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구형 젤라틴 팬텀 개발, 김준호 학우

  • 434호
  • 기사입력 2019.12.30
  • 취재 홍지은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 조회수 7379

의학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어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용어 MRI. 잘은 몰라도 ‘X-ray, CT랑 비슷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쉽게 떠오른다. 이처럼 우리에게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MRI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한 학우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중 구형 젤라틴 팬텀 개발’ 연구를 진행한 김준호 학우(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15)다. 김준호 학우의 연구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8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PLOS(Public Library of Science) ONE에 게재되었다. 이번 성균웹진에서는 유의미한 연구성과를 이뤄낸 김준호 학우를 만나보았다. 그의 이야기에 한 번 귀 기울여 보자.


●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GBME)에 재학 중인 김준호라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복학하신 후 2학년 때부터 자가공명물리 및 시스템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자기공명물리 및 시스템 연구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크게 의료기기, 생체재료, 뇌과학의 세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저는 의료기기 트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의료기기 트랙의 대다수 교수님께서 MRI를 연구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MRI 쪽으로 연구실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 결과 자기공명물리 및 시스템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MRI 연구에 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신 후 어떻게 적응하셨는지요.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막막했는데 교수님께서 여러 논문들을 읽어보라고 논문을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MRI와 팬텀에 관한 기초지식을 쌓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의료기기 트랙 연구실 소속 학부생들끼리 자체적으로 MRI 스터디 모임을 가져 배경지식을 쌓았습니다.


● ‘이중 구형 젤라틴 팬텀 개발’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무척이나 기쁘면서 조금 부끄럽습니다. 연구하는 과정에 교수님과 동료 연구원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도 교수님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1 저자의 자리를 제가 얻는 데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팬텀’이라는 단어 자체에 익숙지 않은 학우들을 위해서, 팬텀이 무엇이고, 자기공명영상 기술 개발에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팬텀(Phantom)이란 영상장치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안정성과 같은 장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만약 사람이 들어갔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테스트할 때 사용됩니다. 이외에도 영상장치의 이미징 기법을 테스트하는 경우에도 사용됩니다.


● 기존의 팬텀 모델과 이중 구형 젤라틴 팬텀 모델이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팬텀의 형태는 구형이 아니라 대부분 원기둥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원통형 모양인 기존 모델은 방향에 따라 측정값이 바뀌기 쉽고 서로 다른 조직의 경계를 모델링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형은 어느 방향으로 관측해도 측정값이 달라지지 않기에 유리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기존에도 팬텀 안에 다른 성분을 가진 물체를 넣는 시도는 있었지만, 넣을 물체의 위치를 조정하지 못해 무작위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저희가 만든 팬텀의 경우 젤라틴으로 만들어져서 안에 넣는 물체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연구 주제였던 ‘이중 구형 젤라틴 팬텀 개발’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팬텀이라는 물질은 MRI에서 촬영한 정보들을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정보로 바꿔주는 QSM이라는 과정을 개발하는 데 사용됩니다. 


말이 조금 어렵죠? (웃음) 풀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MRI는 촬영된 정보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QSM이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정보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Reconstruction algorithm’을 이용해 진행하는데요. 현재 사용되고 있는 ‘Reconstruction algorithm’에는 잡음과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점과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제가 만든 이 ‘팬텀’입니다. 이 팬텀은 MRI가 정확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지 검사하는 데 사용되는 물체입니다. 한 마디로 이 팬텀을 촬영해 봄으로써 MRI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쉽게 비유하자면 MRI라는 기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주는 점검 기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팬텀이고, 제가 한 역할은 ‘이중 구형 젤라틴 팬텀’이라는 더 정확한 MRI 점검 기사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연구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기초적인 것에 대한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이중 구형 팬텀 연구의 경우 이중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러 물리적, 화학적 방법을 시도했고, 구형으로 만들기까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의 지속적인 지도와 더불어 다른 분야의 논문들에서 얻은 힌트를 통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패를 겪기도 하고,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를 분석해보고 다시 연구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 연구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생각나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여러 요인들을 바꿔 가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PNS라 하는 MRI 성능에 제한을 걸고 있는 요소를 프로그램을 통해 시뮬레이션 해보고 있습니다. 이를 최소화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 학우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만약 현재 연구실을 들어가기를 고민하는 학우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교수님을 찾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교수님도 학부생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것은 알고 계시기 때문에 ‘내가 지식이 없어서 연구실을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일단 미뤄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연구실이라 하더라도 교수님을 찾아가 관련 자료를 받아 공부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연구실을 들어가고 싶다 하시면 망설이지 말고 교수님을 찾아가시는 걸 추천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