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br> 자원봉사를 마치며

평창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를 마치며

  • 391호
  • 기사입력 2018.03.13
  • 취재 강도현 기자
  • 편집 주희원 기자
  • 조회수 8539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존에 많은 우려와는 달리 역대 최고의 올림픽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역대 최대 메달을 수확하기도 했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필자(강도현 영어영문 17)가 직접 평창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겪었던 경험들을 수기형식으로 적어보려한다.

 자원봉사 신청 계기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살면서 다시는 할 수 없는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방학 때 의미없는 시간들을 보냈던 지난 날들과 달리 보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던 필자에게 어쩌면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결국 영어 면접과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자원봉사자로 선정되었고 업무는 강릉 선수촌에서 선수단을 지원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자원봉사를 통한 경험 


자원봉사를 하면서 정말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강릉 선수촌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북한 선수단과 한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있던 것이었다. 하루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무 하던 날이었다. 그날 북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렴대옥 선수와 김주식 선수가 몸을 풀기 위해 방문했고 우연히 북한 코치진과 필자가 대화 할 기회가 생겼다. 북한에서 실제로 고위층이었던 코치진들은 필자에게 대학은 어디인지, 전공은 무엇인지, 또 사는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묻고 북한사람들을 실제로 보니 어떤지까지 물어보았다. 처음만난 북한사람들이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선하고 정이 많았으며 필자의 대답에 큰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성균관대학교는 북한에도 존재하고 그 명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더불어 그날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가 있어 북한선수들과 자원봉사자 일부는 함께 경기를 보며 큰 응원을 했다. 폐막이 다가오던 시점, 다시 만난 북한 코치진과 선수들은 필자에게 또 보자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들과 필자를 포함한 자원봉사자, 나아가 올림픽을 보는 관중까지도 올림픽 기간만큼은 이념의 차이를 떠나 한민족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에서 진정한 올림픽의 가치와 의미를 또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둔 시점에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대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여러군데서 속출했고 기사화되었다. 실제로 봉사에 참여한 군인이 씻던 도중 넘어져 사망하는 일도 있었고 노로 바이러스가 봉사자 내부에서 발생해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많은 것들이 서서히 정리되어 자리를 잡았고 봉사자들의 시스템 및 대우도 많이 향상되었다. 숙소와 식사제공에서도 만족도가 크게 상승했으며 봉사자들끼리 친해져 서로 도와주며 재밌게 근무했다. 필자 역시도 봉사자들에 대한 대우에 상당 부분 만족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봉사자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자신이 자원봉사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얻는 성취감, 뿌듯함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폐막 후 강릉을 떠나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정이 들어 모두가 떠나기 싫어할 정도로 올림픽 자원봉사는 봉사자 모두에게 뜻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필자가 봉사활동 중 가장 크게 감동했던 것은 선수들의 열정이었다. 아무래도 선수촌에서 근무하다보니 선수들과 직접 접촉하는 일이 많았다. 운동 하러오는 선수도 있었고 휴식을 취하는 선수도 볼 수 있었다. 하루는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피트니스 센터로 운동을 온 적이 있었다. 경기 직후여서 결과에 예민할 수 있어서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지도 못하고 그저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주려고 서있었다. 그러던 중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쇼트트랙 선수들이 운동을 끝내고 돌아가며 자원봉사자들에게 먼저 사진을 찍어주고 싸인을 해주는 등 선의를 베풀었다. 그 당시 500m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심석희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와주는 모습에 감동했고 더 큰 응원을 보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심석희 선수 외에도 대한민국의 정말 많은 선수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이 경기장에서 결과로 나오든 안나오든 필자는 정말 수고했고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자원봉사를 마치며 느낀점


평창올림픽 자원봉사 가기 1주일 전, 필자는 한달동안 강원도에서 살아야하고 서울의 모든 것과 떨어져 지내야하는데 봉사를 가는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할 정도로 뜻깊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는데 말이다. 필자는 자원봉사자로 봉사를 하러 간 것이었지만 오히려 얻어온 것이 훨씬 많았다. 거기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과 끈끈한 정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고 TV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선수들의 열정을 실제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애국심이 더 고취되기도 했고 북한선수들과 남 북 단일팀을 응원하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강원도에 한달 간 머무르며 강원도의 명소들을 방문했고 외국사람들과 직접 대화 할 기회도 많이 가졌다.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한달 간의 자원봉사 활동은 필자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나아가 앞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고 뿌듯했다. 필자는 마지막에 올림픽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했다. 올림픽도 그렇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그렇고 경쟁의 연속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이겨야만, 혹 메달을 따야만 인정을 받고 명예를 얻는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경쟁의 모습과는 달리 내면에서는 올림픽도, 우리의 세상도 서로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주는 따뜻한 모습일 것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은 필자에게 외적인 경쟁이 아니라 내면의 따뜻함을 바라볼 눈을 갖게 했다. 이런 경험은 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 넓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