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만에 통근 버스에서 학교 버스로
홍성기(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 원우
- 561호
- 기사입력 2025.04.08
- 취재 박명준 기자
- 편집 임진서 기자
- 조회수 8289
일과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균형을 모두 잡아낸 홍성기(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 원우는 3년 전 SBS 인기 예능 <동상이몽2>에 출연하여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모델 출신 방송인 이현이의 남편으로 알려진 홍성기 원우는 우리 대학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공개했다. 홍성기 원우는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로 알려져 있어서 그의 대학원 합격 통지서는 사람들 사이의 화두가 되었다. 이후 직접 개인 SNS에 “입학 전 마지막 출근길. 저 퇴사 아니고 휴직 아니고 양성 과정 파견이에요”라며 대학원 입학에 관한 사실을 밝혔다.
약 16년간 삼성전자 회사 생활을 하다 전기 일반 대학원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 석사 과정에 합격하게 된 과정에 더해 방송, 유튜브 채널, 육아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홍성기 원우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부터 16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에 근무하여, 올해로 17년 차 수석 엔지니어가 되는 홍성기라고 합니다. 이번에 회사 양성 과정을 통해 기회를 얻어 성균관대 일반 대학원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학과 석사 과정 25학번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학부를 전자공학과를 나왔는데, 학교 다닐 때는 사실 내가 어떤 걸 공부해야 하고, 어떤 것이 실제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잘 몰랐어요. 현업에 있는 선배들에게 묻는다고 하더라도, 그 선배들도 직장에서는 신입이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었었죠. 신호 수업도 듣고, 회로 수업도 듣고, ‘한 분야를 깊게 팠다’기 보다는 여러 분야를 두루뭉술하게 듣게 되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다 보니, ‘내가 이걸 학교 다녔을 때 알았다면, 이런 것들을 더 공부해 봤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렇게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중 이런 양성 과정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학교에 입학하게 된 거죠.
| 오랜만에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학부생 시절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저는 200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녔는데 요즘 캠퍼스를 보고 바로 드는 생각이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네?’였어요. 저는 흡연을 하지는 않지만,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다 길을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웠는데 요즘에는 흡연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제가 졸업할 때까지 스마트폰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노트에 필기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수업에 들어가니까 저만 종이 노트에 필기를 하고 다른 분들은 전부 노트북 아니면 패드에 필기를 하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도 교수가 몇 있는데, 물어보니 한 10년 전부터 패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5년 전부터는 거의 필수 준비물처럼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좀 뒤떨어져 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대학교에 박정우 교수님이 계시거든요. 유명한 교수님이신데, 찾아보니 13학번으로 입학하셔서 학사 졸업을 하셨더라고요. 심지어 영어로 수업하시는데 저보다 나이가 13살이나 어리셔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어 수업은 듣기 힘들겠다 싶어 수강취소를 하긴 했지만요. 어제 들은 수업의 교수님도 07학번이더라고요. 이렇게 저보다 어린 교수님들이 계신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 계기 및 과정이 궁금합니다.
남들과 다른 건 없었어요. 전공 맞춰서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입사하게 된 거죠. 2008년에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경제 위기가 오는 바람에, 당시 취업시장이 힘들었기에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어요. 대기업 4~5개 정도에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 합격해서 이렇게 17년 동안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로 힘든 건 극복할 수 있어요. 그냥 열심히 하면 되거든요. 사회생활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더 힘들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한 4~5년 차가 되었을 때쯤에 그런 문제로 너무 힘들어서, 친한 선배들에게 ‘저분과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라는 식으로 고민을 털어놨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 선배에게 들었던 말로 지금까지 버텼던 것 같아요.
선배는 한마디 해주셨어요. ‘네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까지 네 월급에 포함된 거야. 네가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일할 거면 돈을 내고 다녀야지.’ 정말 맞는 말이잖아요. 지금까지 그 생각 하나로 버텼고, 비슷한 고민으로 찾아오는 후배들이 간혹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얘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 3년 전쯤 '동상이몽'에 아내 이현이 분과 특유의 시너지로 현재까지도 많은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받고 계세요. 방송 이후 일상에서 바뀐 점이 있나요?
그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보니 20대가 많은 학교라든가 이런 곳에서는 알아보는 분이 별로 없어서 평소대로 편하게 행동해요. 오히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장소에 가면 아내가 옆에 없는 데도 많이들 알아보셔서, 그런 곳에서는 신경을 쓰고 조심하는 것 같아요.
사실 방송 출연 제의 같은 것도 많이 들어오지만, 웬만한 건 다 하지 않아요.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와 같은 걸 할 때 저만의 기본 원칙이 있는데, ‘아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예요. 이 인터뷰도 원래는 하지 않으려다, 아내가 학생기자의 요청인데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하지 말고, 그냥 해보라고 조언해서 하게 됐어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감화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대외적으로, 또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신 '홍빠빠TV'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냥 제 일상을 다루는 채널이에요. 세어 보니까 벌써 운영한 지 325주가 되었더라고요. 거의 6년 몇 개월 된 거죠. 주에 한 번 영상을 올리는데, 이 325주 동안 제가 전에 어떤 걸 준비하면서 한 3주 빼먹고, 우리 학교 온다고 또 빼먹은 한 주를 빼고는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지금 321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까 아마 맞을 거예요. 제 성격이 좀 그런 것 같아요. 뭐든 하면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이 채널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6년 전, 그러니까 회사 생활한 지 10년 정도 됐을 때쯤이었어요. 매일 회사 통근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와중에 다운로드 받았던 영상을 보는 게 제 일상이었거든요. 회사에서 기계처럼 일하고, 야근 후 집에 오후 9시쯤 도착해서 육아하고 하는 삶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가 ‘잉여 인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생각에서, ‘나도 뭔가 생산적인 나만의 일을 해봐야겠다’ 하다가 이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거죠. 통근 시간이 왕복 1시간 정도 되는데, 그때마다 편집을 했어요.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편집하고, 일요일날 영상 올리고 하는 게 제 일상이 됐죠.
| '홍빠빠TV'를 꾸준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제가 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그 영상을 다 찍어서 제 유튜브 채널에 올리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나중에 그 영상을 다시 보고 얘기해요. 주말에 가끔 아이들이 자기네 영상을 찾아보고 이야기하는데,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아빠, 나 여기 갔을 때 생각나”, “이런 게 좋았었어.” 이렇게 이야기하면 막 뭉클해질 때가 있거든요. 둘째 아들은 병원에서 출산하는 장면부터 찍었어요. 둘째가 집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첫째 아들의 표정. 그게 ‘홍빠빠 TV’에 다 있어요.
이 채널은 처음부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만든 채널이 아니에요. 일종의 *아카이빙(Archiving)을 위한 채널이죠. 최근까지도 유튜브 채널과 관련해서 어떤 협업을 하자는 연락이 와요. 이 채널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 아니기도 하고, 아내와 같이하는 일이 아닌 한 그러한 연락이 올 때마다 거절 의사를 말씀드립니다. 처음에는 구독자분들과 소통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구독자가 많아지다 보니 ‘소통을 하나하나 다 하게 되면 끝이 없겠다.’ 싶어 최근에는 좀 뜸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유튜브 채널을 계속 운영하게 하는 힘은 수익이 아닌 개인적인 보람에 있어요.
*아카이빙(Archiving): 특정 기간 동안 필요한 기록을 파일로 저장 매체에 보관해 두는 일.
| 홍성기 원우님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꾸준함, 성실함이 나의 가장 큰 무기다’인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기는 힘들잖아요. 저도 스스로가 눈에 띄게 뛰어난 부분은 없는, 정규 분포표의 중간쯤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옛날부터 그렇게 자기 객관화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특출난 능력이 없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예전부터 고민했는데, 성실함과 꾸준함이 저의 평범함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었거든요. 미술을 전공할 것도 아닌데 부모님이 그림 좀 그만 그리라고 잔소리하실 때까지 그림에 몰두한 적도 있고, 언제는 무협지에 한참 빠졌던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나에 몰두하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들을 무기로 삼아 현재까지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 제가 유튜브, 회사 생활, 육아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 성균관대학교 학우 및 원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에는 대부분 20대 학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여, 제가 감히 조언을 한 번 생각해 봤어요. 저처럼 늦게 온 학생도 있겠지만, 내가 원했던 과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겠고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전공도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선택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대충 내 전공에 맞춰 진로를 선택하고, 회사를 선택하게 될 거예요. 저도 그런 케이스였고요. 저는 운이 좋아서 잘 풀리긴 했지만, 어쨌든 저도 그 시기를 겪어봤거든요.
저는 ‘놀 땐 열심히 노는 것’, ‘좋아하는 것을 빨리 찾는 것’, 이 두 가지가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생활은 조금 여유가 있잖아요. 친구들과 놀고, 고등학교 때 못했던 것 실컷 할 수 있거든요. 놀 때는 신나게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해요. 제 아내도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나왔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모델이라는 분야를 찾아서, 열심히 노력하여 그 분야에서 성공했잖아요. 저는 제 아내를 보면서, 다시 한번 ‘좋아하는 것을 빨리 찾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이것저것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저도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있어요. 기사를 보는 학우 및 원우분들은 꼭 좋아하는 것을 빨리 찾아서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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