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외교 정책제안 공모전<br> 1위 손상용 학우

국민외교 정책제안 공모전
1위 손상용 학우

  • 396호
  • 기사입력 2018.05.28
  • 취재 정지현 기자
  • 편집 주희원 기자
  • 조회수 16864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국가와 국가 관계인 ‘외교’ 는 더더욱 그렇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2018 국민외교 정책제안 공모전에서 1위로 최우수상을 받은 손상용 (프랑스어문, 14)학우를 만나보았다. 해당 공모전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2018 국민외교 정책제안 공모전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소통을 위한 사업

국민외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업으로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소통 강화와 참여를 통한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이다. 손학우는 해당 공모전에서, “국민외교관 플랫폼”에서 국민외교의 문제점으로 정보의 비대칭성, 정책의 전문성 사이의 충돌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기술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인 공유경제 플랫폼과 정치적으로 플랫폼 상에서 숙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창의적인 외교정책결정모형을 설계했다.

이에 외교부 심사 과정에서 정책의 독창성, 국익증진효용성, 실현가능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 학우가 제시한 “국민외교관 플랫폼” 외교정책결정모형은 현재 외교부 내에서 실제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 공모전 참여 계기와 과정


손 학우가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이 공모전의 참여가 그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대답했다.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성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여러 정책에서 국민들의 의사와 영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커질 것입니다. 외교정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외교는 정보의 비대칭성, 정책의 전문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정보를 일부 편향된 언론매체와 출처가 불분명한 SNS를 통해 접하게 되며 (정보의 비대칭성),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국민의 참여만을 강조하면 대한민국 외교정책의 전문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입니다(정책의 전문성). 외교정책 특성상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는 국가가 독점하고 있고, 국민들의 접근 비용이 높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미래의 외교정책 과제는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과 정책의 전문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 국정과제인 ‘국민외교’는 제 문제의식을 표출할 기회여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공모전에 제출한) 정책 아이디어를 고안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민외교’의 두 가지 딜레마를 풀기 위한 아이디어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역에서 떠올랐습니다. 혜화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블록체인 원리를 다룬 동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집인 강남구청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날 집 앞 카페에서 외교정책결정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고민하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의 깊은 고찰, 또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천력. 나라와 정책에 대한 그의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답변이었다.

사실 그가 국가적 문제를 다룬 대회에 참가하고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종 정치외교 관련 논문에서 1등을 거머쥐며 국방부 장관상과 해양수산부 장관상등을 받았으며, 국제법관련 수상경력도 다수이다. 이전 대회 참가와 수상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했다.

◆기억에 남는 대회 혹은 공모전에서의 일화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방부에서 주관한 논문경시대회에서 1등 해서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을 때입니다. 저는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12사단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암호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해서 군단장 표창과 사단장 표창을 받았는데 이때 친해진 육사 출신 고위 간부님이 계셨습니다. 군대 전역하고 자연스레 잊고 지냈는데, 국방부 장관상 시상식에서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간부님께서 제 수상을 축하해 주시며 꽃다발까지 사주고 누구보다 기뻐해 주셨습니다. 아직도 연락하면서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제 의견을 물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시 읽고 있던 Stephen Peter Rosen의 “Winning the Next War”을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군 관련 인사를 ‘민군관계’의 관점에서 답변 드렸습니다. 고작 학부생 의견이었지만 메모하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다음번에 이와 같은 자리에 서게 되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더 생산적인 조언을 해드리고 싶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한 논문 경시대회에서 1등으로 해양수산부장관상을 받았던 일입니다. 당시에는 남중국해 중재판정의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의 동향은 남중국해와 독도 문제를 연결시키며, 독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국제법적 대응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제 논문은 이러한 국제법 학계 입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신현실주의 이론을 분석틀로 삼고, 남중국해 중재판정은 국제법 논쟁이 핵심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세력경쟁의 부산물로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독도 문제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세력 경쟁이 아닌 미국의 일극 체제 속 두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분쟁으로 분석했습니다.

제 주장은 한국이 실효적 점유 중인 독도에 대해 일본에게 소송의 여지를 주는 국제법적 대응이 아닌, 외교적 관점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적극적으로 부합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일본의 독도 소송을 억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논문 인터뷰에 들어오셨던 교수님들 대다수는 국제해양법을 전공하셨고, 심지어 제 주장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분들이라 다른 참가자들이 놀랄 정도로 강한 어투로 제 주장을 비판했고, 시간이 초과되었음에도 질문세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친구와 막걸리를 마시며 슬퍼했던 기억이 나는데, 결과적으로는 1등이라 매우 놀랐습니다. 개인의 주장과 소속된 학파를 넘어서 학문적 타당성이 있다면 이를 인정해 주셨던 심사위원 교수님들의 넓은 아량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 정치/ 정책 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는 학생으로서 앞으로의 목표


다양한 대회를 통해 관심분야의 생생한 경험을 쌓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향후 그의 목표가 궁금해졌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국제정치학(International Relations) 석사와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외교학을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평생 동안 학자로서 연구에 임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학문적 목표입니다. 학자로서 한평생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설명할 ‘이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존 국제정치학 이론들은 대부분 서양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현재에도 학계 패권은 서양 국제정치학이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가 새로운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서구 국제정치학이 읽어내지 못했던 동아시아 국제정치학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이론화 작업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싶습니다.

둘째, 현실적 목표입니다. 물론 학자들도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실과 괴리되어 학문에만 몰두하는 학자가 되기 보다는 현실과 학문을 연계하여, 제 능력을 한국의 외교를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현재 제가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정책을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한국은 대선 직전 각 후보별로 캠프를 설치하고, 소수의 교수들이 단기간에 국가의 5년을 책임질 정책들을 설계해서 정책의 전문성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역감정이 서서히 완화되고 민주주의가 성숙해짐에 따라 정책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분야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서 정책 컨설팅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다수의 전문가가 장기간의 검토를 통해 설계한 전문적인 정책을 각 정당에 판매하는 회사를 세워 공익적 차원에서 한국의 정책 전문성 제고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유능한 조선족, 재일교포 등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원하고, 중국과 일본의 부상에 대비하여 능력 있지만 기존에 소외되었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여 동아시아에서 한국 외교정책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싶습니다.”

그에게 대회 수상에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포부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수상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상, 국방부 장관상, 외교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제가 성균관대학교 졸업 전에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을 어느 정도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들으며 제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졸업 이후 제 능력을 가장 잘 키워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기관에서 지적 훈련을 받은 뒤 한국에 돌아오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권위자가 되어 중국의 부상, 북한의 변화 등 더욱 어려워진 동아시아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정책, 국제법 관련) 공모전 혹은 대회에 도전할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제가 다른 학우들에게 조언 할 입장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공모전은 대부분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자신은 본격적으로 학계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더 심화하고, 논문 주제를 찾는 용도로 공모전을 사용해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수상한 그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제 논문과 정책제안서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대학 수업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운 좋게 정치외교학과 김태효 교수님과 법학전문대학원 성재호 교수님을 만나서 국제정치와 국제법 분야에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배운 일차적 지식과 이론을 바탕으로 중간/기말고사에서 배운 내용을 익혔고, 방학을 이용해 배운 지식을 현실문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제 주장을 더 첨예하게 만들었습니다. 둘째, 문제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제가 학부생 수준에서 썼던 논문들이 같은 대회에서 경쟁했던 대학원생들의 논문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집단지성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여러분 주변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저는 늘 논문을 완성하면 주변에서 똑똑한 친구 4명을 추려내서, 검토를 받고 피드백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취약한 부분과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기회를 얻어 논문의 질이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아쉽게도 그가 참여한 2018 국민외교 정책제안 공모전은 일회적인 사업으로 매년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손 학우의 진심 어린 조언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학우들뿐 아니라,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학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회가 알려지고 학우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한 그의 마음이 기사를 통해 전달되기를 바라며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