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 새별여성과학자상 수상,
김수민 원우(지능형정밀헬스케어융합전공 8기)
- 552호
- 기사입력 2024.11.25
- 취재 한별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2370
2024년 9월 13일, 제23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우리 대학 김수민 원우(지능형정밀헬스케어융합전공 8기)가 문숙 새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은 대한민국의 생명과학분야에 종사하는 성장 잠재성이 큰 신진 여성생명과학기술인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05년 ‘새별여성과학자상’을 제정했다. 새별여성과학자상은 국내 생명과학 분야의 우수한 여성 인재를 통한 과학계 기여를 목표로 2024년도부터는 문숙과학지원재단의 후원을 받아 문숙 새별여성과학자상으로 명명됐다. 작년 president’s list 수상에 이어 올해엔 과학자상까지 수상한 김수민 원우는 조직 접착성을 가지는 치료용 생체재료를 주제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네이처 일렉트로닉 (Nature Electronics)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꾸준한 연구 활동으로 생명과학계 여성 과학자의 구심체로 나아가고 있는 김수민 원우를 만나보자.
*president’s list는 성균관대학교의 건학이념인 수기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성공 모델 사례를 선발하고, 성균 공동체를 대표하여 총장이 그들의 노력과 헌신을 격려하고 이룩한 성취를 축하하며, 학생 성공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이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1년도에 공과대학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년에 성균융합원 지능형정밀헬스케어융합전공으로 입학하여 현재 석박통합과정 8기 중인 김수민입니다.
Q. 문숙 새별여성과학자상 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 기대 없이 교수님께 추천받아 지원했는데, 운 좋게 수상하게 되어 그동안 노력해 온 시간을 인정받는 것 같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연구 결과를 끌어내도록 도와주시는 지도교수이신 신미경 교수님과 전자전기공학부 손동희 교수님, 최희원, 김예원, 장재표 원우들에게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도 이전에 비슷한 상을 수상하셨는데, 교수님이 지나오신 길을 따라 걷는 것 같아서 뿌듯한 기분도 들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조직 접착성을 가지는 치료용 생체재료를 주제로 연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접착성 하이드로젤 연구에서 '접착'과 '하이드로젤' 두 가지 모두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키워드입니다. 접착이라는 특성은 쉽게 말하면 '위치 고정'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좌심방의 심장 신호를 모니터링한다고 하면, 전극에 접착성이 없을 경우에는 심장에 전극을 얹어 놓게 되면 심장 박동에 의해서 다른 위치로 이동할 수 있게 돼요. 그럼 정확한 위치의 신호 계측이 어렵게 되어 진단이 어려워지겠죠? 치료도 마찬가지예요. 심장박동은 전기자극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전극의 위치가 엇나가서 주변 조직인 폐나 다른 장기를 자극할 경우에는 심장박동의 조절이 불가능하게 되겠죠. 이 특성은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다음으로 하이드로젤은 많은 물을 머금고 있는 액체와 고체 사이의 물질로, 저희 장기들과 비슷한 정도의 아주 낮은 기계적 물성을 갖고 있다는 특성이 있어요. 생체 조직과 물성이 비슷한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적용하고자 하는 조직과 물질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어서 하이드로젤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는 접착성 하이드로젤은 조직과 전극 사이에서 조직에 손상을 최소화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한 곳에 집중적으로 약물을 방출시키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저는 접착성 하이드로젤을 이용해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연구 과정이 궁금합니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거나 힘들었던 부분이 있나요?
처음 동물실험을 시작하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생체재료 분야에서 중요한 실험중 하나가 바로 동물 실험입니다. 제가 만든 재료가 작동하는지 확실하게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연구에서 힘든 부분도 동물실험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연구에서 가장 힘든 시간은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해 계획에 지연이 생길 때 같아요. 동물마다 건강 상태가 모두 일정하지 않다보니, 똑같은 처치를 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와서 어떤 결과가 진짜인지 알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동물과는 소통이 안 되니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반복실험을 계속 해야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Q. 원우들께서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본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신소재공학과는 다양한 재료에 관한 전반적인 이론들에 대해서 많이 배우지만, 주로 단단한 재료들 (세라믹, 금속 등)에 관해서 배웠어요. 저는 단단한 재료들보다 말랑말랑한 하이드로젤 같은 소재가 항상 궁금했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어요. 이후 바로 관련된 연구실에서 학부연구생을 해보고, 생체재료 분야로 길을 정해서 이렇게 신미경 교수님 연구실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Q. 대학원 공부와 학부시절 공부에 차이가 있나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가 꽤 크다고 느껴요. 학부 때는 수업이 대부분이고 강의와 이론을 잘 따라가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원은 수업이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찾아가면서 공부해야 해요. 책에 있는 이론적인 공부도 중요하지만, 최신 연구 동향을 계속 살펴보면서 어떤 새로운 연구가 있었는지, 떠오르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지 등 책에는 아직 나오지 않는 내용들도 따라가야 해요. 제가 느끼기엔, 공부의 방법이나 정보를 얻는 수단에서 차이가 큰 것 같아요.
Q. 김수민 원우님께 연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연구란 무엇일까?"보다 "연구가 없었다면?"을 생각해 봤어요. 그렇다면 아마 저희 모두 아직 흙바닥에서 움막을 짓고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먹고 살지 않았을까요? 나무를 문질러 불을 피우는 것도 하나의 실험이자 연구였을테니까요. 분명 어떤 나무가 불이 잘 붙는지, 얼마나 빠르게 문질러야 하는지 등등 여러 변수를 가지고 실험해서 불을 피웠을 거예요. 이렇듯 인류 발전의 모든 순간은 연구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에게는 연구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연구하며 공부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본인이 하는 연구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겠지요. 연구를 하다보면 힘이 쭉 빠지는 순간들이 종종 와요. 잘 되던 실험이 안 될 때, 2주에 걸쳐 만든 샘플이 작동하지 않을 때, 열심히 쓴 논문이 계속해서 거절당할 때 등 쏟은 노력과는 상관없이 힘든 일은 자꾸만 생깁니다. 그래도 다시 실험하고,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의미 있는 연구라고 믿는 거예요. 학문적인 발전에서 의미있고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연구는 어떤 성향의 사람과 잘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보통 연구원이나 과학자를 떠올리면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조용한 사람들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기록을 잘 하고, 사교적인 사람이 연구원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실험에서 기록은 굉장히 중요해요. 기록으로부터 이어지는 실험의 재연성은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오랜 시간 실험을 하다 보면 변수가 헷갈리거나 목적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꼼꼼한 성향이 필요해요.
연구 활동은 주변과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배우고,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통해야 이룰 수 있는 게 연구니까요. 더욱이 요즘엔 융합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다른 실험실과 함께하는 공동연구가 많이 진행되는데, 일정이나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공유할 수 있을 때 연구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뿐만 아니라, 연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교적인 성격도 연구 활동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연구 목표는 저만의 재료를 찾고 싶어요. 지금까지 진행했던 연구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재료의 형태를 변형하여 사용하거나, 기존에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적용을 시도해 보는 등의 내용이었어요. 앞으로는 제가 재료를 디자인하고 제작한 새로운 물질로 그에 맞는 적용점을 찾아서 연구해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 헬스케어 및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을 성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헬스케어와 관련된 연구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할 수 있는 연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화학, 생명공학, 재료공학, 바이오메디컬 등 다양한 학과가 접근할 수 있거든요. 학회에 가면 의학, 약학은 물론이고 기계공학, 전자공학, 물리학과 등 더 다양한 전공 출신의 교수님들과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고요. '내 전공이 헬스케어 분야에 적합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 분야의 융합이 더 훌륭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해보고 싶은 연구가 생겼다면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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