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상 수상
박효준 학우

  • 458호
  • 기사입력 2020.12.27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8183


"삶을 재밌고 솔직하게 녹여내다"


2020 성대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작 <태엽 장치 돌고래>를 쓴 박효준 학우를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 만났다. 가상의 인물의 삶 속 이야기를 통해 감정에 불씨를 만드는 소설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언제나 살아있다고 말하는 박효준 학우(국어 국문 16), 이번 성균 웹진에는 그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Q. 성대문학상 수상소감

우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장 감사한 것은 아무래도 이 상이 나에게 글을 써도 된다는 허락 같은 것처럼 느껴져서다. 사람이다 보니 대가 없는 글을 계속해서 창작해 내는 것에 약간은 지쳐있었던 상태여서 글 쓰는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었다.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작가가 아니어서 누군가에게 글을 쓴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글을 쓰면서도 작가라 불리지 못하는 현실은 조금 차갑다. 그래도 이 상으로 인해 용기를 내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소설 부문만 최우수작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성대문학상 소설 부문 총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혹은 체감하듯이 소설이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은 정말 죽었을까. 이번 57명의 학우들이 소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근대 문학으로써의 소설의 시선으로 현재의 소설을 바라보면 당연히 이질감이 들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소설이 ‘지식’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감정에 불씨를 만들고, 이야기를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지금 소설은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종말을 말하면서도 소설에게 예전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설 부문에 공모를 내주신 57명의 학우들에게 감사하다.



Q. “태엽장치 돌고래” 소설에 대한 소개

바다에서 온 돌고래 피터는 아쿠아리움에 잡혀와 전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던 중 단비(여성 훈련사)를 만나 진실하게 사랑하게 되고, 사람과 돌고래까지 언어적인 소통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과 언어 때문에 피터가 그 아쿠아리움의 연례 행사에 메인으로 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 단비와 떨어지게 되어 돌고래가 자살을 하는 내용이다.



Q. 소설을 쓸 때 영감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

‘태엽장치 돌고래’는 사실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알고리즘에 이끌려 한 영상을 보고 쓴 글이다. 1966년 미국에서 실행한 돌고래 언어 가르치기 프로젝트에 관한 영상이었다. 연구 과정에서 마가렛 러밧이라는 연구원이 돌고래 피터에게 말을 가르쳤는데, 서로 교류를 하다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피터의 연구성과가 좋지 못하자 연구소장이 피터에게 마약을 주입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고, 이것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연구소는 문을 닫게 됐다. 그 후, 마가렛 러밧은 피터와 떨어지게 되고 피터는 자살을 했다. 이 얘기를 보면서 인간의 폭력성에 한번 놀라고 돌고래의 자살에 두 번 놀랐다. 처음에는 이러한 내용에 흥미를 얻어 마가렛 러밧 연구원을 좀 더 검색해봤는데, 그녀가 TV쇼에서 인터뷰하며 피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정말 그 돌고래를 사랑했구나.....라는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 얘기를 글로 써보면 좋겠다 싶었다. 근데 그냥 그대로 쓰는 것은 재미없으니까 배경을 돌고래가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잡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도 돌고래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관 짓다 보니까 또 아쿠아리움을 조사하고 돌고래 사육사 다큐도 찾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다큐와 영상을 통해 영감을 직접적으로 얻은 적은 처음이다. 평소에는 소설이나 그림을 보고 그것에서 느낀 감정을 적어 놓고, 그리고 그것을 내 식대로 풀어내곤 한다. 그 과정에서 물론 계속 공부를 한다. 캐릭터를 의사로 잡았으면 의사에 대한 다큐를 알아보고 취재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걸 어떤 특이한 상황과 엮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Q.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사랑에 대한 감정이다. 내 글은 언제나 사랑을 말하고 있다. 엄청난 메시지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그저 사랑에 관해서 쓰고 싶었고, 사랑은 종을 초월하고 진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비와 피터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점은 사랑이 꼭 낭만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에 분명 신비로운 감정이 맞다. 그러나 사랑은 그만큼 잔인하다. 사랑하는 대상이 등을 돌려버리는 순간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기에. 그때 사랑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해’라는 외침에는 ‘언젠가 마주할지도 모르는 지독한 고통과 죽음을 감내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함의하는 것과 같다. 사랑 그 자체에도 아이러니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상대와 내가 힘들어지는 순간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지 않았을까. 사랑이 잘못되어가고 있는데 그것이 나 때문이고, 이유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일 때 말이다. 이러한 사랑의 잔인함을 단비와 피터가 알려줬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20대의 삶 자체를 썼는데, 그건 피터에 많이 투영되었다. 피터는 바다에서 왔지만 다시 바다로 갈 수 없었다. 다른 돌고래보다 슬픈 것은 콘크리트 수영장에 있으면서도 바다를 안다는 점이다. 우리의 20대도 마찬가지이다. 더 넓은 곳을 알면서도 사회에 갇혀서 맴돌기만 한다는 게 슬펐다. 그런 우리 모두가 태엽장치 돌고래 장난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글을 창작하는 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거의 비슷할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처음에는 내 얘기가 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 아주 힘든 시기에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게 정말 싫어서 내 얘기 하기를 꺼리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속에서는 계속 쌓여만 갔다. 가장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은 노트 위뿐이었다. 그래서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막 적어 댔더니 참 우울하고 복잡한 글 밖에는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쓰고 난 뒤에 내가 쓴 글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글을 쓰고 나면 후련하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됐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필담’이라는 국어국문학과 문학 창작 학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글의 다른 모습을 봤다. 그들의 글은 내 것과는 다르게 재미있었다. 글을 쓰면서 굉장히 많이 나아진 나의 상태를 보며, 글이 내게 해준 것이 있으니 나도 글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는 이야기와 재미에 대해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내 얘기를 하되, 그것을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보기로 했다. 문제는 이제 창작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조금 생겨서 글 때문에 괴롭기도 하다. 그래도 이 과정이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다.



Q.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소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설의 매력은 아무래도 재미에 있다. 에세이를 제외하고는 가장 솔직한 문학이고, 쓰기도 쉽다. 나는 시나 다른 것보다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낮고 쓰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런데 또 그만큼 쓰기 어려운 게 소설이다. 가상의 인물이라도 누군가의 삶을 다루기에 그만큼 알아보고 공부해야 될 게 많다. 소설의 매력을 이렇게 다시 생각해 보니까, 삶과 굉장히 비슷해서 매력적인 것 같다.



Q. 앞으로의 목표

당장 글과 관련된 목표라면 이번 겨울 ‘필담’이 문집을 내게 되는데, 그것이 판매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어쩌다 보니 이 학회의 장까지 되었는데, 욕심을 조금 내서 문집 판매를 하자고 우겼었다. 지금은 학회원들이 따라주기는 했지만, 내가 더 노력해서 하나씩 더 챙길 수 있도록 나에게 부탁하고 있는 중이다.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사실 배우가 되고 싶다. 내년부터는 배우를 좀 더 집중적으로 준비할 것 같다. 물론 글은 어느 순간에도 놓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고 내 글 위에서 연기하는 것이 꿈이다.



Q. 글을 쓰는 데에 관심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자신의 얘기를 써라. 여러분의 얘기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