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과 아이컨택트팀
전국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 장관상

  • 481호
  • 기사입력 2021.12.13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4571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장벽 무너뜨리기


비장애인에게 이동이란 일상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다지 많은 힘을 쏟지 않아도 이동하기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그렇다. 그러나 장애인은 아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든 시각 장애인이든 청각 장애인이든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어떤 것이 부재한 이들에게 이동이란 어려운 일이다.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 이동권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요즘같이 분업이 활성화되어 있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층화된 시대에 이동이란 곧 원활한 삶의 영위와 연결돼 있기에 이동권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이동권을 보장할 방법을 설계 측면에서 제시해 2021 공학페스티벌 전국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아이컨택트 팀을 만났다(사진 왼쪽부터 이해강, 신민규, 조준, 김영민 학우). 대회와 관련해서 김영민, 이해강, 조준 학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영민 - 안녕하세요 저는 기계공학과 16학번 김영민입니다. 아이컨택트 팀에서 소프트웨어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해강 – 안녕하세요 기계공학과 16학번 이해강입니다. 저는 주로 하드웨어를 담당했습니다.

조준 – 안녕하세요 기계공학과와 융합소프트웨어학과를 복수전공하는 16학번 조준입니다. 저는 소프트웨어와 발표를 맡았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한 신민규 학우는 주로 서류 작업(보고서와 영수증 등), 대표로 업체나 대회 본부에 문의, 시연 환경 구축 등의 작업을 맡았다.)


▶‘2021 공학페스티벌(E2Festa) 전국 창의적 종합설계 경진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해강 - 창의적 공학설계 교과목에서 같은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주제도 좋고 성과도 좋게 나왔지만 더욱 보완할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 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팀원들과 기쁜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어떤 계기로 시각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해강 - 늘 장애인 인권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블루투스 이어폰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합니다. 심지어 주변 소음을 제거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들어간 이어폰을 길 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많이들 사용하곤 합니다. 비장애인들은 이동할 때 주로 시각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례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지팡이로 느껴지는 촉각과 귀로 들려오는 청각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이렇듯 비장애인과 동등하지 못한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문제 해결에 저와 팀원들이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 ‘시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빈 좌석 안내 시스템’이라는 주제를 정하기까지 과정은 어떠셨나요?

이해강 -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기로 했을 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유튜브를 찾아보던 중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님의 ‘시각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이 올라와서 시청했습니다. 영상 중 열차에 탑승 후 ‘좌석은 어떻게 찾아 앉아요?’란 대답에 “빈 좌석이 어디인지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바로 문 옆에 서서 간다”라고 답하는 것이 제가 비장애인 임에도 너무 공감이 되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됐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두이노를 이용해 3단계의 과정을 거치면 충분히 구현이 가능할 것 같아서 팀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지팡이와 좌석을 연계해서 시스템을 고안하셨는데 기존 ‘스마트 지팡이’의 한계를 어떤 거로 파악하셨나요?

이해강 - 기존의 스마트 지팡이는 거리를 측정해서 장애물을 경고하는 기능, GPS를 이용해서 길 안내를 하는 기능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GPS를 이용하는 방식은 스마트폰으로 많이 사용해 봐서 아시겠지만 지하철 내부와 같이 좁은 실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순 없습니다. 오차가 5m 내외로 알고 있는데 이 오차대로 실제 위치에서 5m 떨어지게 된다면 지하철 밖에서 시각장애인이 뛰어오고 있다고 해석이 되겠죠. 따라서 좁은 실내, 움직이는 교통수단 내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기존 스마트 지팡이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시스템의 주요 기능에 ‘RFID 기술(RFID 통신)’을 사용했는데 이 기술에 대한 설명과 작품에 어떻게 쓰였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해강 – RFID 기술은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약자로 이를 해석하면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대상을 식별하는 기술입니다. 너무 어렵게 말할 것 없이 흔히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바로 이 RFID 카드(태그)이고 버스에 부착된 단말기가 RFID 리더기죠. 저희가 사용한 RFID 주파수는 NFC라고 부르는 근거리 무선통신 주파수를 사용하여 인식거리가 5~10cm 정도 됩니다. 이 RFID 태그를 바닥에 10초 간격으로 일정하게 부착해서 지팡이 밑에 RFID 리더기를 부착해 지팡이로 찍고 있는 바닥의 좌표값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소형화된 교통카드를 바닥에 일정하게 부착하고 지팡이에 소형화된 교통카드 단말기를 부착하여 지팡이가 가는 곳마다 교통카드가 찍히게 되고 이 교통카드의 정보를 통해 위치를 계산합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힘드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영민 – 저는 블루투스 통신 파트를 주로 담당했는데 블루투스 통신의 연결 문제와 정보가 쌓였을 때 오작동하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외에도 센서들의 오작동 및 오차 감소를 위한 최적화한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해강 - 저는 통신병 출신이라 전선 작업을 많이 해봐서 하드웨어를 담당했습니다. 평소에 다루던 소자들이 아닌 다양한 소자들을 사용하다 보니 소자를 연결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도 어려웠고 연결을 완료해도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 원인을 찾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만약 원인이 소자 자체의 불량, 프로그래밍 상의 불량 등으로 오류가 발생하면 제 관할이 아닌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헛고생했다 싶다가도 안도감에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팀원들을 놀리는 등 재밌게 작업했습니다.


조준 – 저는 소프트웨어 파트를 맡았습니다. 제가 기존에 해왔던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제작이 아니라 실사용 제품과 관련된 코딩을 해야 했습니다.  알고리즘과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만 고려해서는 안 됐고 하드웨어적인 측면들(사용된 전자부품들의 제한된 성능으로 부품 중요도에 따라 한정된 부품 작동을 배분하는 작업), 배선 문제의 원인 찾기를 고려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김영민 - 저희 시스템은 노약자석뿐만 아니라 전 좌석 확대 도입을 통해 시스템의 확장이 가능합니다.  해당 기술을 지하철에 최초 도입 후 플랫폼을 확장하여 버스, 비행기 등의 다른 교통수단과 식당 등의 편의 시설에도 기술 확장이 가능하여 시각장애인의 자율적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시각장애인의 복지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에 있어 염려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김영민 - 코레일에 문의해 본 결과 초기 설치 비용과 유지 보수 측면을 주 문제로 얘기해 주셨는데 이는 상용화가 될 경우 위치 추적 방식의 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준 - 교통 약자는 소수인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규모가 매우 큰 편입니다. 이들의 편의를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들이 관련된 각 부처들의 배정된 예산보다 클지도 모릅니다. 만약 상용화가 된다면 장기간에 거쳐 점진적으로 적용될 것 같은데 그 기간 동안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염려됩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김영민 - 직접 제품의 작동 과정에 따라 필요한 센서나 재료 등을 처음부터 쌓아 올려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다양한 센서의 작동 여부 테스트부터 그것들을 종합했을 때 설계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파트에서 생긴 것인지 찾아내는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케줄 관리의 중요성도 알게 됐는데요. 팀원들과 스케줄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스케줄을 관리하고 적절한 분업과 상호작용을 통해 주어진 시간 내에 과제를 수행하는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해강 - 종합 설계를 하는 역량이 매우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업만 들어서는 모르던 것들을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시스템을 만들고 직접 테스트해 보면서 수업만으로는 채우지 못했던 경험치를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대회와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김영민 - 최종 목표였던 지팡이와 스마트폰 간 연결 후 음성 출력 및 하차 방향 선택 기능까지 완벽하게 작동이 되어 음성이 출력되었을 때 입니다.


이해강 - 수상했을 때의 감격도 잊지 못하지만 저희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테스트 할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열차 교통약자 배려석의 실제 크기를 반영하여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동사무소 앞에 있는 나무로 된 강단에 펼쳐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선을 설치하고 의자를 깔고 RFID 태그가 부착된 부직포를 깔고 지팡이를 들고 시연해 보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나가는 분들 중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됐던 거로 기억합니다.



▶대회 준비하는데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김영민 - 작업 시설 대여부터 다양한 센서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것, 무엇보다 자세한 대회 일정 전달과 서류 작업 노하우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주셔서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공학교육혁신선도센터 파이팅!


조준 - 공학교육혁신센터로부터 필요한 부품 구입비나 촬영 장소 대여비 지원 등 금전적으로 아낌없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임에도 제품 제작을 위한 장소를 대회 준비 기간 내내 빌려주시고 발표 리허설을 위한 공간과 장비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교통 약자의 이동권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영민 -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개선해야 할 점을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이겠네요. 시각장애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위 시선이 많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해강 - 장애인이 이동하는 데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 대비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면, 또는 없더라도 해당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준 - 어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대중의 인식 수면 위로 부상해 이목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조사와 연락을 하면서 느낀것은 다수의 사람들은 소수의 교통 약자들의 편의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아예 무지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 개선 교육이나 이런 것들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대중의 이목을 결코 사로잡을 수 없어서 빠른 해결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인식을 사로잡으려 하는 것보다는 교통 약자의 이동권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교통 약자 편의 증진법이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에서 매년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개선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새로운 제도들이 만들어지거나 혹은 기존의 제도들이 개선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길 희망합니다.


▶‘나’를 움직이는 내적인, 그리고 외적인 동력이 궁금합니다.

김영민 - 저는 '도전'과 '가족'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신기한 것, 그리고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어릴 때 많이 방황했습니다. 언제든지 힘들 때는 부모님과 동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제 지갑에는 가족사진이 여러 장 있답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김영민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자랐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네요.

이해강 - 팀원들과 모이는 약속을 할 때 지각을 많이 했는데요. 많이 미안했고 앞으로는 규칙적이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김영민 - 제가 팀원들과 전국 대회 상도 받고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도전하세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도전하지 않으면 아예 알 기회도 사라집니다. 성균관대 파이팅, 기계공학과 파이팅, 공학교육혁신선도센터 파이팅, 성균웹진 파이팅!


이해강 - 학교에서 그저 수업만 듣고 무기력하게 지냈던 제가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학우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학업 말고 다양한 곳에 관심을 두고 도전해 보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멋진 분들이니 저보다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조준 - 이번 대회를 위해 저희 팀이 했던 협업은 학교를 다니면서 해왔던 팀 프로젝트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두 동기와 의욕이 넘치고 목적의식이 하나로 통일된 상태에서 하는 협업은 저를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트렸습니다. 대회 결과도 잘 나와서 성취감이 느껴져 좋았지만 무엇보다 과정 자체가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매우 즐겁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학우분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한 번쯤 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