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전처리 기술과 창업, 이진엽 학우

  • 400호
  • 기사입력 2018.07.28
  • 취재 정지현 기자
  • 편집 한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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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메르스 , 지카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은 세계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며 사람들의 공포에 대해 그려낸 바 있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메르스 피해의 확산 원인을 분석하고, ‘유전자 전처리 자동화 시스템’을 시스템화 하여 스타트 업 기업을 설립한 이진엽 학우(기계공학, 박사과정 3기/지도교수-생체모사 기계디자인 연구실 박성수 교수님)를 만나보았다. 그의 연구와 창업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피해를 막는데 기여할 것을 기대하며, 그의 이야기를 시작 해 보려 한다.


 

-메르스 사태와 기존의 진단 과정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국가 재난급 바이러스가 많은 인명피해와 국가적 손실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불안을 형성했다. 피해가 확산되었던 이유는 조기진단을 위한 장비의 미비 및 조기진단 검사의 높은 오진율 때문이다. 30일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 186명이 감염, 20%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세균의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채취하고 검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사 과정 중, ‘전처리’란 환자의 시료를 채취하고, 세균과 바이러스 유전자를 정제하여 추출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탁한 물질에서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추출하는 원리이다. 이러한 ‘전처리’과정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전자 증폭(전 처리의 다음 과정으로, 분리한 유전자 중 분석하고자 하는 부위만을 증폭하는 것)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검사결과를 얻기 힘들다. 이에 오진율이 높고, 보균자에 대해 잘못된 검사를 한 결과,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이 시작되면서 병의 확산을 높이게 된다. 이에 초기 진압이 어려워 지며 병이 확산된다.


-‘자동화’와 ‘농축’을 통한 강점을 동시에


그렇다면 이진엽 학우의 ‘유전자 전처리 자동화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기존 방식과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바로 ‘자동화’와 ‘농축’이다.


1. 자동화


기존의 전처리 과정을 담당하는 제품들은 수동 전처리 기계가 대부분이다. 증폭 장비의 경우에는 이미 병원이나 연구소에 설치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이때 장비들이 오래 전 기술로 제작되었고, 전처리 시약들은 사람 손으로 직접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 최근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 등장해 이를 분석해 보았을 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자동화라는 기능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농축과 정제가 동시에 가능한 기기가 아직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시장점유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고 한다.


또한 연구원들이 직접 전처리 과정에 참여하다 보면 연구원들에 대한 감염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람의 손이 덜 가야 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의 한 교수님과의 면담결과, 병원에 이미 많은 장비들이 있기에 공간적으로 유용한, 소형화된 장비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참고하여 기존 증폭장치를 사용하지 못하는 자동화 장치와 달리, 해당 아이템을 악세사리 형태로 기존의 증폭장치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구상하였다. 현재 상용화 시제품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완전 자동화되고, 많은 수의 키트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시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2. 농축


기존에 감염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혈액, 침 등을 액상에 녹여 이용하는데, 이때 농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축을 하지 않으면 초기 감염의 경우 채취한 혈액이나 침 속에 있는 병원균의 숫자가 매우 적고, (메르스의 경우 mm당 1마리). 결과적으로 채취한 혈액이나 침의 1000/1정도만 사용하게 되어 적은 수의 병원균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배양을 하게 되는데, 이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감염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농축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염여부를 판단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대학원의 학업과 창업의 병행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학원을 선택하게 된 것도 창업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그가 창업을 처음 생각했던 것은 21세였다. 21세때 부상으로 허리디스크가 파열되어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하고 2주동안 병동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많이 접촉하였고, 6,70대 환자분들을 보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그 때 의공학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단순히 의료기기가 아니라, 실제로 디스크를 제작하거나, 관절을 갈아 끼울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등 보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계공학과를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후 의공학을 공부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바이오와 의료기기에 대한 융합적인 연구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을 찾아 자문을 구하였다. 이후 대학원을 진학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여러 창업교육을 수강하기도 하고, 각종 창업 경진대회에 출전하고, 해외 연수를 받는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2017 과학정보통신 기술부 I-crops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사업 계획서가 선정되어 해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KIC에서 한달 동안 연수를 받았는데, “스타트업이 무엇인가”,’(창업을 위해)무엇을 해야 하는지’등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엔지니어 방면에서만 공부를 하다 보니, 어떻게 기능,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킬지,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이공계 기술창업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와 함께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서 만들어도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으면 팔지 못한다.’ ‘필요 없는 제품을 가지고 나온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등의 현실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너희 기술을 이야기하지 말고, 고객의 어려움을 들어라. 직접 고객을 만난 후, 제품이 팔릴 것 같은 상황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라. 즉, 워싱턴에서의 교육은 ‘Get out of building(건물에서 나가, 직접 고객들과 만나보아라)’을 강조했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가설을 검증하고, 검증된 가설들을 구체화 해나가는 모임을 일컫는다고 이야기 하며, 가설을 세운 후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보라. 이에 이 학우는 다양한 잠재 고객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메일로 첫 번째 응답을 얻었을 때’라고 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이학우는 워싱턴 DC 근처의 회사, 의사, 교수님께 100통 이상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 학우는 멘토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쓴 이메일을 보여주자, 멘토들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에 대해 많이 알아보아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포함된 이메일을 써보아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고 한다. 방법을 바꾸어 이메일을 다시 보냈더니, 답장이 오기 시작했고,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주차 넘어갔을 때, UCLA에 계시는 교수님과 영상을 통해 첫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30명의 인터뷰이를 구해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었으며, 통해 점차 고객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번의 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해외 창업 교육을 이수하여, 발표 자료에 고객의 니즈를 언급했던 부분이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경진대회에 나가서 만나게 된 몇몇 심사위원분들이 경진대회 이후 멘토가 되어 주셔서 많은 조언을 해주 신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아 더 창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회사를 성장시켜 10년 내 IPO(Initial Public Offering)까지 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용지표와 매출을 늘려서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이 1차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00명이 넘는 종업원을 고용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 제가 여러 멘토님들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처럼 저 또한 멘토가 되어 후발주자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많은 조언과 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님처럼 되는 것입니다.”


 

“제가 정부지원사업을 참여하고 법인설립하기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시작하라’라는 말인데요, 만약 창업을 준비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찍 시작하여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나중에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럼 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