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소년>으로 SF 어워드 대상 수상, 영상학과 이연지 학우

  • 457호
  • 기사입력 2020.12.12
  • 취재 이솔희 기자
  • 편집 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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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SF 어워드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우리학교 학우가 이 대회 영상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대회는 매년 발표되는 SF 콘컨텐츠를 심사하여 수상하는 국대 최대 규모의 SF 시상식이다. 2014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수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그 대상의 주인공은 단편 2D 애니메이션 <불면증 소년>의 감독  이연지 학우 (영상학과,13)이다. 이연지 학우를 만나 독특하고 참신한 주제의 ‘불면증 소년’과 SF 어워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수상소감

같이 작업한 김정수 작화가와 김서연 작곡가가 너무나 훌륭한 아티스트들이었던 덕에 연출을 잘 살릴 수 있었다. 내가 1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을 만나 2, 3까지 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성우들과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 좀 방황하던 중이었는데 심사위원분들이 붙들어주셨다는 생각마저 든다.


Q.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

애니메이션, 영화를 하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능한 많은 관객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불면증 소년>이 SF적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기성 SF장르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SF어워드에 참가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상업 영화, 드라마가 독립 영화와 한 부문에서 같이 심사되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어워드라고 생각했다.


Q. ‘불면증 소년’은 어떤 작품인가?

손으로 그린 2D 애니메이션이다. 시계에 비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부품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 고장 나는 시계처럼 한 사람이라도 기능하지 않을까봐, 그래서 시스템이 무너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하룻밤 동안 꾼 꿈을 ‘흡착기’라는 기계로 추출해서 카프리☆처럼 빨아먹어야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기능은 ‘꿈꾸기’다. 그런데 주인공은 불면증이 있다. 


Q.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학교를 다니면서 ‘속도’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다. 나는 확실히 내 속도로 살아야 하는데 자꾸 최대한 빨리 뛰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왜 이런 느낌이 자꾸 생기는 건지, 뭐에 맞추려고 하는 건지 생각했던 게 이야기에 반영됐다. “안 뛰고 싶은데 왜 동시에 뛰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까? 한 번 생각해봅시다.” 이게 메시지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


Q. 이연지 감독의 작품이 가지는 특별한 점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한 달음에 달려갈게” 이런 말들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점이 신선했던 것 같다. 한 번에 네 개 국어로 더빙된 것도 특이한 듯하다. 


Q.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우리학교 국제교류팀에 계셨던 심명보 선생님께서 더빙 성우 캐스팅을 도와주셨을 때다. 한국인, 독일인이 아니라 세상인이라는 컨셉이어서 다국어로 더빙해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외국어 유창한 성우 여러 명을 구하기가 어려워 굉장히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심명보 선생님께서 그 당시 우리학교에 와있던 교환학생들에게 캐스팅 공고를 해주셨고, 그 덕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성우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 작품은 우리학교 교환학생 친구들이 더빙했다.


Q. 영화 제작 중 힘들었던 점

1초 미만 프레임 단위의 타이밍에도 매우 집착하는 편이라 편집을 할 때마다 너무 진이 빠지고 힘들었다. 그 외에는 2학년 때부터 묵혀왔던 스토리보드를 마침내 구현해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매우 즐거웠다. 우리 팀원들을 포함해, 졸업작품으로 애니메이션을 했던 선후배들이 뼈를 갈아 작업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다들 나보다 더 힘들었으리라 짐작한다. 내가 있던 2020년 2월 영상학과 졸업반에서 애니메이션 수작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같이 애니메이션을 하며 인간적으로 배우는 바가 많았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야기를 산다는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의 말처럼, 아이디어를 잼 바르듯이 잘 펴 발라 완결된 이야기들을 쌓아가는 것이 목표다. 엔터테이닝 외에도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는 것 같고, 그게 뭔지 알아가고 싶다. 목표가 명사가 되려고 할 때 동사로 가지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