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의 이야기보따리 '휴스꾸'
포토그래퍼 최혜리 학우

  • 464호
  • 기사입력 2021.03.28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8637

학교 근처에서, 학교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꾸준히 성균관 대학교를 거쳐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공유하는 이야기 창고와 같은 곳이 있다. 인터뷰 동아리 Humans of SKKU(휴스꾸)는 따뜻한 글과 현장감 있는 사진으로 성균관 공동체 속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담아낸다. 이번 성균웹진에서는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휴스꾸의 포토그래퍼 최혜리 학우를 만나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Humans of SKKU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영상학과(18)를 복수전공하는 최혜리입니다. 현재는 여유롭게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고 싶어서 휴학했습니다.


Q. Humans of SKKU (휴스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모토를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성균관을 거쳐가는 많은 사람들을 모두 성균관 공동체라고 칭하고 이 안에는 대학생, 대학원생, 학교를 위해 애써주시는 모든 분들, 학교 근처 가게 사장님들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고자 하는 단체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이루어지는 전체 회의에서 이야깃거리가 있는 분들을 섭외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지인을 자유롭게 추천받습니다. 이후 인터뷰어와 포토그래퍼 둘이 조를 이뤄 인터뷰이에게 컨택을 한 후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저희는 사전 정보라고 해도 신상 정보 정도만 가볍게 듣고 인터뷰 현장에 갑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듯이 현장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즉석에서 풀어나가면서 인터뷰를 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는 맥락에 맞게 재편집을 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저희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말들을 편집해 업로드를 하는 중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한 달 동안 했던 인터뷰와 예전에 진행했던 인터뷰 중 추천하고 싶은 인터뷰를 합쳐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Q. 그중 포토그래퍼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인터뷰어와는 달리 포토그래퍼의 주된 업무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가 인터뷰를 진행하면 저희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 계속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요. 포토그래퍼마다 작업하는 방식이 서로 많이 달라요. 인터뷰 도중에 사진만 찍고 인터뷰이에게 간단한 인사 정도만 건네는 포토그래퍼 분도 계시는데요, 저는 사진을 돌아다니면서 찍다가도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바로 여쭤보는 편이에요. 만약 인터뷰 중에 찍은 사진이 너무 어둡거나 장소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터뷰가 끝난 후에 다른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연출된 모습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으려고 해요. 그래서 편집도 약간의 색 보정 이외에는 거의 건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포토그래퍼의 역할은 현장에서 일이 시작해서 현장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터뷰 전후로 많은 작업을 하지는 않아요.


Q.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은 어떻게 고르시는지 궁금합니다.

최대한 인터뷰이가 자주 시간을 보내는 곳 혹은 좋아하는 곳을 위주로 인터뷰 장소를 정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현재 휴스꾸의 구성원들이 명륜캠 학우들이다 보니 섭외되는 분들도 주로 명륜 학우분들이에요. 학우분들 같은 경우는 혜화 근처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장소를 여쭈어서 찾아가는 편이고, 가게 사장님들 같은 경우는 최대한 가게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곤 해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하나의 인터뷰 당 3장의 사진을 업로드하시던데, 여러 장의 사진 중에 3장을 선별하는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사진을 찍어두고 나서 나중에 골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사진을 찍으면서 3컷을 무조건 건진다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휴스꾸에서 사진이 갖는 의미는 글 읽는 맛을 살려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만약 인터뷰이가 어떤 주제에 대해 특히 힘을 주어 말씀을 하시거나 열정적으로 말씀하실 때, 글의 내용과 가장 어울리는 사진을 꼭 같이 올리고 싶어서 그 순간 집중해서 사진을 찍어요. 사진을 통해 인터뷰 내용을 훨씬 실감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얼마 전에 기꾸스시 사장님을 인터뷰했어요. 사장님이 인터뷰를 하시다가 갑자기 아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아이 이야기를 한참 하셨어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아이 사진을 보여주시는 손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열심히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찍은 사진 중 3장을 고를 때의 기준은 최대한 다른 구도를 가진 사진이게 한다는 점이에요. 인물 사이즈도 전부 다르게 고르려고 해요. 예를 들어 인물의 풀샷을 한 장으로 고르면 손 또는 표정 클로즈업 한 장을 고르는 편입니다. 포토그래퍼마다 사진 3가지를 고르는 기준은 모두 다른 것 같아요. 사진 선별에 있어서 포토그래퍼 자율에 많이 맡기고 있는 편이어서 각자의 취향이 반영돼요. 


저는 구도를 정갈하게 맞춘 사진을 좋아하고 인물을 한쪽으로 몰아서 찍은 사진을 좋아해요. 입체적인 구도보다는 완전 눌러붙어서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각도를 좋아합니다. 이제는 저희끼리 서로의 취향을 알아서 사진만 봐도 어떤 포토그래퍼의 사진인지 알아요.



Q. 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장감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의 매력을 느껴요. 이미지로 감정을 전하는 매체 중 사진이 가장 압축적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사진을 펼쳐보았을 때 그 당시의 모습을 한 장으로 단숨에 보여주잖아요.


사진 촬영이 원래 제 취미가 아니었어요. DSLR 카메라를 과제 때 사용하려고 샀을 때 마침 휴스꾸에서 포토그래퍼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무턱대고 지원했던 거였어요. 동아리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다 보니까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필름 카메라와 옛날 디카를 모으는 취미로까지 이어졌어요. 

원래는 풀이나 물 같은 자연물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고, 휴스꾸에 들어가면서부터 인물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어요. 인물 사진을 처음 찍을 때는 인물을 최대한 예쁘게 담는 데에 집중했었어요. 일한 지 3,4 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인물들의 예쁜 모습을 담기보다는 인터뷰 자체의 분위기나 대화의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확실히 방향성을 갖고 노력하다 보니까 점점 제 사진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Q. 사진을 배우신 적이 있나요?

사진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는데 영상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영화와 영상에 대해 배웠어요. 배우자마자는 잘 찍고 싶은 마음만 앞서고 구도도 어떻게 잡는지 모르겠고, 심도가 뭔지도 몰라서 굉장히 답답했어요. 그래서 학교 수업 이외에도 촬영 수업이 열리는 곳을 찾아가서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인물을 어디에 배치하면 좋은지, 인물이 바라보는 곳과 바라보지 않는 곳의 무게를 다르게 두는 법 등의 실무적인 수업을 듣고 나서는 확실히 찍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배우고 나서는 일부러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적용해서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찍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어떻게 찍을지 감이 생겼고 제 취향도 점점 자리 잡아갔어요.


Q. 영상을 공부하시는 입장에서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제약을 느끼지는 않으세요?

영상과 사진은 담을 수 있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영상을 만들 땐 앞, 뒤 장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감정을 쌓는 데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사진은 최대한 하나의 장면으로 감정을 다 전달하기 위해서 집중하고요. 제약보다는 영상보다 자유로운 점도 있다고 느껴져요. 각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인터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왁자지껄한 분위기 보다 두세 명이서 깊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좋아해요. 친구랑 가까워질수록 깊은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잖아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요. 휴스꾸에서 하는 인터뷰는 처음 본 사이든,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든 이 인터뷰 자리를 빌려서 30분 정도 진짜 깊은 이야기를 쭉 하게 돼요. 그 점이 정말 좋아요.


Q. 휴스꾸 활동이 나에게 끼친 영향은?

영상학과 복수 전공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뭘 찍을지 몰라서 굉장히 고민했었어요. 마냥 영상이 좋고 편집이 좋아서 시작은 했지만 정작 무엇을 찍을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한참 하고 있을 때 휴스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제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고 싶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영상은 여러 개인의 목소리를 모아 큰 갈래의 이야기로 엮어낸 영상이에요. 이것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장르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는 제가 평소에 생각만 하고 있던 것 혹은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는 주장들을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서 힘을 만들어주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휴스꾸의 핵심 가치와 제 전공인 영상을 융합해 저 만의 특색을 찾은 것 같아요. 휴스꾸는 앞으로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알려주었고, 사진이라는 취미도 가져다주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제공해 주었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큰 활동이에요.


Q. 전공 분야와 좋아하는 분야가 일치하는 것,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꿈과 취미를 분리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 말과 안 맞는 것 같아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영상학과를 복수 전공을 결정하는 것도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도전이었어요. 저는 항상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도전이지만 항상 제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삼는 쪽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저는 굳이 일과 취미를 분리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이 둘이 겹쳐 있으면 재밌게 일하는 동시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끔은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괴감을 느끼긴 해요. 그래도 제 주변에 같은 일을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저와 같은 결의 사람들이라서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풀곤 해요.


Q. 목표가 무엇인가요?

-휴스꾸 목표

졸업 작품과 취업 준비 때문에 아마도 올해까지만 휴스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팔로어 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데, 올해의 목표는 최소 500 팔로어까지 늘리는 거예요. 매체 특성상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알려지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거예요.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라고 생각되어서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학우분들에게 생소하지 않은 단체가 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개인적 목표

6개월 전에만 해도 누군가가 제 목표를 물어봤다면 아마도 PD가 되고 싶다고 했을 것 같아요. 최근에 생긴 저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거예요. 교과서 속에 나오는 상투적인 말 같기도 하지만 제가 요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예요. 지속 가능성을 최상의 가치로 두고 제 주변을 꾸리고 싶어요. 먹는 것과 입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과 인간관계까지요.

제가 워낙 일을 잘 벌리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한 번에 해야 할 일이 3개 이상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머리에서 잘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하나하나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게 돼요. 일정한 성과가 지속될 정도로 할당량을 두어 균형 있게 힘을 실으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일에 제대로 집중하고 싶고 지친다는 이유로 놓고 싶지 않아요.


Q. 학우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휴스꾸를 보신 분들이나 지원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요즘 사람 만나기 진짜 힘들다 ”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코로나 전에 학교를 다닐 때는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꾸준히 만날 수 있었고 학우분들이 학교 곳곳에서 열심히 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동기부여도 받곤 했어요. 예전에는 학교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한데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학교에 돌아오게 되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챙겨 가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