이렇게 국내탐방을 통해 현 직업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적절한 실무교육 대신 이론교육에 치중한 직업교육, 취업률 중심의 취업지도, 중소기업에 대한 무지를 비롯한 직업교육 철학부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죠. 과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그 실마리를 독일의 직업교육인 ‘아우스빌둥’에서 찾아보고자 했고, 저희는 독일로 떠나게 됐죠.

아우스빌둥(Ausbildung)은 ‘쌍둥이 교육’이라는 뜻으로, 기술·실무 훈련은 기업에서 직접 실시하고 이론 학습은 직업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일식 직업교육제도를 말합니다. 독일 직업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들이 아우스빌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로부터 직업교육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기업들이 운영하는 경제단체인 IHK가 아우스빌둥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실행, 평가, 사후감독까지 아우스빌둥의 모든 진행과정에 IHK가 깊이 관여하고 있었죠.

두 번째 특징은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27개 직종, 15,000여 세부직업에 대한 아우스빌둥이 진행되고 있을 만큼 독일은 아우스빌둥을 통해 각 산업의 숙련공을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IHK법에 따라 모든 기업들이 해당 지역 상공회의소에 가입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아우스빌둥을 통한 인재양성이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전 산업에 걸쳐 공유되고 있었어요.

세 번째 특징은 직업교육의 유연성입니다. 기업의 미래 인력수요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주정부·직업학교·기업 간 협의를 진행하고, 아우스빌둥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등 필요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특징은 직업교육이 곧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입니다. 학생들의 적성을 개발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미래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사회적인 책무라는 인식 아래, 기업들은 도제교육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산업에 맞는 교육생 양성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기업 스스로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3년간의 아우스빌둥을 인적투자로 여기는 기업들이 많았어요.

국내 연계 방안과 후속활동

현재 한국의 직업교육제도는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에 실패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맞물려 구인·구직난이 심화되고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쏟아지는 여러 정부부처의 직업교육 정책은 오히려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주도의 재정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고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적어 미봉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현 상황 해결의 실마리를 중소기업과 학생들을 이어주는 기업주도의 중개기관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찾았습니다. 독일에서 기업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직접 직업교육을 주도하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때문이에요. 그 역할을 IHK라는 상공회의소가 맡아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아우스빌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IHK가 기업과 학생 사이를 연결해주는 중개를 해주고 있어, 개별 기업과 개별 학교 간 연락을 통해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체계적으로 도제생들을 각 기업에 파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어요.

따라서 저희의 후속활동도 과연 사용자단체가 산업수요 맞춤 인재를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중개기관으로 역할 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데 집중했어요. 실행방안으로 중소기업들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공동으로 ‘찾아가는 JOB소리’ 채용박람회를 주최하여, 중소기업과 특성화 고교생들을 매칭시키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행사 < 찾아가는 JOB소리 >의 주최 목적과 주요 내용

그들의 후속활동의 일부인 “찾아가는 JOB소리”는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첫 순서는 학생들이 자기만의 직업관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강연을 준비했다. 기존에는 학교 취업지도 선생님의 추천이나 부모님·주변 지인의 뜻에 따라 대기업이나 공기업 위주의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자기한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두 번째 순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는 강연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수년 간 중소기업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해온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의 홍종희 차장을 초청해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자리를 가졌다.

2부는 채용설명회 및 채용부스로 구성했다. 기존 채용설명회와 다른 부분은 각 특성화고에 맞는 중소기업을 모셔서 산업수요 맞춤형 채용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특성화고교 취업의 큰 문제점 중 하나였던 전공과 무관한 취업을 타파하기 위해 특성화고의 특성화과에 맞는 업무를 하는 중소기업들을 채용박람회에 초청했다. 기업의 참여도를 높인 점도 특징이다. 학교와 학생들도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기업도 자사와 업무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향후 채용될 학생들의 업무이해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기업관계자를 직접 채용박람회에 모셔서 기업·업무 소개 PT를 진행하고 이어서 학생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후에는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진의 현장 채용면접을 진행하여 실질적인 채용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앞으로의 목표

“ 더 나은 세상은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다는 걸 몸소 느낀 활동이었어요. 신문,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들의 작은 외침, 몸부림이 얼마나 많은 기업들에, 또 학생들에게 변화를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그런 또 하나의 채용박람회로 여기고 지나갈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저희의 작은 노력들이 단 한 명에게라도 진심으로 전해졌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저희처럼 다시 행동에 나서게 된다면, 세상은 저희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6개월 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는지 몰라요. 당분간은 우리의 취업을 준비하느라 바쁘겠지만 중소기업중앙회, 특성화고 선생님들,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의기투합해서 저희의 프로젝트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성균 글로벌 창조 챌린저에 도전하는 학우들을 위한 한 마디

“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는 것에 혹해서 지원하려는 학우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권합니다. 한 학기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여행가는 것이 더 쉽고 빠를 것 같아요. 사실 지원 금액 이상의 시간과 열정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4년 대학생활을 한 번쯤 불태워보고 싶은 열정을 품은 학우들, 모르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배짱을 지닌 학우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보고 싶은 모험심을 가진 학우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