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일상을 읽다, 나라는 문장을 발견하다:
Humans of SKKU 성서현, 최성훈, 김혜림 학우
- 594호
- 기사입력 2026.08.28
- 취재 고권우 기자
- 편집 최한빈 기자
- 조회수 2492
여러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잠깐 쳐다보자. 그 사람이 처음 본 낯선 사람일 수도 있고, 아주 오래된 친구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누구든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천천히, 솔직하게 나누거나 경청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까맣게 잊으며 지나가곤 한다.
이 질문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바로 휴스꾸(Humans of SKKU)에서 여러 성균관 공동체 구성원들의 일상을 듣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하나의 좌우명 아래, 수많은 성균인들의 작은 역사를 기록해 왔다.
늘 질문을 건네던 휴스꾸 학우들이, 이번에는 인터뷰이가 되어보았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휴스꾸에서 활동한 성서현 학우, 최성훈 학우, 김혜림 학우와 이야기하였다.
가장 먼저, 인터뷰어 및 디자인과 홍보를 담당하는 성서현 학우(국문 22)와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성서현 학우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국어국문학과에 재학하며, 휴스꾸에서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성서현입니다. 휴스꾸에서는 닉네임을 쓸 수 있는데요. 저는 새 이름, 새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자 엄마가 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고 하셨던 ‘희주’라는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어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교환학생을 마친 4학년이었음에도, 2025년 1학기에 휴스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2022년부터 오랜 시간 동안 휴스꾸가 전하는 성균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오면서, 저도 휴스꾸 활동을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들어와 보니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도 많았고, 휴스꾸에서 하는 일과 사람들이 모두 좋아서 2년이나 함께하고 있습니다.
Q. 휴스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한 인터뷰에는 인터뷰어 한 명, 포토그래퍼 한 명이 배정됩니다. 우선 인터뷰어는 업로드 한 달 전부터 섭외하고 싶은 인터뷰이에 대해 포토그래퍼와 논의하고, 직접 인터뷰이에게 연락합니다. 인터뷰이가 요청에 응해주시면 사전 질문지를 전달해 미리 답변을 받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질문을 준비하여 현장에서 본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후 인터뷰 내용을 편집해서 글로 만든 뒤, 부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여 브런치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저는 휴스꾸에서 디자인홍보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휴스꾸에 필요한 것들을 디자인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특히 휴스꾸 브런치를 홍보하기 위한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리크루팅 게시물 제작을 주로 맡아 왔습니다. 이 외에도 ‘Humans of 휴스꾸’라고 해서 휴스꾸 운영진들의 이야기를 담는 부계정 콘텐츠도 간간이 제작합니다. 제가 디자인홍보팀으로서 온라인 공간을 가꿀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이야기를 기록했던 휴스꾸 인터뷰 대상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즐겨 보던 유튜브 채널 ‘이십세들’에 출연했던 분들, 학교 근처 좋아하는 식당인 명쭈3 사장님, 그리고 ‘대학전쟁 2’ 참가자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저의 첫 번째 인터뷰이였던 성균웹진 선배입니다. 당시 삶에서 전환점이 된 순간과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어봤었는데요. 이 질문들이 인터뷰어로서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처음 알려준 것 같았고, 지금도 어떤 분을 만나든 이 두 가지가 항상 궁금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 채널 ‘이십세들’ 출연자 인터뷰
Q.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으며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으셨나요?
저는 대화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이의 일상과 인생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제가 했던 고민까지 물어보는 과정이 재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준비한 질문 외에도, 답변을 들으면 또 질문이 떠오를 정도로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휴스꾸 첫 인터뷰 때는 어떻게 질문을 자연스럽게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이제는 대화의 흐름을 유연하게 이끌 수 있는 여유와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 기쁩니다.
Q. 인터뷰어로 활동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본 기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25년 여름 졸업 시즌에 특집 인터뷰로 졸업생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휴스꾸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추진한 형식이었습니다. 졸업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인터뷰 문구를 담은 카드와 간식도 준비해 갔었는데요.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7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엄청난 반응이 있었습니다. 물론 숫자가 다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인터뷰이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행복했습니다. 이후 휴스꾸에서는 지금까지도 게릴라 인터뷰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시작은 쉽지 않아도, 도전하면 요령이 생기면서 더 쉬워진다는 배움도 얻은 것 같아요.
▲졸업 게릴라 인터뷰 사진
추가로 올해 휴스꾸에서 3년 만에 금잔디 문화제에서 부스를 진행했는데요. 인터뷰 동아리인 만큼 광장에서 서로(Inter) 바라보는(view) 장을 마련했습니다. 새내기부터 대학원생, 그리고 몽골, 독일, 스페인, 멕시코처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부스를 깊이 생각하고 기획한 게 느껴진다고 해 주었는데요. 이를 통해 이야기의 힘을 다시 체감한 것 같아요.
휴스꾸의 금잔디 부스 브런치: https://brunch.co.kr/@humansofskku/235
Q. 인스타그램 디자인, 톤 앤 매너 관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휴스꾸만의 톤 앤 매너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전달하려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무시하긴 어려우니까요. 특히 저는 독자일 때부터 휴스꾸 계정의 미감과 전체적인 느낌을 너무 좋아했기에, 톤 앤 매너의 일관성에 더욱 신경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2021년에 계정을 리브랜딩하면서 로고와 키 컬러를 잡아주신 분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이어져 오는 정돈돼 있으면서도 어딘가 귀여운 휴스꾸의 스타일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떠나고 나서도 형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템플릿과 가이드라인 또한 만들어 두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기록해 보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
제 친구처럼 조금 더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담아보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휴스꾸가 아니라면 세상의 흥미로운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휴스꾸가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자주 연락드렸었는데요. 이를 통해 제가 겪지 못한 세계를 듣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었습니다.
▲대학전쟁2 출연자 인터뷰
하지만 그 경험은 충분히 해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휴스꾸의 모토처럼,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더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Humans of SKKU의 전체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최성훈 학우(경영 21)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최성훈 학우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영학과에 재학하며 휴스꾸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성훈입니다. 휴스꾸에서는 2025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영랑’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습니다. 인터뷰어와 함께 인터뷰에 나가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 역할을 맡았습니다.
Q. 휴스꾸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2학년도 여름쯤, 아는 분이 인터뷰어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휴스꾸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저는 전부터도 개개인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오늘도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남기는 활동이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입대를 앞두고 있어 휴스꾸에 바로 들어가진 못했어요. 그럼에도 군 복무 중 휴스꾸의 글을 꾸준히 읽으며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고 느꼈습니다.
이후 군대를 마치고 복학한 뒤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돌아갈 학교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민 끝에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마침 당시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단체에서 제가 즐기던 사진 촬영으로 일해보자는 마음에 포토그래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들어가기 전 계셨던 포토그래퍼 분들의 사진을 보고 반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뷰이의 눈빛과, 진득한 분위기가 담긴 인터뷰 사진들이 너무 멋있었거든요. 그런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휴스꾸로 이끈 것 같습니다.
▲만만타코야끼 사장님 인터뷰
Q. 포토그래퍼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포토그래퍼는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인터뷰 대화를 둘러싼 많은 부분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우선 휴스꾸에서는 인터뷰와 동시에 사진 촬영이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토그래퍼는 인터뷰 장소를 선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터뷰 대상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으면서도,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 곳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촬영 중에도 인터뷰 대상자가 대화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카페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경우에는 자리를 잡고 가방을 맡아드리거나, 음료를 주문해 주며 영수증을 치우는 등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 촬영한 사진 중 사용하고 싶은 것을 고른 뒤, 어도비 라이트룸으로 편집합니다. 편집 과정에서 촬영 당시의 빛을 살리면서도 인터뷰이가 도드라져 보일 수 있게 편집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리고 최종 업로드 날 저녁에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카페에 사진을 아카이빙하며 역할이 마무리됩니다.
Q. 인터뷰이가 사진에 자연스럽게 담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처음에는 인터뷰이 분들께 제가 없다고 생각하라고 부탁했었는데요. 하지만 한 학기 정도 지난 뒤에,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을 사람들이 카메라를 어색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를 편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욕심이란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죠.
이후 휴스꾸에서 함께하고 있는 혜림이에게 대화에 녹아든 뒤 인터뷰이를 찍으면 덜 불편해하는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았는데요. 지금은 최대한 대화를 듣고,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면서 촬영하려고 노력합니다. 필요하다면 유리 벽 너머, 식물 뒤에서도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요. 인터뷰이가 부담을 많이 느낀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인터뷰이의 편안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균관 공동체 구성원 인터뷰 사진
Q.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예전과 달리 눈여겨보게 된 사람의 모습이나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빤히 볼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진을 찍고 편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휴스꾸의 모토처럼,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한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는 것이 잘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포토그래퍼는 대화에서 관찰자적 시점에 있다 보니, 비언어적 표현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제스처를 정말 다양하게 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짓는 표정, 웃는 방법, 차고 있는 액세서리 등 정말 가지각색의 매력이 각자에게 있습니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이런 점들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개개인의 특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손혜숙 교수님 인터뷰 당시 사진
Q. 휴스꾸의 전반적인 운영에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포토그래퍼 외에 휴스꾸 운영을 위한 행정적인 일도 담당합니다. 운영 관련 업무는 공금 관리, 강의실 대여, 네이버 카페 관리, 공용 계정 보안 관리와 같은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휴스꾸 특성상 대표자가 없는 단체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대표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저의 이름을 걸기도 하죠.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운영 업무는 인터뷰 일정 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휴스꾸는 매주 인터뷰어와 포토그래퍼가 1명씩 모여 조를 이루어 인터뷰 활동을 하는데요. 결과물을 보면 인터뷰어도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고, 사진도 포토그래퍼마다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조합으로 인터뷰를 완성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조합으로 인터뷰 조를 편성했습니다. 물론 조를 다르게 짜는 게 항상 쉽진 않았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여러 방향의 조합으로 인터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부원들끼리도 다양하게 합을 맞추며, 더 다채로운 색깔의 인터뷰와 사진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휴스꾸 를 운영하며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휴스꾸의 기틀을 단단히 하면서, 휴스꾸를 지탱하는 힘인 ‘단체를 향한 사랑’을 강화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양식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인터뷰 일정을 짜거나 리크루팅의 면접관을 배치할 때 수기로 일을 했었는데요. 저는 전공을 통해 스프레드시트를 자주 다뤄왔기에, 엑셀을 이용해 업무를 단순화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운영팀에 있다 보니, 활동부원의 카페 데이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의 인사이트 패널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요.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지난 연말에 2025를 마무리하며 활동을 회고하는 ‘Rewind 2025’라는 이름의 콘텐츠를 준비해 보기도 했습니다. 부원분들께서 재미있게 봐주시고, 휴스꾸를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Q. 마지막으로 휴스꾸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운영에도 참여하면서, 자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러 학우분과 교직원 선생님, 다른 과 교수님, 학교 주변 가게 사장님까지, 닿을 일 없던 분들을 많이 만나보면서 서로 다른 모양의 수많은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부분은 있겠지만, 이전보다는 생각의 폭이 넓고 유연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그중에서도 어떤 부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특히 저는 '동네와 일상의 작은 역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이게 바로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꾸준히 사랑하고 기록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교 주차원 인터뷰 당시 사진
마지막으로, 휴스꾸에서 포토그래퍼와 인터뷰어 모두를 경험하며 다방면에서 소통과 기록에 참여하고 있는 김혜림 학우(미컴 23)을 만나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본 전공으로 하면서, 사회학과를 복수전공 중인 23학번 김혜림입니다. 2024년 8월부터 휴스꾸에서 포토그래퍼로 1년간 활동하다가, 중간에 교환학생 한 학기를 다녀왔습니다. 이후에는 휴스꾸에 복귀한 뒤 인터뷰어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김혜림 학우
Q. 휴스꾸에 가입하여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성대신문에서 문화부 기자 생활을 했었는데요. 성대신문은 학내 공식 언론사인 만큼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형식의 기사를 작성합니다. 물론 성대신문 경험을 통해 취재에 대해 전반적으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마침, 저는 입학 이후부터 우리 학교 중앙사진동아리 SAPA 활동을 하며 사진 찍기에 푹 빠져있었는데요. 그래서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휴스꾸의 포토그래퍼에 지원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이전에 비해 특별히 눈여겨보게 된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물만큼이나 인물이 있는 공간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휴스꾸는 원래부터 인터뷰이가 얼굴 촬영을 부담스러워하면, 손이나 뒷모습 등 신체 일부를 담는 편이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람 얼굴을 정면으로 보여주지 않고도 어떻게 그 사람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혼또카레 사장님을 촬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혼또카레 사장님께서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인테리어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가게 곳곳을 촬영하면서, 얼굴이나 신체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물건이나 공간에 남은 흔적도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 인물을 둘러싼 공간과 주변 맥락까지 함께 담고자 하는 편입니다. 특히 학교 근처 베이커리인 싸리분별 사장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가게의 투명한 통창을 배경으로 사장님을 담기로 계획했는데, 마침 인터뷰 당일 보슬비가 내려서 통창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어 쾌재를 불렀던 기억도 있습니다.
▲혼또카레 사장님 인터뷰 사진
Q. 포토그래퍼에서 인터뷰어로 일을 바꾸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서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다 보면 원거리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인터뷰 내용을 잘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아쉬울 때도 있었어요. 특히 누군가를 마주보고 깊이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뷰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할을 전환할 당시 저는 성대신문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사진작가, 디자이너와 같은 예술가들을 인터뷰하며 제가 직접 섭외한 누군가의 예술 세계를 직접 듣고 기록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좋은 인터뷰 경험을 쌓아왔기에, 이제는 인터뷰어로도 활동해도 좋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Q. 인터뷰어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학내 미화원 선생님과 학교 인근에 있는 유림경로당 할머니 인터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 건물 안에서, 학교 가는 길에 매일 마주치는 분들이지만, 한 분 한 분이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계신 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연세가 많으셨는데요. 직접적 교류가 없다 보니, 처음에는 건강은 어떠신지, 어려운 일은 없으신지와 같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상과 달리 직접 뵌 어른들은 훨씬 밝고 쾌활하고, 저보다도 건강해 보이셔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설계했던 인터뷰 대신, 그분들의 이야기에 담긴 기세를 따라가며 기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편집 중에도 청년 세대와 다른 표현이나 말씨를 최대한 살려두고자 했습니다. 인터뷰를 부원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부원들도 어른들이라 해서 다 같지 않고,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저 역시 노년에 대한 막연한 인상과 실제 사람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다른 동아리원들에게도 그런 생각을 전할 수 있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유림경로당 인터뷰 사진
Q.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주제로 어떻게 대화를 끌어 나가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이 적을수록 친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스꾸는 대부분의 언론과 달리 인터뷰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는 일상 속에서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작은 질문을 준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유림경로당 할머니들의 경우에는 의식주와 관련된 작은 질문부터 드리며 인터뷰를 시작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질문에 이야기를 끼워 맞추기보다는, 인터뷰이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해 따라갔습니다. 그 결과, 더 자연스럽고 구체적인 일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뷰 준비를 철저하게 하되, 인터뷰이가 진솔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을 준비해 가는 편입니다.
Q. 다른 사람의 일상을 계속 들여다보며, 자신에 대해서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으셨나요?
어떤 사람들을 단체로 묶어 경향성을 살피기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 마음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일이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니겠지만, 개인만이 가진 경험이나 맥락을 들여다보는 질적인 방식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휴스꾸의 경험을 살려 이번 여름방학부터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의 2026 세대교류 회고록 10인의 100년 프로젝트에 시민 기록자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노년 구술자의 이야기를 듣고 회고록 편찬 및 다큐멘터리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 명의 선배 시민이 살아온 행적을 따라가며 서울의 역사와 변화를 목격하는 일에도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4학년을 앞둔 시점에서, 아직 취업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사람과 사회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Q. 포토그래퍼의 경험이 인터뷰어 역할을 할 때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가능하면 인터뷰이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포토그래퍼는 인터뷰 현장의 자리를 정돈하고, 인터뷰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촬영하는 일이 중요한데요. 포토그래퍼 일을 했던 저는 인터뷰어로서도 어떤 장소, 어떤 분위기에서 가장 편한 대화가 가능한지 살피며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를 위해 테이블에 노트북을 두지 않고 눈을 보며 인터뷰하거나, 질문에 답변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는 작은 실천부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학내 미화원 인터뷰 사진
Q. 지금까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기록하셨는데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휴스꾸 부원이 되기 전, 사실 저도 특집 인터뷰의 인터뷰이로 저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적이 있는데요. 인터뷰 후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느낍니다.
그럼에도 과거든 지금이든 나는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도와주는 것이 기록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하나의 모습으로 기억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생기는 미세한 변화를 성실하게 기록하고 반추하는 사람으로 주변에 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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