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급 게임을 만드는 ‘반지하 게임즈’ 대표,
이유원 학우

  • 410호
  • 기사입력 2018.12.28
  • 취재 손영준 기자
  • 편집 민예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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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생존하는 게임, 달을 사기 위해 의문의 판매자와 흥정하는 게임, 소개팅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떠한 거짓말도 불사하는 게임. 모두 한 제작사에서 출시한 게임이다. 이 제작사에 게임 출시를 통해 구글 플레이 단일 게임 50만 다운로드, 한 달 수입 천 만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로스쿨까지 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유원 학우(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 글로벌리더학부, 14)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에 빠진 학생들에게 사람들은 종종 “공부나 하라”고 핀잔을 주는데, 이 학우에게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이번 ‘성대생은 지금’에서는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반지하 게임즈’의 대표, 이유원 학우를 인터뷰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리더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0기로 재학 중인 이유원이라고 합니다. 평일에는 로스쿨생, 주말에는 '반지하 게임즈'의 대표이자 게임 개발자라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반지하 게임즈’는 어떤 단체인가요?

‘반지하 게임즈’는 제가 만든 인디 모바일 게임 스튜디오입니다. 동아리라고 하기엔 훨씬 전문적이고, 회사라고 하기엔 훨씬 자유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2016년 9월 첫 작품을 선보인 뒤로 지금까지 매번 새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순위를 뒤흔드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게임 개발사입니다.


▶ ‘반지하 게임즈’ 대표작들 몇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처음 출시했지만 그와 동시에 25만 다운로드라는 대히트를 친 <허언증 소개팅!>과 인터넷 방송에서 돌풍처럼 인기를 모은 <중고로운 평화나라>, 그리고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차트 최상위를 떠나지 않고 있는 <서울 2033>을 들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독특한 소재와 기존에 없던 게임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 많은 사랑을 받게 해주었는데요, 아마 저의 뛰어난 기획 능력 덕분 아닐까 싶습니다 (웃음). 초창기에는 광고 수익으로 1,000원을 벌고 감격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단위가 만 배는 올라갔을 정도로 큰 성장을 했습니다.


▶현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데, 어떤 계기로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사실 제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저만의 플래시 게임이나 보드게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무척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에도 제가 만든 게임은 온 기숙사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에 오게 된 뒤로 그때의 즐거움과 게임에 대한 열망을 접어야만 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다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졸업하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후회 없이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딩을 전공한 친구와 UI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를 데리고 ‘반지하 게임즈’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지고, 몇 백 원 정도밖에 되지 않더라도 제가 만든 게임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느낀 기쁨과 즐거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반지하 게임즈’와, 제 게임을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학업과 진로 걱정으로 지친 학교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 ‘반지하 게임즈’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스쿨에 진학한 후 걱정이 많이 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라서 ‘반지하 게임즈’를 포기하는 것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그런 걱정이 들수록 더욱 확실하게 두 가지 일상에 각각 최선을 다하기로 스스로를 다잡았습니다. 공부나 일, 무엇이든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미루지 않고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공부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세부적으로 쪼개어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로스쿨에 진학한 것과 ‘반지하 게임즈’의 대표로 일을 계속하는 것 모두 제가 간절히 바란것이라 훗날 돌아보았을 때 그 둘이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만큼 더욱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합니다.


▶현재 법과 게임이라는 두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장래에도 두 분야를 병행하실 계획인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아직 저도 정해진 바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 특기와 흥미를 살려 지식재산권 분야의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꿈도 있고, ‘반지하 게임즈’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미래가 불안하고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이것이 제가 제 장래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더 많이 열어주고 그에 대한 더 깊은 체험과 고찰을 하게 해 주는 것 같아 즐겁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시 ‘반지하 게임즈’ 직원 추가 모집 계획은 없으신가요?

‘반지하 게임즈’는 시작은 저와 제 친구들, 3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반지하 게임즈’의 이름으로 함께 일한 사람들은 10명에 가깝습니다. 최근에는 게임 제작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함께 일하고 있어요. 자신만의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불타는 열정만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자신에게 즐거운 일을 하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반지하 게임즈’의 대표로서 제 생각에 게임 업계는 ‘돈 많이 버는 곳’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자아실현의 장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벌면서도 행복하게 게임 제작을 계속해 나가고, 또 다른 틀이나 압박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여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것이 제게 단순히 돈 버는 일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저희 ‘반지하 게임즈’ 게임만의 색채를 만들어주었고 틀에 박힌 게임에 질려 있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끌어 모을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어떠한 것에 대한 열정이 있고 그것이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