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년의 시간을 건너, 성균관을 만나다:
고서연, 안리라 학우의 성균관대탈출 게임
- 596호
- 기사입력 2026.09.28
- 취재 고권우 기자
- 편집 최한빈 기자
- 조회수 2005
현재의 모습에 익숙해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우리 학교는 628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도 오래된 교육기관이다. 우리는 명륜당, 1398년이라고 쓰여 있는 작은 로고를 통해 그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과거 성균관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해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학교의 긴 역사와 현재의 모습에 모두 관심을 가지며, 성균관의 과거와 현재를 한 번에 보여주는 게임을 제작한 학우들이 있다. 두 학우는 하마비부터 600주년기념관까지, 성균관이 달려온 역사를 성균관대탈출이라는 방탈출 게임으로 재미있게 담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학교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제작해, '2026학년도 1학기 AI공방'에서 장려상을 차지한 고서연(국어국문학과 25) 학우와 안리라(경제학과 25) 학우를 만나, 성균관대탈출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AI 공방은 교수학습혁신센터에서 방학 중에 운영하는 ‘성균공부방 : Share via AI’ 비교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팀별로 MOOC 강좌 또는 전공 교과목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콘텐츠를 발표하고, 이를 동료 학습자들과 공유하는 오프라인 활동이다.
▲고서연 학우(위), 안리라 학우(아래)
Q. 성균공부방: Share via AI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서연: 저는 지난 15기 때도 러시아-우크라이나 국제 분쟁을 주제로 참여했는데요. 전공이 다른 학우들과 함께 배운 내용을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저의 전공인 국어국문이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를 강의로 배우고, 그 내용을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며 이번 16기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안리라: 저는 전공 수업 등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을 머리에만 묵혀두지 않고 이를 실제로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였는데요. 마침 성균공부방: Share via AI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기획, 디자인, 플랫폼 연동 등 다방면으로 AI 기술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망설임 없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성균관대탈출 표지
Q. 성균공부방: Share via AI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게임인 성균관대탈출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탈출은 조선 시대 유생의 강아지 시점에서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를 탐방하고 미션을 해결하는 AI 기반 캠퍼스 방탈출 웹 콘텐츠입니다. 플레이어는 캠퍼스를 직접 이동하며 단서를 찾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학교의 역사와 주요 공간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플레이할 수 있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캠퍼스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아이디어 스케치
Q. 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모든 사람에게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존의 야외 방탈출 콘텐츠들을 직접 체험해 본 결과,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회원가입 절차가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웹이나 QR코드로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구조를 기획하여 접근성을 극대화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성균관대학교의 브랜드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른 학교들이 독수리, 호랑이와 같은 동물 로고를 중심으로 직관적인 브랜딩을 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깊은 역사와 전통에 비해 상징적 로고 브랜드가 약하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저희는 학교의 역사와 전통 그 자체를 하나의 강력한 스토리 브랜드로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게임의 스토리 속에 성균관대의 캐릭터와 상징물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였습니다.
나아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성균인들도 우리 학교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그래서 게임에서는 평소 학교에서 지나치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성균관대탈출 게임의 세부 이미지
Q. 성균관대의 여러 공간을 게임 스토리에 어떻게 녹여 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인문사회과학캠퍼스의 전통성과 자연과학캠퍼스의 융합성을 각각 중심으로 2가지 버전을 구상했고, 이번에는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버전을 먼저 제작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캠퍼스의 오래된 전통을 반영하기 위해, 하마비와 명륜당처럼 우리 학교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이동 동선 또한 정문부터 후문까지 이어지도록 구성하였는데요. 이를 통해 역사적인 공간에서 현대적인 건물까지 각 건물의 쓰임새와 특징을 알아갈 수 있도록 세부 콘텐츠를 배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명륜당을 지나 중앙학술정보관으로 이동하며 ‘성균 고전 100선’을 활용한 퀴즈 미션을 배치해 학구적인 공간의 특성을 살렸습니다. 또한 경영관과 다산경제관, 퇴계인문관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동선 등도 공간 이동 미션에 자연스럽게 포함했습니다. 이와 같이 게임을 통해 현대의 캠퍼스 지리도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는 구성을 계획했습니다.
Q. 프로젝트와 관련된 강좌를 사전에 수강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강좌가 프로젝트 실행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성균공부방 프로그램을 통해 코세라*에서 제공하는 호주 맥쿼리 대학교의 ‘Strategic Management: Be Competitive’ 강좌를 수강했습니다. 해당 강의를 통해 기업 및 브랜드가 시장에서 독점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경영 전략과 프레임워크를 학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경쟁사를 분석하듯 저희도 타 대학과 차별화되는 우리 학교의 요소들을 분석하였고, 성균관대학교가 가진 특징을 어떤 가치로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나아가 접근성을 극대화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우며, 우리 학교의 특징을 게임 콘텐츠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처럼 실제 경영학적 이론을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하며, 성균관대만의 고유한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코세라 강의 이수증
*코세라: 세계의 명문 대학과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Q. 코딩 대신 노션과 웹 빌더 툴을 활용하셨다고 했는데,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국어국문학과 경제학과로 구성된 팀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코딩보다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코딩을 통해 화려한 웹을 만들기보다는, 학우들이 재미있게 학교를 탐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 대신 익숙하고 활용도가 높은 노션을 선택했습니다. 노션의 기능을 통해 콘텐츠를 직관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고, 이미지와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배치하면서도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퀴즈처럼 노션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은 AI의 도움을 받아 코딩한 뒤, 웹 빌더 툴을 활용해 보완했습니다.
▲캐릭터 AI 제작 이미지
Q. AI 콘텐츠 제작은 두 분의 전공과 거리가 있는데, AI를 다루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서연: 저는 AI에게 어디까지 맡길지 정하는 과정이 어려웠는데요. AI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저희가 직접 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공간이나 역사처럼 학교를 직접 경험하고 잘 알고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팀원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했고요. 디자인이나 자료 정리처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편,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운 글쓰기와 표현 방식이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고 수정 방향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안리라: 비전공자로서 시각적 콘텐츠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약간의 부담을 느꼈던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적극적인 AI툴 활용과 기초 소프트웨어 교과목 수강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특히 사전에 수강했던 문제해결과컴퓨팅사고, 데이터분석과AI기초와 같은 교과목을 통해 쌓은 코딩 능력 및 기초적인 코딩 및 사고 능력이 도움이 되었는데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AI 도구를 제어하고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외에도 노션에 익숙한 팀원이 있었기에 플랫폼 연동 또한 보다 수월하게 진행했습니다.
▲AI로 제작한 강이지 이미지
▲성균관대탈출 부적 이미지
Q. 게임 속에 담아낸 성균관대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고서연: 과거의 유생이 되어 현재의 캠퍼스를 탐험한다는 설정처럼, 성균관대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성균관대탈출’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하면서 학교의 역사와 공간을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저 역시 성균관대학교를 더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성균관대탈출’을 통해 학우들도 평소 지나치던 학교의 모습과 역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리라: 저도 조선 시대의 성균관과 현재의 성균관대학교가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경험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건물을 둘러보는 것이 아닌, 하마비와 명륜당 같은 역사적 공간부터 국제관, 600주년기념관에 이르는 현대적 공간까지 유기적으로 넘나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628년째 이어진 인재 양성이라는 성균관의 변함없는 가치와 전통을 깊이 체감할 수 있으며, 자신이 이 유구한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는 특별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만의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Q.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고서연: 제작 과정에서 팀원과 대전 여행을 다녀오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전이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듯, 성균관대학교의 이름을 말하면 떠오르는 가치가 무엇일지 함께 고민했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치가 유생이라는 점에 둘 다 동의하였고, 아이디어의 큰 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은 경험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안리라: 저도 대전 여행을 한 뒤의 회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형식적인 회의실을 벗어난 분위기 덕분인지 창의적이고 유쾌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거든요. 기차 안에서 ‘낙방하는 주인 유생을 돕는 강아지’라는 캐릭터 설정부터,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까지 일사천리로 구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던 시간이 더욱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 회의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서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운 것은 협력입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각자 일하는 방식을 맞춰가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는데요. 보다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방식을 존중하며 함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AI와 협력하여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방법도 알게 되었는데요. 원하는 바를 먼저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생각을 구체화하고 표현하는 능력도 키운 것 같아요.
안리라: 처음에는 전달하고 싶은 역사적 정보나 학과별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 욕심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우리 학교를 알려주면서도 흥미를 높이려고 고민하면서, 결국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절제된 정보 전달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직접 제작하고 점검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동선과 가독성을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처럼 기획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사용자 중심 사고의 중요성을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AI 공방 발표날
Q. 성균공부방: Share via AI에 관심이 있는 성균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고서연: 성균공부방은 전공과 관계없이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직접 배우고, 그것을 나만의 결과물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두 번 참여하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주제를 다른 사람과 함께 발전시키고,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망설였던 분야가 있다면, 성균공부방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리라: 자신이 배우고 있는 전공이 강의실 밖에서 얼마나 멋진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학 전공자로서 처음에는 AI를 다루거나, 방탈출과 같은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스스로도 궁금했는데요. 하지만 성균공부방을 통해 제가 배운 전공 지식을 사회에 접목할 수 있었고, 세상에 없던 실체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볼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문과생이든 비전공자이든 기술적 한계를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이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아이디어가 가시적인 가치로 탄생하는 순간의 짜릿함을 꼭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작 예정인 성균관대탈출 자연과학캠퍼스 버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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